“삼성물산, 대량 보유 자사주 전량 소각”

이번에도 이재용 등기이사 선임 않기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그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그룹)

 

[CEONEWS=박세영 기자] 대기업집단과 공공기관 등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비전을 잇따라 선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대해 ESG 공시를 의무화한다. 앞으로 기업은 재무 건전성은 물론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인을 고려하는 경영 시스템을 선진화해야 한다. 기업은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고객과 직원,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며,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 등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향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줄곧 관심을 가져온 이슈 중의 하나다. 건전한 기업지배구조와 깨끗한 조직문화 수립이 일류 기업의 초석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CEONEWS는 연중기획으로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 상황을 추적해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재용의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은 없다는 강력한 신호를 내보냈다.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대량 보유해 왔기에 이를 활용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계속해서 제기해 왔다.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하면서 이런 잡음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전량 소각 결정은 지배구조 개편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했으나 20174월 들어 검토 중단을 선언했고 지배력 강화에 활용될 수 있는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후 삼성전자는 보통주 15.1%에 해당하는 자사주 187000억원어치를 소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금융계열사를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상존하는 리스크로 지목돼 왔다. 금산분리 규제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자사주를 활용해 지주회사로 전환을 하게 되면 지배주주 지배력을 쉽게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를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구조이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이들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없는 규제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물산 자사주는 공정거래법상 강제 지주 전환이라는 변동이 있을 때 수단으로 쓸 수 있으나 삼성그룹은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은 여당의 반대로 국회 논의에서 우선순위가 밀렸다. 내년 총선 등의 결과에 따라 의석 수가 많은 야당에 의해 법안 처리가 다시 탄력을 받을 수는 있다. 현재 삼성전자 1대 주주인 삼성생명이 지분 일부를 팔면 삼성물산이 1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자회사 주식가액 비중이 총자산의 50%를 넘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될 여지가 생기는 것이 걱정거리다.

금융사를 포기할 수 없고 지주전환 때 자사주를 활용하기가 어려웠던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자산가치를 키워 강제 지주전환을 막는 것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로써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활용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한 것은 빗나가게 됐다. 분식회계 재판이 길어지면서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이제 장기과제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삼성그룹의 유가증권 시장 시가총액 비중은 30%를 넘었고,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수출액의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TV, 휴대폰 등 주력 사업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위기에 직면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덕분에 버텨오고 있지만 글로벌시장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스마트폰에 밀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131일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704600억원, 영업이익은 431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7.97% 줄었고, 영업이익은 68.95% 급감했다고 볼 수 있다. 분기별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43분기 이후 8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액은 3022300억원으로 창립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연 매출액이 30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특수로 역대급 실적을 올린 덕분이다. 비록 메모리 부문은 어려운 시장 여건 속에 매출액이 감소했지만 파운드리 부문은 분기별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재용 회장은 서울 경기초(1981), 청운중(1984), 경복고(1987)를 졸업했다. 1995년 일본 게이오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거쳤고, 2001년 미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이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뛰어 든 때는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재입사하면서부터다. 2003년 상무, 2007년 전무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최고운영책임자(COO·부사장)로 승진했을 때부터 삼성전자는 이재용 체제로 개편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진 20145월부터 삼성그룹을 전면에서 이끌어 오고 있다.

이 회장은 계열사 개편에 착수했고 주력 핵심사업 위주로 회사를 재편하며 선택과 집중에 힘을 기울였다. 201411월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서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을 한화에 넘겼다. 201510월에는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SDI케미컬부문을 롯데에 팔았다.

이 회장은 20172월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전격적으로 해체했다. 미래전략실은 회장 비서실(1959~1998), 구조조정본부(1998~2008), 전략기획실(2006~2008)을 잇는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 그룹 총수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란 사회의 비판을 받으며 쇄신의 대상으로 지목받자 58년 만에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미래전략실의 기능은 모두 계열사로 이관해 자율경영이 시작된 것이다.

삼성SDI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지분 2.11%)를 매각한 바 있다.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를 통해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는 7개에서 4개로 크게 줄어들었다. 나머지 4개의 순환출자도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해소해 투명한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회장은 20152윌 미국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업체인 루프페이를 사들이고, 201611월에는 글로벌 자동차 전장업체인 하만을 인수했다.

이 회장과 삼성전자는 이전에 겪어 보지 못한 도전과 시련을 마주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첨단산업의 패권을 둘러싸고 양보할 수없는 각축전을 벌이면서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315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4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의장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많은 분들의 노력과 격려에 힘입어 처음으로 매출액 300조원을 넘어서며 2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액 기록을 경신했다며 임직원과 협력사, 주주들에게 감사를 나타냈다. 이후 한 부회장은 주요 성과와 지속가능경영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전략적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강화를 통해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착실히 준비하고 업계 리더십을 더욱 굳건히 하는 데 주력했다이러한 노력을 통해 2022년 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인터브랜드 평가 기준 877억 달러로 3년 연속 글로벌 5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한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들의 지속가능한 일상 구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난해 9월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담은 신 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고, 앞으로도 지속가능경영 성과와 도전 과제에 대해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한 부회장은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 주주환원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2022년 기준으로 연간 98000억원의 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부회장은 본질에의 집중을 강조하며 올해 경영 각오를 다졌다. 한 부회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위기를 극복해 온 비결은 본질에 집중한다는 진리였다면서 앞으로도 기술을 통해 고객이 더욱 풍요로운 일상을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선 의장 인사에 이어 경영현황 설명, 의안 표결 등으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DX 부문장 한종희 부회장과 DS 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이정배 사장이 사업부문별 경영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과 온라인 중계를 시청하는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의안은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한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 상정됐다.

한편, 삼성전자는 주주들이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더라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35일부터 14일까지 전자투표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20년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또 삼성전자는 사전 신청한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주총회를 온라인 중계했다고 덧붙였다.

관심이 쏠렸던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부회장이던 201610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비자금 특검 수사로 전격적으로 퇴진한 이후 8년여 만에 등기이사직을 맡았었다. 하지만 그해 11월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게 되면서 201910월 재선임 안건을 따로 상정하지 않고 임기가 만료된 바 있다. 이 회장은 현재까지 미등기 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 삼성전자와 계열사 1987년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

 

삼성그룹은 이병철 창업주가 삼성물산이라는 이름으로 자본금 3만 원(현재가치 3억 원)으로 창업하여 현재의 삼성그룹으로 발전했다. ‘삼성그룹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다수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와 그 계열사를 1987년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1938년에 이병철이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창립하였고 이후 삼성이라는 상호 아래 여러 계열사를 설립하면서 그 규모를 키웠으며, 1950년대 후반, 인수합병의 대표주자로 나서면서 오늘날 재계 서열 1위의 거대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삼성그룹은 브랜드 파이낸스에서 선정하는 글로벌 브랜드 가치 순위 500대 기업에서 2018년 기준 4위에 올랐다. 브랜드 파이낸스는 2018년 삼성의 브랜드가치가 9228900만달러(104조원)의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공정거래법상으로는 계열사라는 명칭을 쓰는 게 맞다. 하지만 삼성 그룹 내부에서는 계열사라는 명칭 대신에 관계사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과거보다 순환출자가 완화되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상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현재는 삼성물산이 산업 부문의 최상단 지주회사, 삼성생명이 금융 부문의 최상단 지주회사 형태를 보이고 있다.

현재 지배구조의 최후의 목적은 산업 부문은 삼성물산, 금융 부문은 삼성생명으로 금산분리를 이루면서 하나의 지주회사 체제로 단일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난관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간금융지주법이 무산되고, 순환출자 해소를 정부가 압박하는 만큼 삼성의 금산분리는 해소 못하고 있음이 아킬레스건이다. 금감원이나 공정위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라고 하는데 문제는 지분 가치만 26조에 육박하기 때문에 누가 사줄 것이며 사준다고 해도 이재용 일가의 지배력을 상실하게 된다. 결국 최선책은 이재용 일가 혹은 삼성물산이 사주는 방법 외에 없으나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니 삼성은 법이 바뀌는 것이 최선책이다.

재계에 따르면 2021년 삼성은 이재용 복권을 계기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었다. 삼성과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이 20205월 대국민 발표를 통해 4세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로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검토해 왔다. 양측은 지분구조 변화를 아우르는 개편을 통해 재계 표준을 제시하자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 논의를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발주한 연구 용역 보고서를 2022년 상반기 중 받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팀에서 검토를 진행 중이며 연내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후 준법감시위와 내용을 공유하고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준법감시위는 2022년 초 2기 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현'3대 추진 과제로 선정한 상태다. 1기 준법위에서는 고려대 기업지배구조연구소에 용역을 맡기는 등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 유형화와 평가 지표를 마련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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