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도 나와야지”...“누구든 빨리 나와 다행”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 확정된 다음 날(8월 10일) 새벽, 서울구치소 정문을 나오는 만기출소자(사진=CEONEWS)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 확정된 다음 날(8월 10일) 새벽, 서울구치소 정문을 나오는 만기출소자(사진=CEONEWS)

[CEONEWS=오종호, 최재혁 기자]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뇌물죄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맞아 오는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지난 1월 18일 파기환송심 선고를 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9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비공개 회의를 연 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도 가석방심사위의 결정을 그대로 승인하면서 가석방이 확정됐다. 박 장관은 ”8·15 가석방은 경제 극복에 도움을 주는 등의 방향으로 허가 인원을 확대했다“며 ”이 부회장의 석방에 대해 코로나 장기화와 경제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이 부회장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싶어, 아직은 복역 중인 서울구치소를 찾았다. 자정이 가까운 캄캄한 밤에 무작정 서울구치소로 향하며 누굴 만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다행히 앞을 지키고 있는 시민이 있었다.

자칭 ‘박근혜 지킴이’로 활동하는 72세의 여성 박정숙 씨는, 2017년부터 4년이 훌쩍 넘은 시간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를 지키고 있었다. 기자와 만나자마자 ”이 부회장은 가석방인데, 왜 박 전 대통령은 나오지 못하느냐“며 항의인지 하소연인지를 했다. 아쉬움을 표한 박정숙 씨는 이 부회장이 소내에서 제공하는 식사도 남기지 않고, 잘 지낸다는 소식을 소앞을 오가는 사람들을 통해 전해 들었다며, 수감 생활을 잘 마치게 된 것에 대해서는 다행이라며 반겼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 내에서 염색도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도 덧붙였다.

서울구치소 앞에 걸린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현수막(사진=CEONEWS)
서울구치소 앞에 걸린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현수막(사진=CEONEWS)

“박근혜는 안 나오고, 왜 이재용만 나오나”...“그래도 다행”

서울구치소는 새벽 5시에 만기 출소자가 나온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일찍부터 기다리는 시민이 있어 인터뷰했다. 대국민적 관심사인 이 부회장의 가석방 소식을, 출소자와 지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소식에 “알고 있다”고 답한 시민은 “(가석방 소식)관심 없다”며 무표정한 얼굴로 마중 나온 아들의 차에 서둘러 올라탔다.
구치소 앞에는 출소자를 기다리는 택시 한 대가 서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소식을 물었더니, “경제를 위해서는 잘된거죠”라면서 “아무튼 누구나 저 안에서는 고생이 많을텐데, 빨리 나오면 좋은 거죠”라고 넉넉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심을 표했다. 마침 출소자가 두 명 분이었고, 더 이상 손님이 없자 기사는 이내 차를 몰고 떠났다. 그의 말에 의하면 평소에는 네 다섯 명 정도 나오는데, 근처 전철역이나 멀면 서울까지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했다.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 사람들은 가까운 편의점에서 소지품을 담은 구치소용 녹색가방을 버리고 종이가방을 우선 구매한다고 한다.(사진=CEONEWS)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 사람들은 가까운 편의점에서 소지품을 담은 구치소용 녹색가방을 버리고 종이가방을 우선 구매한다고 한다.(사진=CEONEWS)

"이재용이 여기 있어요?"...서민에겐 먼 관심사

출소자들이 사회로 나가는 길에 편의점 ‘CU 의왕엘센트로점’이 위치하고 있다. 평일 새벽 5시에 근무 교대하는 직원은 “이 부회장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지 몰랐다”며 “(가석방 특혜 의혹에 대해) 수감자들이 싫어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그가 맞이한 손님들의 대부분은 만기 출소자인데, 형기를 반 조금 넘게 채우고 풀려나오는 경우에 대해 좋은 시선일 리가 없을 것이라는 짐작이었다. 

이곳에서 새벽에 출소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소내에서 소지품을 담기위해 가지고 나온 녹색 가방을 버리고, 종이가방을 구입한다고 한다. 그 가방이 교도소 구입품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 볼까봐서란다. “요즘은 두부를 찾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라며 담배와 술을 사서 가게 앞 벤치에서 잠간 마시다 차편에 맞춰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렇게 구치소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대한민국에 울려 퍼진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소식은 물론 그가 이곳 구치소에 있는지 조차도 모를 정도로 서민들의 일상에 먼 관심사였던 것 같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소식으로 인해 사회와 언론은 들끓었지만, 이날 정문을 나온 출소자들은 가족과 기쁨을 나누기 바빴고, 지역 주민은 가석방 소식에 큰 관심 없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코앞으로 다가 온 이 날도 구치소는 평화로웠다.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 확정된 다음 날(8월 10일) 새벽, 서울구치소 정문을 나오는 만기출소자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 확정된 다음 날(8월 10일) 새벽, 출소자를 기다리는 시민들(사진=CEONEWS)

서대문 형무소가 이전한 의왕의 서울구치소

서울구치소는 1908년 경성감옥, 일제강점기에 ‘서대문형무소’, 해방 후 ‘서울형무소’로 불리다가 1961년에 ‘서울교도소’로 개칭했다. 이후 1967년에 ‘서울구치소’로 바뀌어 서대문구 현저동에 존속하여 오다가, 1987년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으로 이전하여 개청했다.

구치소는 약 700명의 교정직 공무원과 50명의 일반·기술직 공무원이 근무한다. 수용정원은 2,000명 정도이나, 인원이 넘쳐나 과밀수용 의혹이 있다.

서울구치소를 거쳐 가거나 수감된 주요 수감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이 다수 포진돼 있으며, 노태우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정치인도 가득하다. 또 연쇄살인마인 유영철, 강호순과 텔레그램 ‘박사방’ 개설자인 조주빈도 서울 구치소를 거쳐 갔다.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 결정된 날 밤 서울구치소(사진=CEONEWS)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 결정된 날 밤 서울구치소(사진=CEO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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