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나’를 써라

[CEONEWS=조성일 기자] 이번 호의 주제와 관련해 여러분이 할법한 도발적인 질문 하나 던지고 글을 시작해보자.

기자는 도대체 왜 나더러 자서전을 쓰라고 하는가?”

자서전의 자도 생각하지 않은 사람에게 잔뜩 바람 넣듯 쓰라고 부추긴 게 누구냐는 약간의 불만이 섞여 있다. 하지만 이번 호의 자서전을 써야 하는 세 가지 이유를 읽는다면 당신의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각설하고, 얼른 본론으로 들어가 당신이 자서전을 써야 하는 세 가지 이유를 알아보자.

 

첫째, ‘나는 누구인가를 알게 해준다.

사람들에게 너는 누구냐하고 물어보라. 순간 당황하면서 개똥철학 하지 말라며 장난스럽게 홍길동라고 자기 이름을 대거나 나는 나라고 둘러대기 일쑤다. 그런데 알고 보면 대부분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잘 모른다. 친구들을 만나 추억팔이를 해본 사람은 안다. 내가 모르는 내 얘기가 얼마나 많은지를.

내가 누구인지를 안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 가령, 정년이든 명예이든 퇴직한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고 프랜차이즈 자영업에 덤벼드는 걸 보자. 로망이라고까지 미화되기도 하는데, 이들 중 몇이나 살아남을까. 퇴직금을 다 까먹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왜일까.

자기 자신을 몰라도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할 수 있는 게 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자기 발견을 했다면, 할 수 있는 일인지를 꼼꼼하게 따졌을 테고, 어려움이 닥쳐도 잘 극복할 것이다. ? 자기 자신을 잘 아니까.

이런 점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자서전 쓰기는 자기 발견을 위한 가장 가치 있는 수단이다. 그래서 인생의 전환점에서 새 인생을 설계할 때 자서전 쓰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둘째, 나 자신과 화해할 수 있게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맘속에 풀지 못한 응어리를 하나둘씩 지니게 된다. 이걸 한()이라고 흔히 표현한다. 이 한은 항상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삶을 괴롭힌다. 열등감과 분노의 원천이 되고, 용기와 자신감을 갉아 먹는다. 심하면 마음의 병이 되기도 한다.

한을 풀려면 우선 그 한의 실체와 원인을 찾아야 한다. 나의 무의식 속에 잠자고 있는 응어리를 찾아내 그 응어리가 어디서 어떻게 비롯되었고, 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지금은 어떤 상태로 있는지를 찾아낸다면 이미 문제 해결은 절반을 넘어섰다.

그런 다음 맺힌 그 무엇을 입 밖으로 발산시켜야 한다.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해묵은 어떤 것을 내뱉고 나면 상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발산 방법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갈 정도는 아니고. 정신과 의사의 상담 치료를 생각해보면 그 방법이 보인다. ‘상담’. 무의식 속의 그 무엇을 털어놓으며 의견을 주고받는 것. 이런 한바탕의 응어리 풀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나 자신을 재발견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과정을 통해 만난 과거의 내 모습도 현재의 내 모습도 모두 나다.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화해한다. 그러고 나면 한은 언제 있었느냐는 듯 스르르 풀린다. 자서전 쓰기를 강의하다 보면 느닷없이 대성통곡하는 수강생을 만날 때가 가끔 있다. 꽉 막혀 있던 가슴속 한을 토로했기 때문이란다.

자서전 쓰기는 바로 이런 의식에 딱 맞는 행위다. 누구에게도 속 편히 말하지 못했던 내 삶의 이야기를 글이라는 창구를 통해 시원하게 털어놓고, 감정을 바깥으로 분출하는 것으로 커다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자서전 쓰기는 바로 나를 이해하고 나와 화해하는 심리적 치유 방법이다.

 

셋째, 후손들에게 물려줄 정신적 유산을 만든다.

사람들은 자손들은 절대로 나처럼 살게 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즐겨 한다. 이 말에는 자손이 나보다 더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신이 겪은 삶의 어려움을 겪지 않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길 바라는 부모의 진정성이 들어있다.

그런데 자손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의 삶을 고스란히 닮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한 집에서 먹고 자고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기 때문이리라. 생활양식을 공유하는 터라 습관도 비슷하고, 사람과 어울리는 모습도 비슷하다. 때로는 배우자까지 부모를 닮은 사람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렇듯 내 삶은 자식들을 통해 대물림된다.

자식들이 나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제대로 자식들에게 알려주는 건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사실 부모님이 어떻게 결혼했는지, 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스스로 관심이 없었거니와, 부모님들도 얘기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는가. 아빠 엄마의 연애담, 그 시절 먹거리 같은 아주 사소한 이야기라도 귀를 쫑긋 세운다. 자손들은 부모의 삶에 관심이 많다. 호기심이기도 하겠지만 그 이야기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요즘엔 자손들이 부모님 칠순이나 팔순 선물로 자서전을 출간해드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부모님 기꺼우시라고 하는 것도 있지만, 자손으로서 부모님이 더 나이 들기 전에 그분들의 삶을 알고 간직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긴 시간,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 자체가 자식들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유산이다.

이 세 가지 말고도 자서전을 써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문제는 어떻게 쓸 것인가인데, 조금 기다리시라. 차분히 이 글을 따라가면 어느 순간 자서전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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