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취임 5년만에 시가총액 3배로 키워내

구광모 LG그룹 회장

[CEONEWS=이재훈 기자] 최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출생한 주요 기업가들 가운데 그룹 총수 중에서는 1970년생인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이 재계 서열 순위가 가장 높았다. 이어 거론된 인물이 1978년생 LG그룹의 구광모 회장으로 10대 그룹 총수들 중에서도 가장 젊다.

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2018년 40세의 나이에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르게 된 구 회장은 어린 회장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듯, 취임 5년만에 LG그룹의 시가총액을 3배로 늘리며 안정적인 그룹운영을 이끌어왔다.

고객가치와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구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고도화와 더불어 전장사업과 전기차용 배터리, OLED 사업 등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이제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발굴해 나가기 위해 인공지능과 바이오, 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분야에서도 이목을 끌만한 사업을 묵묵히 진행 중이다.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19년 신년사에서 밝힌 것처럼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이라는 지향점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2020년에는 고객의 페인 포인트(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고, 2021년에는 고객 초세분화(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를 통해 고객을 깊이 이해하는 데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한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올해는 구성원이 LG의 주인공이 돼 만드는 고객 가치의 중요성을 각각 언급했다. 특히 구 회장은 작년 9월 사장단 워크숍에서도 "미래 준비는 첫째도 둘째도 미래 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 가치에 대한 관점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장기적 플랜과 만나 인재 영입과 차세대 리더 발탁에도 적극 나서도록 했다.

3M 해외사업을 이끌던 신학철 부회장을 LG화학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 것을 포함해 2018년부터 올해 5월까지 LG로 영입한 임원급 인재는 100여명에 달한다. 특히 LG AI연구원에는 2020년 세계적인 AI 석학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의 최고AI과학자(CSAI) 영입 이후 글로벌 석학의 합류가 잇따르고 있다.

구 회장의 인재 욕심은 지난 3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테코콘퍼런스’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2년 시작된 LG테크콘퍼런스는 LG가 인공지능, 바이오, 클린테크, 모빌리티, 신소재 등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우수 R&D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계열사 최고경영진을 비롯한 임직원이 LG의 기술혁신 현황과 비전을 설명하는 행사다. 이날 행사에서 구 회장은 각 계열사 임원들과 함께 국내 이공계 R&D 인재 400여명과 만나 "꿈의 크기가 미래를 결정한다"며 "꿈과 성장에 대한 고민이 더 큰 열매로 맺어지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제품, 기술, 서비스 등을 혁신해 고객가치를 창출한 성과를 격려하는 ‘2023 LG어워즈’를 개최해 기술력이나 사업 성과와 상관없이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심사한 최고의 ‘고객 감동 대상’도 선정했다. 구 회장은 “거창한 기술이나 우리의 만족을 위한 사업 성과가 아니라 고객 한 분 한 분의 작지만 의미 있는 경험이 모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LG에 대한 인정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LG어워즈가 추구하는 혁신의 목표와 방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LG어워즈에서 구광모 회장이 고객 대표,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지난 4월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LG어워즈에서 구광모 회장이 고객 대표,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AI 분야: 그룹 최초 글로벌 연구거점, 토론토 AI 랩

 

고객가치의 근간은 미래 사회를 대비해 변화된 환경에 대한 선제적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로 이어진다.

지난 3월 29일에 열린 LG그룹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 회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 토대를 더욱 단단히 만들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철저히 ‘미래 고객가치’에 지향점을 두고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이고 통합적인 대응체계를 갖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고객기반, 미래 기술, 인재와 같이 사업의 핵심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변함없이 지속하고,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새로운 성장축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10년, 15년 뒤를 대비한 '미래 기반 확보'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이 언급한 인공지능과 바이오, 클린테크는 이른바 ABC 사업으로 일컬어지는 미래 성장동력 분야다. 오랜 시간 공들여온 전장 및 배터리 사업분야에서 어느정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판단 하에 향후 10년 이상을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공지능 사업 육성을 위해 LG전자는 2018년 LG그룹 최초의 글로벌 AI 연구 거점인 'AI 랩'을 토론토에 설립했다. 현재 AI 랩은 토론토대와 산학 협력 과제를 수행하며 LG전자 내 AI 분야의 선행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8월 구 회장은 AI 랩에서 배경훈 LG AI연구원장과 이홍락 최고AI과학자(CSAI), 김병훈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등과 만나 AI 추진 현황을 직접 점검하고 미래 연구개발(R&D) 방향, 계열사 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AI는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고, 이를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따라 사업 구도에 커다란 파급력을 미칠 미래 게임체인저"라고 강조했다. 이어 "AI 관련 기술의 진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확보한 기술이 계열사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질적 사업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빠르게 적용하며 이를 통한 레슨런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여가자"고 당부했다. 또 "AI를 통한 혁신도 단순한 제품과 서비스의 개선 차원을 넘어 고객의 관점에서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치열하게 고민해가야 한다"며 "LG의 미래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집요하게 실행해 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LG는 AI 기술을 활용, 고객 관점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실행력을 높이고 필요한 핵심 역량 강화에 힘쓰기로 의견을 모았다. LG의 제품이나 서비스, 조직 운영에 AI를 활용하는 성공 사례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토론토에서는 벡터 연구소와 자나두 연구소를 찾아 AI 분야 최신 기술 동향을 살폈다.

세계 4대 AI 석학 중 한 명인 제프리 힌튼이 설립한 벡터 연구소는 기업과 대학, 스타트업이 협력해 머신러닝, 딥러닝, 로봇 등 다양한 AI 분야의 응용 연구가 진행 중인 곳이다. 구글의 딥러닝, 우버의 자율주행, 엔비디아의 컴퓨터비전 등이 이곳을 거쳐 탄생했다.

자나두는 2016년 설립된 양자컴퓨팅 선도 기업으로 기업 가치가 10억달러(약 1조3,400억원)로 추정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8월 미국 보스턴 소재 바이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랩센트럴'에서 요하네스 프루에하우프 랩센트럴 CEO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8월 미국 보스턴 소재 바이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랩센트럴'에서 요하네스 프루에하우프 랩센트럴 CEO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바이오 부문: 2030까지 글로벌 톱티어 제약사 목표

 

8월 북미지역을 방문한 구 회장은 LG화학 생명과학본부의 보스턴 법인(이노베이션센터), LG화학이 올해 인수 완료한 미국 제약사 아베오도 순차적으로 방문했다.

구 회장은 먼저 보스턴 이노베이션센터에서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본부장, 이동수 보스턴 법인장, 마이클 베일리 아베오 최고경영자(CEO) 등과 만나 신약사업 방향과 글로벌 상업화 역량 강화 방안을 점검하고 아베오 육성 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곳에서 구 회장은 항암 신약과 세포치료제 등의 혁신 신약 개발 전략을 점검하고, 아베오 인수 이후의 사업경쟁력 강화 현황도 살폈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2019년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보스턴에 법인을 설립했으며, 아베오를 활용해 글로벌 혁신신약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베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로 국내 기업이 FDA 승인받은 신약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한 것은 LG가 최초다. 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톱티어(일류) 제약사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다.

이어 구 회장은 미래사업을 글로벌 톱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 보스턴과 토론토에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과 스타트업을 찾아 미래 시장 분야 트렌드를 살피고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보스턴에서 세계 최고 항암 연구시설인 다나파버 암 센터와 바이오·제약 분야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시설인 랩센트럴을 잇달아 방문한 구 회장은 로리 글림쳐 다나파버 CEO와 함께 세포치료제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연구중심병원과 제약기업 간 협력 모델과 항암 연구의 새로운 동향을 살피고 의견을 나눴다. 다나파버는 해마다 1천여개의 임상을 수행하고 있으며, 최근 5년 동안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75종의 항암제 가운데 35종이 개발 단계에서 이곳을 거쳤다.

 

클린테크 부문: LG노바 거점으로 신사업모델 발굴

 

클린테크는 첨단 기술을 적용해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을 의미하는 말로 친환경 소재나 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를 총괄하는 단어다. 지속가능성에 집중하는 LG가 ESG 전략의 핵심이자 미래 성장의 중추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사업분야이기도 하다.

최근 LG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라라에 설립한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노바) 내에 클린테크 TF팀을 설립하고 인재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테크 TF는 LG전자가 클린테크 관련 신기술을 보유했거나 잠재력을 갖춘 스타트업 발굴에 직접 나서면서 미래성장사업으로 꼽은 클린테크 사업분야의 핵심 기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CSO부문 산하로 설립된 LG노바는 첨단 정보기술의 본산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역할을 담담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전문가이자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의 북구장을 역임했던 이석우 전문가 센터장을 맡아 조직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7월 회사의 미래 전략을 발표하며 “LG노바를 활용해 유망 스타트업의 기술을 찾고 미래 성장 분야에 대해 준비하겠다”는 대목에서 상당액이 친환경 에너지 등 클린테크 분야 투자에 사용될 것으로 시사했다.

서울경제가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클린테크 사업은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주로 담당하고 있다. LG화학은 미국 곡물기업인 ADM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해 미국에서 2025년까지 연간 7만 5000톤(t)의 생분해성 플라스틱(PLA)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LG화학 대산공장에도 바이오 원료 생산시설과 생분해성 플라스틱(PBAT) 생산시설을 짓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런 가운데 LG전자의 투자 거점 마련은 그룹의 핵심 주력사 중 하나로서 LG전자 또한 관련 산업의 진출 방안을 모색하며 보조를 맞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클린테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혁신 기업과 미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전문가들을 확보해 나간다는 것이다.

ABC사업에 대한 구 회장의 기대감은 LG화학 보스턴법인에서 했던 그의 발언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LG화학의 생명과학본부인 보스턴법인을 방문한 구 회장은 "그룹의 성장사를 돌이켜보면 LG는 늘 10년, 20년을 미리 준비해 새로운 산업을 주도해 왔다"며 "지금 LG의 주력사업 중 하나인 배터리 사업도 30년이 넘는 기술 개발과 투자가 뒷받침되고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끊임없는 실행을 이어간 도전의 역사"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이어 "LG의 바이오 사업이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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