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제치고 한국, 일본 롯데 총수 올라
특유의 공격적 투자로 사세 확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그룹)

[CEONEWS=최재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재계 서열' 5위로 롯데그룹을 발표했다. 2018년부터 3년 연속 5위를 달성한 롯데 앞에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굵직한 기업이 존재한다. 흔히 다섯 손가락 안에 들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롯데는 만족하지 않았다.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는 공격적인 투자로 사세를 확장해나가는 롯데의 신동빈 회장을 알아보자.

능력 인정받아, 롯데그룹 ‘컨트롤타워’까지

신동빈 회장은 1955년 일본 도쿄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그룹을 일구는 걸 보며, 일본 명문 사립학교인 '아오야마 가쿠인'에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전 과정을 다녔다. 

대학에선 경제학을 전공했고, 1977년 졸업 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살면서도 신 회장은 공부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고, 1980년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으며 학업을 끝마쳤다. 

신 회장은 졸업 후에도 경제 공부가 더 필요하다 느껴, 1981년 일본의 경제연구소인 '노무라증권'에서 신분을 숨긴 채 평범한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1988년까지 7년간 몸담은 후, 일본 롯데상사 이사로 입사하며 그룹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다. 

롯데상사 이사로 기분 좋게 출발선을 끊은 신 회장은, 1990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상무를 맡으면서 한국 재계에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후 1997년 한국 롯데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999년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2000년 롯데닷컴 대표이사, 2004년 호남석유화학 대표이사 및 롯데쇼핑 정책본부장 등을 겸임했다. 당시 정책본부는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로 업계에선 신격호 명예회장이 신 회장의 경영 능력을 인정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9년 5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9년 5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1년 7월 서울 송파구 롯데지주 본사에서 열린 ESG경영 선포식에 참석해 롯데그룹 경영진과 함께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1년 7월 서울 송파구 롯데지주 본사에서 열린 ESG경영 선포식에 참석해 롯데그룹 경영진과 함께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롯데그룹)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경영권 분쟁 우위 확보

신 회장이 정책본부장으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롯데그룹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버지인 신 명예회장이 보수적인 경영을 펼친 것과 대조적으로 신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공격적이다"라며 신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평가했다.

실제로 신 회장이 정책본부 본부장에 취임한 이후, 인수·합병한 회사는 36개에 달한다. 금액으로만 14조 원 규모다. 신 회장은 2004년 'KP 케미칼' 지분 53.8%를 1,785억 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06년부터 본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기 시작했다. 2006년 우리홈쇼핑을 편입시켰고, 2007년 빅마트와 나이스마트, 중국의 대형마트 'Makro'의 점포를 잇달아 사들였다.

2008년에도 네덜란드계 초콜릿 회사인 '길리안', ATM 사업인 '케이아이뱅크', '코스모 투자자문' 등을 인수했고, 2009년에는 현재 롯데주류로 이름 바꾼 '두산주류BG'를 5,030억 원에 인수하며 주류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이후 신 회장의 공격적 경영이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2010년 신 회장은 한 해에만 3조 6,600억 원을 쏟아부으며, 프랜차이즈 편의점 '바이더웨이', 영국 유명 화섬업체 아르테니우스,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부문, 이비카드, 말레이시아 타이탄, 중국 럭키파이, 데크항공, 필리핀 펩시, 파스퇴르유업, 파키스탄 콜손, 현대정보기술 등을 사들였다. 

2011년 이후에는 1조 원 규모의 거래가 4개에 달한다. 하이마트를 1조 2,480억 원, 케이티렌탈 1조 200억 원, 뉴욕 팰리스 호텔 약 1조, 삼성정밀화학 등 화학 부문 3조 원 등이다. 

특히 삼성정밀화학 인수는 신 회장의 공격적 경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유통 중심이던 롯데가 '화학'이란 날개를 달며, 신시장으로 발을 넓혀나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개별적으로 만나 직접 인수를 제안했다"며 "3조 원이라는 거금을 투입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신 회장 본인"이라며 신 회장의 거침없는 경영 스타일을 설명했다.

신 회장은 2011년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다가올 경제 상황이 쉽지 않아 보인다. 불황기에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현금을 충분히 확보하는 준비된 경영을 해 달라"며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철저한 시장조사와 사업성을 분석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진출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투자에 신중한 모습도 보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9년 5월13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9년 5월13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0년 11월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을 찾아 새로 증설한 메셀로스 공장 라인의 제품분쇄기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0년 11월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을 찾아 새로 증설한 메셀로스 공장 라인의 제품분쇄기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롯데그룹)

롯데그룹 왕좌에 앉다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한 신격호 명예회장은 롯데를 거대 기업으로 키운 후, 1965년 한일 협정으로 국교가 정상화되자 직접 국내로 건너와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이후 신격호의 롯데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1921년생인 신격호 명예회장은 연로해지자 롯데그룹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시작한다. 2010년 초반, 장남 신동주 회장을 롯데홀딩스 부회장, 차남 신동빈 회장을 한국 롯데 회장, 장녀 신영자를 롯데쇼핑 사장으로 임명하며 경영권 승계를 선언했다.
 
2015년 1월, 경영권 승계가 진행 중이던 중 갑작스레 장남 신동주 부회장이 그룹의 모든 보직에서 전격 해임당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신 부회장의 해임을 두고 재계 전문가들은 신 부회장이 신격호 명예회장의 눈 밖에 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신 부회장이 한국 롯데의 경영권을 두고 신동빈 회장과 지분 다툼을 했고, 한국 롯데그룹이 맡기로 한 동남아시아 진출 건을 신동주 부회장의 롯데홀딩스가 참여하며,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가 경쟁하게 됐다. 신 부회장의 롯데그룹 지분 욕심이, 신격호 명예회장의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신동빈 회장과 비교해 신동주 부회장의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신격호 명예회장과 롯데그룹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을 신임했다는 평가도 존재했다.

결국 같은 해 7월 롯데홀딩스 임시총회를 통해,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모두 승계받으며 왕좌에 앉게 됐다.

신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며 "직원과 임원의 지지를 얻을 수 없는 사람은 회사 경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신격호 명예회장의 기본 철학"이라며 "임직원의 지지가 없는 가운데 창업자의 지시서 한 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과 가족은 별개다. 기업의 문제는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신 부회장의 복귀설을 일축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2020년 1월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롯데별장에서 열린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노제에 참여하고 있다(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2020년 1월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롯데별장에서 열린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노제에 참여하고 있다(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8년 10월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8년 10월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사진=롯데그룹)

풍파 몰아닥친 신동빈의 롯데

왕좌에 앉은 신 회장에게 어려움이 닥쳤다. 신 회장은 2016년 횡령과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해당하는 1,250억 원 배임과 500억 원 횡령 등의 혐의를 받아, 4개월 동안 검찰의 대대적 수사를 받았고, 혐의가 입증되어 신격호 명예회장, 신 부회장과 함께 불구속기소 됐다. 

2016년부터 장기간 이어진 검찰수사는 롯데그룹에 큰 상처를 남겼고, 2019년 10월 대법원은 뇌물공여 및 경영비리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어려움은 신 회장 개인에게만 일어나지 않았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갑질 횡포를 벌였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롯데그룹의 이미지가 실추했다.

'롯데 갑질 피해자연합회'는 2019년 5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 기업 롯데'를 규탄했다. 이들은 롯데그룹의 갑질 횡포로 약 490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롯데그룹은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제대로 된 사과를 남기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그룹은 2020년 공정위에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조사한 2018년 1월 1일부터 2020년 10월 6일까지 ‘공정위 의결서에 따른 대기업 집단 과징금 부과 현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집단 제재 과징금 및 과태료 규모가 968억 9,6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롯데그룹이 606억 원으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 1위에 올랐다.

신 회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주변과 항상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존경받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며 "경영 투명성을 갖추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사회적 가치 창출을 기반으로 경영활동을 해나가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상생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 회장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0년 11월 오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52회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0년 11월 오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52회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롯데그룹)

ESG 경영, 한샘 인수로 발전하는 롯데

"ESG 경영은 재무 건전성 기초 위에 구축돼야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21 하반기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열린 'ESG 경영 선포식'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주요 내용은 2040년 탄소 중립 달성, 상장 계열사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 구성 추진, CEO 평가 시 ESG 관리 성과 반영을 골자로 한다.

롯데그룹은 ESG 전략 고도화를 추진하기 위해 올해 7월 경영혁신실 산하에 ESG 팀을 신설했다. 204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탄소 배출 감축 및 친환경 기여 목표를 10년 단위로 설정해 이행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공정 효율화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혁신 기술 적용 및 친환경 사업을 통해 완전한 탄소 중립을 실현할 방침이다.

신 회장은 이 선포식에서 "ESG 경영에 대해 오해하거나, 진정성에 대해 의심하게 만드는 활동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보여주기식 ESG 경영은 지양하고, 모든 의사결정에 ESG 요소가 적용될 수 있도록 각사가 적극적으로 실행할 것을 당부했다.

신 회장의 특징인 공격적 경영 스타일이 발동하며 국내 가구 업계 1위 한샘 인수를 추진한다. 롯데그룹이 한샘을 인수하게 되면 '현대백화점의 리바트', '신세계백화점의 까마시아'에 이어 국내 3대 백화점 모두 가구와 인테리어 업체를 계열사로 두게 된다. 

롯데는 한샘의 '성장성'을 주요 인수 요인으로 뽑았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이어지면서 홈퍼니싱 수요가 늘어나는 등 아파트 인테리어 시장과 가구 수요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통계청은 2008년 7조 원대였던 홈퍼니싱 시장 규모가 2015년 12조 5,000억 원으로 증가했고, 2023년에는 18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한샘을 인수하게 되면 리바트, 까시미아 등 백화점업계 인테리어 3파전이 예상된다"며 "특히 롯데는 한샘 인수를 통해 가구와 유통 부문 시너지를 통해 업계 1위 자리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 회장은 다른 재벌 2세와 달리 능력을 인정받아, 차남이 그룹의 주인에 오른 보기 드문 경우다. 그동안 총수와 그룹의 문제로 롯데 이미지가 실추했지만, 특유의 공격적 경영 스타일로 그룹을 끊임없이 확장 시키며 제자리에 머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신 회장의 다음 행보는 어디일까? 그가 내딛는 발걸음이 기대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7년 10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식에서 롯데지주 사기를 흔들고 있다(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7년 10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식에서 롯데지주 사기를 흔들고 있다(사진=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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