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최재혁 기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앞둔 13일 오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지난 1월 18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되면서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신원 확인 등 행정절차를 마친 뒤 10시 5분경 출소했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취재진에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 잘 듣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판결을 받은 9일 밤, 서울구치소를 찾아갔다. 12시를 넘긴 늦은 밤이라 그런지 구치소 안에 있는 이 부회장은 기쁘게 환호성을 질렀을지 모르겠지만, 잔잔한 풀벌레 소리와 시원한 바람만이 기자를 맞이했다. 이 부회장에 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싶어 구치소 지역주민, 만기출소자 등 일반 시민과 인터뷰했다. 돌아온 대답은 "(이 부회장 가석방에)관심 없다"였다. 가석방 소식으로 떠들썩한 사회 분위기와 달랐다.

서울구치소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가석방 출소자 전자발찌 부착 의무화' 기사가 떠올랐다. 작년부터 바뀐 조항으로, 이 부회장이 전자발찌를 차게 된다면 핫 이슈가 분명했다. 다음 날 기자는 서울구치소 교정본부에 전화했다. 담당자는 당황하며 "전자발찌는 보호관찰소 소관"이라고 반복하며 대답을 회피했다.

보호관찰소에 전화 걸었다. 상담원은 전자감독팀으로 전화를 돌렸고, 전자감독팀에서는 본인이 쉽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대변인실에 연락할 것을 안내했다. 대변인실에서는 워낙 취재 요청을 많이 받았는지 즉시, "담당 부서에 자료 요청한 후 연락드리겠습니다"라며 깔끔하게 응대했다. 서면 답변까지 오래지 않아 받았다.

13일 이 부회장의 출소 당일, 서울구치소를 오르는 길목부터 경찰과 시민들이 뒤엉켜 있었다. 온몸에 태극기를 두르고 '문재인 탄핵'이라는 글씨를 입은 옷에 새긴 시민은 확성기를 켜고 이재용 석방을 외쳤다. 경찰의 만류에도 본인의 할 말을 다 한 시민은 20분 후에 지쳤는지 길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이날 서울구치소 앞으로 수도권에 있는 언론사를 모두 불러 모았다. 방송, 신문, 잡지와 유튜버까지 한곳에 모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수도권에 4단계 거리 두기가 시행되고 있는 게 무색할 만큼 이 부회장의 출소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 옹기종기, 다닥다닥 모여있었다. 기자도 코로나가 무서웠지만, 마스크로 코와 입을 완벽하게 막은 후 취재에 임했다.

출소 시간이 다가올수록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보수 진영으로 보이는 시민과 '청년 정의당' 당원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정의당 당원이 방송사와 인터뷰하는 것을 보수 진영 시민이 방해를 한 것이다. 당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터뷰에 임하려 했지만, 얼굴 바로 앞까지 주먹을 내지르는 시민에 의해 인터뷰는 중단됐다. 큰 싸움으로 번질 뻔했지만, 주변인들의 만류로 다행이 무마됐다.

기다리던 이 부회장이 출소했다. 슬프고 억울한 얼굴을 한 이 부회장은 기다리던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했다.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표현했지만,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았다. 3분 정도의 인터뷰 끝에 기다리던 차에 올라탔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기사를 위해 회사에서 서울구치소까지 왕복하고, 시민과 이해당사자들의 인터뷰를 들으며 이번 주 내내 관련 취재를 했다.  이 부회장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막역한 친구가 된 것도 같다. 혼자 속으로라도 가까워진 김에 이 부회장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이왕 나왔으니 다시는 죄짓지 않아, 구치소에 들어갈 일 없으면 좋겠다. 또 국민의 기대에 맞춰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을 잘 운영했으면 좋겠다. 친구 이재용에게 바라는 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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