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 남북관계가 급진전됨에 따라 북한의 실상을 올바로 이해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북한사회의 시장경제화 진전을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문수 교수의 칼럼을 중심으로 ①가계 ②기업 ③경제정책 시리즈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북한의 변화상 이해하기 시리즈 - ① 북한 가계의 경제활동 변화

북한하면 배급경제, 통제사회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지금의 북한은 과거와 달라졌다. 북한 내 시장경제요소가 진전되면서 북한 주민생활도 종합시장 참여, 교통-운수 서비스 및 휴대폰 사용 등을 통해 크게 바뀌었다.

● 종합시장(장마당)의 확대

우선 북한에서 최근 시장화가 크게 진전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은 종합시장의 확대이다. 북한주민들이 통상 ‘장마당’이라고 부르는 소비재시장이 발전된 모습이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산하 한미연구소의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북한에서 운영 중인 종합시장은 2010년 200여개에서 2015년 396개로 2배로 늘었고 2017년 3월 436개, 2018년 2월 482개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북한정부는 김정은 집권 이후에 종합시장의 신설·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2014년, 2015년에 평안남도 안주시의 남흥시장, 강원도 원산시의 갈마시장과 세길시장 등 20개의 새로운 시장이 생겼고 약 71개 시장이 개·보수됐다.

종합시장 내 매대 수와 상인 수도 크게 늘면서 종합 시장의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접경지역인 압록강 연안에 있는 양강도 혜산 시장 의 경우, 매대 수가 2012년 12월말 3,600여개 였던 것이 2015년 3월 4,000여개로 2년여 만에 400개나 늘었다.

통일연구원이 2016년 탈북민 면담조사 및 구글 어스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종합시장의 전체 종사자 수 (시장관리소 인력 + 매대상인)는 109만 9,052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북한 전체 인구의 약 5%에 달하는 규모이다.

● 교통·운송 서비스 시장의 확대

최근 북한에서 시장화의 진전을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현상은 서비스 시장, 특히 교통·운송 서비스 시 장의 확대다.

90년대 경제난 이후 철도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수 송서비스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민간의 수송수 요는 크게 증가했다.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자 민간 부문은 자구책 차원에서 다양한 수송서비스 공급수 단을 개발했다.

1990년대 초중반에는 ‘써비차’라 불리는 불법적인 운송서비스가 활기를 띠었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민간부문의 시외버스, 시내버스, 택시 등의 새로 운 운송서비스가 등장하고 발전했다.

물론 북한에서는 운송수단의 사적 소유가 불허된다. 기관·기업소의 명의를 빌려 국가에 공식적으로 등록 하고 사업을 통해 획득한 수익의 일부를 해당 기관· 기업소에 명의 대여의 대가로 납부금을 내야 한다.개인들은 자신의 자금으로, 또는 사금융을 통해 조 달한 자금으로 중국 등지로부터 중고 및 신형 버스· 택시를 구입하고 연료의 공급, 차량의 수리는 물론 운전기사 고용 등 자신의 책임 하에 일체의 경영활 동을 수행한다.

버스의 경우, 북한 유통의 중심지인 평성시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 운행되는 시외버스 노선은 2013년 기준 49개로 대부분의 북한 주요 대도시를 연결한 다. 택시도 2016년 기준 평양에만 5개의 택시회사가 영업 중이며 1,500대가 넘는 택시가 운행되고 있다.

● 이동전화 및 부동산 시장의 창출·확대

북한에서 최근 새로운 시장이 창출·확대되고 있는 대표적 사례는 이동전화 시장 및 부동산 시장이다.

우선 이동전화 시장은 북한 체신성이 이집트 통신기 업 오라스콤과 함께 ‘고려링크’라는 합작회사를 설 립해 이동전화 판매 및 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 북 한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동전화 단말기는 대부분 중 국산 제품이다.

이동전화 서비스 가입자 수는 오라스콤이 북한에서 이동전화사업을 시작한 2008년 말에는 1,60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가입자 수가 2012년 2월에는 100 만 명, 2013년 5월에는 200만 명을 돌파했다. 2015 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은 북한의 이동전화 보 급대수가 370만대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오라스콤은 ‘고려링크’ 이용자들이 평양을 비롯해 북한 내 15개 주요 도시, 그리고 100여 개의 중소도 시에 분포해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시대 들어 신규 시장이 창출되고 확대되는 또 다른 대표적 사례는 부동산 시장이다.

북한정권은 ‘살림집 건설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우 며 민간자본의 참여에 의한 아파트 건설도 묵인 또 는 사실상 장려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성장을 추동하 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취임 직후인 2012년 6월 만수대 거리에 초고층 아파트 단지인 창전거리 건설을 완공 한 데 이어 은하과학자거리, 여명거리 등 도심재개 발, 뉴타운 건설을 추진했다.

아파트 신규 건설 붐은 평양 뿐만 아니라 신의주, 청진, 혜산 등 지방 대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국가 지시에 의한 것도 있지만 민간의 기획에 의해 추진되는 것도 상당히 존재한다.

엄밀히 주택은 국가소유이고, 주민들은 ‘주택사용 허가증’만 받지만 거주의 자유, 이동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주택은 영원한 자기 소유라는 의식을 만들어 냈고, 이것이 주택 매매의 제도적 토대를 이루고 있다.

 

● 가계의 시장경제활동 참여 확대

이러한 시장화의 진전, 특히 기존 시장의 확대, 신규 시장의 창출·확대 과정은 가계의 시장경제활동 참여 확대를 수반한다.

가계의 시장경제활동 참여는 양적으로 증가할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발전한다. 가계가 참여하는 시장경 제활동 자체도 개인수공업, 개인 상점·식당·숙박업소 운영, 아파트 수리·신축 등으로 매우 다양하고 풍부해졌다.

KDI가 탈북민 1,0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북한 가계의 전체 소득에서 비공식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2005년 이전까지는 공식 직업 소득비율이 높았지만, 2006~2010년에는 비공식 부업 소득 비율(56.3%)이 공식 직업 소득 비율(43.7%)을 앞질렀고 2011년 이 후에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심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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