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집정부제, 합리성 현실성 있는가

최근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쳐야 한다는 논의가 분분하다.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거나 집단지도 체제 형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검토되는 것이 내각책임제와 이원집정부제이다. 그동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회의원에 대해 불신이 크고 대통령을 직접 선거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내각책임제보다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는 것 같다. 일부 유력 대선주자도 협치 등을 내세워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고, 국회 개헌 특위에서도 이원집정부제가 집중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이원집정부제는 외교·통일·국방 등 외치(外治)는 대통령이 맡고 경제·복지·교육 등 내치(內治)는 국회 다수당이 추천한 인사 또는 국회에서 선출한 국무총리가 맡는 것으로 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프랑스 등 일부 국가가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 통치체제 개혁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을 보면 이원집정부제가 합리적이고 현실성이 있는지 제대로 된 검토 없이 거론되는 것 같아 걱정된다.

정치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 선거이다.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선거에 관심이 없는 국민도 대통령 선거에는 관심이 있다. 그 이유는 대통령이 모든 국정 과제를 총괄하고 국민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원집정부제에서는 대통령은 외치만을 담당한다. 그러면 이원집정부제에서 대통령 후보는 외교·통일·국방 공약만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국민은 다음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 복지정책 등 내치에 관한 정책이 어떻게 될지, 누가 맡을지 알 수가 없다. 외교·통일·국방은 중요한 국정 과제다. 그러나 일반국민이 더 관심이 있는 것은 일자리 창출, 세금 문제, 주택, 중소기업 정책, 복지, 교육문제, 노동문제, 지방행정 등 내치 분야이다.

그런데 중요한 내치 문제를 제쳐 두고 왜 외치만 담당하는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가? 내치는 아무나 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국민은 내치 정책을 몰라도 된다는 것인가? 이원집정부제에서 대통령 후보는 이론상 내치 공약을 해서는 안 된다. 만일 내치 공약을 한다면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국무총리 권한을 침해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방제 국가가 아니고 미국처럼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국가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외교·통일·국방만으로 대통령의 할 일은 많지 않다. 이원집정부제를 한다면 오히려 국민들이 관심 많은 내치 담당 대통령을 직선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할 경우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정당이 달라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타협의 정치가 잘 안 되는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협치가 될 것인가? 과거 프랑스에 좌파의 미테랑 대통령과 우파 시락 총리의 동거 정부가 있었다. 그 당시 두 사람이 상호 불신하여 국제회의에 미테랑과 시락이 동시에 참가한 우스꽝스러운 일도 발생했다. 프랑스는 이원집정부제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정당이 다른 데서 나오는 갈등이 커지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같이하고 선거도 동시에 실시하도록 개혁하였다. 또한 내치는 총리가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대통령이 중요 국정 과제를 챙겨 일반 대통령제와 별로 다를 것도 없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이원집정부제는 논리적 타당성이나 현실성 면에서 문제가 많다고 본다.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통령 권한의 지나친 집중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원집정부제 외에도 대통령의 인사권 제한, 각부 장관 권한 확대 등 다각적인 방안이 있으므로 제로 베이스(zero-base)에서 각종 대안을 검토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본다.

   
  (※ 이 칼럼은 '선진사회만들기연대'에서 기고한 내용입니다.)

    필자소개

    최종찬 ( jcchoijy@hanmail.net )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원장
    건전재정포럼 공동대표, NSI 정책광장 대표
    (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전) 건설교통부 장관, 대통령 정책기획 수석비서관
    (전)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장, 조달청 차장, 기획예산처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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