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수의 뻔한 여행 아닌 ‘Fun’한 여행
갬성 가득 함박마을과 명지마을의 변신

함박마을에서, 인더스트리얼 바다뷰
풍화일주로는 구불구불 돌아가고 언덕을 오르내리는 구간의 연속이다. 그 사이사이 그냥 휙 하고 지나치기엔 아까운 풍경들이 필름처럼 흘러간다. 부르지 않아도 한려해상국립공원이 나에게 다가온다. 차량이 드물어 잠시 정지할 수도 있지만 쉼의 넉넉함까지는 허락하지 않는다.

일주도로의 중간쯤, 함박마을에는 그 부족한 아쉬움을 원하는 대로 풀고 갈 수 있는 적당함이 있다. 이끼섬과 이름 모를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 건너 병풍을 두르고 앉아 손님을 맞는다. 마을의 호젓한 공기를 마시며 느릿느릿 둘러봐도 긴 시간을 요구하지 않아 서두를 일도 없다.

함박마을의 배양장 카페
함박마을의 배양장 카페

마을 앞바다에는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풍화리의 가장 큰 재산 굴양식장은 물론, 멍게 배양장도 함께 한다. 2층 건물의 멍게 배양장은 루프톱과 커피 그리고 와이드한 바다뷰를 갖춘 카페가 됐다. 멍게 배양장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카페.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 속에 널찍한 대형테이블과 바형 테이블로만 구성했다. 바다뷰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명지마을에서, 뉴트로 갬성 한 잔
이렇듯 해안을 따라 가는 길목마다 듬성듬성 풍화리 주민들의 삶의 현장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풍화리라고 해서 사는 모습들이 다 같지만은 않다.

함박마을에서 남쪽으로 잠시 내려가면 명지마을이 있다. 이 마을에 들어설 때는 트렌디한 뉴트로 감성이 가장 먼저 풍겨온다. 깔끔하게 정돈됐지만 이 집에 살던 이들의 하루하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카페, 통영촌집 화소반 때문이다. ‘꽃을 닮은 작은 상’ 위에 바다와 통영 그리고 시골 감성을 함께 담은 음료와 디저트들을 차려내는 집 화소반이 손님을 맞이한다.

갬성 가득한 화소반 내부
갬성 가득한 화소반 내부

‘마당 넓은 집’이란 부제가 달린 통영촌집 화소반은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100년 가까운 구옥 속에 통영의 전통과 현대의 미적 감각이 더해진 레트로 감성의 카페다. 참기름병에 담아 나오는 로얄밀크티 등이 갬성을 자극하고 음악이 흐르는 실내 공간보다는 드러누워 때마침 내리는 보슬비를 맞을 수 있는 너른 마당의 평상이 더 반갑다. 평화로운 바다 앞에서 느끼는 시골집 온도에 할머니가 깎아주던 사과 한쪽이 그리워진다. 아, 앞바다에서 막 잡아온 해산물을 안주 삼아 가볍게 와인 한 잔으로 입을 적셔도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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