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수의 뻔한 여행 아닌 ‘Fun’한 여행
벨기에의 바다를 상상하는 카페 드 안트워프

통영 깊은 곳에 숨겨진 풍화리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다. 풍화일주도로를 따라 가볍게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지만, 시간이 여유롭다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멈추다 그렇게 여행하길 권하고 싶다. 통영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조금 더 감각적인 공간으로 진화한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보단 멈춤과 운동의 순환이 느껴지는 느림이 좋다. 섬 여행은 늘 그렇다. 낯선 절벽 위에 올라설 때의 떨림과 숨 막힘으로 떠나지만 어느새 가져간 그것들을 털썩 내려놓고 정지. 그리고 또 길을 따라가다가 다시 정지. 심장도 발걸음도 그저 이끄는 대로 순환을 이루며 섬 속에 온전히 젖어들고 만다. 섬 아닌 섬, 미륵도의 끄트머리에서도 그랬다.

카페 드 안트워프 2층 풍경
카페 드 안트워프 2층 풍경

시내를 빠져나와 통영대교를 건너 미륵도로 들어선다.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미수동을 지나 다시 서쪽으로 접어드는 길. 입구에서 낡은 이정표 하나가 풍화리를 가리킨다. 산양면 풍화리를 둘러싼 해안도로 풍화일주도로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된다.

풍화리도 과거에는 섬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흔적이 아련하게 남아있는 모습을 지금도 확인할 수 있다. 풍화리는 생긴 모양이 ‘게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조선시대에는 ‘게도’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뾰족하고 뭉툭한 만과 곶들이 끊임없이 교차하면서 기다란 리아스식 해안을 만들고, 그 해안을 따라서 일주도로가 한 바퀴 원을 그리면서 이어진다. 약 7km, 도로의 끝은 다시 그 길의 시작점으로 연결된다.

카페 드 안트워프 2층 내부
카페 드 안트워프 2층 내부

 

풍화리에서, 벨기에의 바다 풍경

멈춤을 위한 첫 장소는 카페 드 안트워프. KBS 인간극장 <상국씨가 풍화리로 간 까닭은>의 주인공 가족이 운영하는 카페다. 유럽여행에서 구매한 각종 앤티크 가구와 소품들로 장식되어 유럽의 가정집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 카페 이름은 가구들을 벨기에의 안트워프 항에서 선적한 탓에 붙인 이름이다.

신선한 재료와 진정성을 담아 상국씨는 커피를, 게이코는 티라미수를 만든다. 카페 옆에는 역시 상국씨 부부가 운영하는 비슷한 분위기의 게스트하우스도 있다. 빈티지한 유럽풍의 건물 안에 4개의 객실과 1층 공유식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삼나무로 꾸며진 각 객실마다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고, 창밖으로 평화로운 향촌마을과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객실은 온돌과 침대로 선택 가능하다.

상국씨, 게이코 부부
상국씨, 게이코 부부

서울에서 풍화리로 이주해와 카페 문을 연 상국씨 부부가 텃밭에서 막 딴 향긋한 허브잎으로 차 한 잔을 만들어준다. 상국씨는 이곳에 진짜 살아있는 자연이 있다고 말한다. 통영관광지도를 꺼내봤다. 경상남도수산자원연구소와 몇몇 지명 외에는 어떤 관광지 이름도 찾을 수 없어서인지 지도에 그려진 풍화일주도로가 유독 큰 대로처럼 보인다. 카페 안트워프 2층의 커다란 통창은 그 길 너머에 바다를 품었다. 벨기에 안트워프에 가면 이 바다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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