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창해’ 정신으로 KT 부활 신호탄을 쏜 CEO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

 

[CEONEWS=조성일 기자] 전임 사장의 6개월가량 경영 공백을 딛고 KT 부활을 책임진 CEO가 있다.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사장의 어깨에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짐이 지워져 있다. 예전 같지 않은 KT의 위상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다. 그의 성적표는 일단 기대치를 넘어선 걸로 보인다. 회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인 주가가 지난 연말 기준 취임(20238) 때보다 17%가 상승했다. 조직개편과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낸 결과로 풀이된다. 아마도 김 대표가 직접 만들었다는 사자성어 공제창해(共濟滄海)’, 넓고 험한 바다를 함께 건너간다는 인문학적 정신이 회사에서 깊은 공감을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KT CEO 김영섭은 누구인가.

 

민영화 세 번째 외부인사 출신 CEO 김영섭 대표.
민영화 세 번째 외부인사 출신 CEO 김영섭 대표.

 

KT 민영화 이후 세 번째 외부 출신 CEO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8월 취임했다. 그의 대표 취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걱정이 함께 존재하는 양가적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일단은 걱정은 줄이고 기대를 키웠다는 평가다.

김영섭 대표는 취임하면서 4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고객·역량·실질·화합’. 아마도 2002KT 민영화 이후 세 번째 외부 출신 CEO라는 점과 KT의 당시 상황을 고려하여 앞으로의 경영 방침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문제의식은 “KT는 유무형 자산 외에도 인재 및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 근간을 책임진다는 자부심 등 자산이 많은 기업이라는 데서 출발했다. 따라서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지속 성장 기반을 건실하게 쌓아가면 더 힘차고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는 게 그의 확신이었다.

김 대표는 모든 업무에서 고객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한다고 했다. 고객의 니즈와 불만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찾아내고, ICT 경쟁력 제고와 함께 본업인 통신 사업도 단단하게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역량은 고객이 원하는 혁신을 잘 지원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높여야 하며 통신 네트워크 안정 운용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KT 혁신 성장 전략인 디지코(DIGICO)를 추구함에 있어 나이와 직급에 관계없이 뛰어난 역량이 있으면 핵심 인재로 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질은 사업의 근본인 통신과 ICT의 내실을 다지고,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성과를 추구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숫자를 만들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기보다는 사업의 본질을 단단히 하고 미래 성장의 에너지를 쌓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화합은 동료로서 상호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며, 특히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더가 단기적인 외형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24년 1월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5차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
2024년 1월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5차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

 

경영 핵심 키워드 디지털 혁신 파트너

 

김영섭 대표는 일단 표류하던 조직부터 추스르는 가운데, 지난해 연말 단행된 정기임원인사는 쇄신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기능 중복 해소를 통해 조직을 효율화하면서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임원 수를 20% 줄이는 한편 대폭적인 물갈이를 단행했다.

이 인사엔 김영섭 대표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나타내주는 바로미터였다. 준법 경영 강화와 신뢰 회복에도 역점을 두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한편 기술혁신부문을 만들어 정보기술 쪽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했다.

이런 가운데 김영섭 대표는 올해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디지털 혁신 파트너를 제시했다. 김 대표는 취임 당시 제시했던 ‘IT 전문성을 강화해 과거 통신기술(CT) 중심의 사업구조를 뛰어넘어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기업으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평가하면서 성장을 위한 혁신의 출발선에서 과감한 실행을 주문한 것이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기술 경쟁의 핵심 화두로 속도를 제시했다. 혁신을 위한 과감한 실행과 더불어 빠르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대표는 개인한테 딱 맞는 것을 제일 먼저 제공하면 성공할 수밖에 없는데, 전 세계에서 1등 하는 회사는 다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기술이 일정 수준 완성되면 그걸 가지고 빠르게 업무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전체 조직이 업무와 과제를 처리하면서 혁신적인 서비스와 네트워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또 최근 이동통신사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화두인 인공지능(AI) 사업에도 혁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래서 KT 임직원이라면 당연히 AI에 관한 관심을 더 높여야 하고, 내가 하는 일과 방식을 AI를 통해서 하면 어떻게 될까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특히 앞으로 세상은 AI를 지배하는 사람과 AI를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나뉠 것이라고 전제하며, AI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현재 일하고 있는 개인을 넘어 조직 전체가 AI로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창의적인 조직론을 폈다. 각자가 맡은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렇게 일한 것이 모이면 상상할 수 없는 폭발력을 갖게 된다. 절대로 만들기 힘든 것을 만들어내는데 창의보다 더 높은 개념의 성과 창출이 가능하다. 각 개인과 조직의 창의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2023년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3의 KT 전시관.
2023년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3의 KT 전시관.

 

LG 출신의 뼛속까지 재무통’ CEO

 

세 번째 외부 출신 CEO인 김영섭 대표는 ‘LG 출신 CFO’라는 말로 그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CFO최고 재무 책임자임을 뜻한다는 점에 비추어 기술보다는 재무 쪽에 전문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사람들이 그를 두고 뼛속까지 재무통이라고 설명한다.

‘LG’ 그룹 출신이라는 점에서 삼성 출신 황창규 전 회장이 조직에 삼성 문화를 이식시켰듯, 김영섭 대표의 정체성으로 보아 ‘LG 문화가 옮겨갈 거란 점에서 재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경북 문경 출신인 김영섭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LG상사(LX인터내셔널)의 전신인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총무과와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을 거쳐 LG CNS 솔루션사업본부장,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다. 2015년부 LG CNS CEO를 맡았었다.

이 간단한 이력에서 보듯 LG맨 김영섭 대표는 원가절감 등 재무개선에 나름 큰 역할을 했다. 인건비 위주의 LG상사에서 잔뼈가 굵은 터여서 김 대표는 LG CNSCFO 시절에는 사람 머릿수가 아니라, 서비스를 정량화해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따라 프라이싱(pricing, 회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결정하는 것) 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특히 김 대표가 LG CNS 대표 시절 단행한 구조조정은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회자된다. 그가 취임할 때인 201565백여 명에 달하던 임직원 수가 2년 후인 2017년엔 20%가량 줄어든 53백여 명에 그쳤다는 것. 일부 해외법인과 콜센터 운영업체, 카셰어링 업체, ATM 사업부 등을 매각했고, 그 결과 해당 기간 영업이익은 997억 원에서 2156억 원으로 곱절 이상으로 뛰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두고 재계에서는 “LG 그룹 출신 CFO가 지나간 자리에는 풀 한 포기 남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들의 원가절감 능력은 상당하다라는 말이 돌 정도로 김 대표가 재무제표 개선에 힘을 쏟는 진정성을 알만하다.

김 대표가 LG CNSCEO에 취임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제시한 사자성어 키워드를 보면 그의 경영관이 어떠한지 알 수 있다. ‘해현경장’(解弦更張)사요무실’(事要務實). ‘해현경장은 거문고 줄을 바꿔 매듯 느슨해진 것을 조여 긴장하라는 의미다. ‘사요무실은 일할 때 중요한 것은 형식보다 실질에 힘쓰는 것이라는 뜻이다. 중요하고 급한 일을 핵심만, 빠짐없이 보고하되, 보고할 내용 100가지가 있어도 가장 중요한 3가지만 보고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함께 한 김영섭 KT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함께 한 김영섭 KT 대표.

 

한문에 조예 깊은 고전 매니아

 

어려서 서당 공부를 했던 김 대표는 한학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까지 받았던 그의 한문 실력은 앞에서 말한 공제창해이라는 사자성어를 만드는 수준이다.

고전을 즐겨 읽는다는 김 대표는 KT 대표로 취임한 후 한비자(韓非子)를 탐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중국 전국시대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저작으로, 한비 등이 여러 명이 썼다. 신하가 왕을 시해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등 비윤리적 행위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등 한나라가 쇠퇴의 길을 걷자 한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체제로 법치를 내세웠다. 김 대표의 한비자에서 얻은 통찰력은 원칙과 능력을 중시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김 대표는 연공서열로 연봉을 책정하는 제도를 못 마땅해한다. 물론 임직원들을 정량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해서 김 대표는 LG CNS 시절 역량이 뛰어난 직원에겐 나이·직급에 상관없이 더 많은 보상을 주는 기술역량레벨평가 제도를 도입했다고 한다. 일부의 반발은 직접 임직원들과 소통하며 기술 중심 회사로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30회 넘게 열었을 정도였다.

이런 소통 전문가 김 대표가 키를 잡은 KT는 또다시 도약하기 위한 힘찬 날갯짓을 시작한다.

kt 판교 신사옥 조감도.
kt 판교 신사옥 조감도.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 출신 CTO(최고 기술 관리자)를 영입하여 IT 부문과 R&D 부문을 통합해 설립한 기술혁신부문을, 삼성SDS,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 등을 거친 디지털 클라우드 기술 컨설팅 전문가를 스카웃해 KT그룹 내 클라우드, AI, IT 분야 기술 컨설팅 조직을 각각 맡기는 등 전문성을 강화했다.

또한 NFT 발행·관리 플랫폼 민클과 중고폰 거래 서비스 그린폰 사업과 같은 비주력 신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한편 베트남에 시범 적용했던 디지털 헬스 케어 서비스 ‘KT 마이 케어등을 국내 출시하는 등 플랫폼 중심으로 헬스 케어 사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재무통이지만 LG CNS 대표 시절 스마트물류와 스마트시티 등 IT 분야에서 성과를 낸 경험이 있는 김영섭 대표여서 이런 KTIT 신사업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통신망부터 준비하는 인프라 퍼스트의 접근이 아닌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제시하는 디지털 서비스 퍼스트의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영섭 대표. 그가 펼칠 KT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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