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중시의 ‘갓뚜기 정신’ 실천하는 가정적인 CEO

함영준 오뚜기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CEONEWS=조성일 기자] 텔레비전 광고에 비친 우리 먹거리 중 가장 뜨거운 경쟁 품목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라면을 떠올리는 게 낯설지 않다. 매운맛, 순한맛, 짜장맛, 마라탕맛. 그 맛의 세계도 우리의 상상력을 압도한다. 생각할 수 있는 건 모두 라면으로 만들 수 있는 거 같다. 이 중 특별히 눈에 띄는 기업이 있었으니, 바로 오뚜기이다. 농심의 1위 자리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원조 격인 삼양식품마저 저만치 따돌리고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뚜기는 라면뿐만 아니라 웬만한 식품과 양념류를 만드는 종합식품회사로,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기업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이 오뚜기를 갓뚜기라고 부른다. 왜일까? 그건 바로 오뚜기를 이끌고 있는 함영준 회장의 리더십에서 나왔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미담 제조 기업 오뚜기가 갓뚜기된 사연

 

사실 소리소문없이 착한기업인 오뚜기의 별칭 갓뚜기가 사람들의 입에 폭발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의 호프 미팅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 미팅에서 문 대통령이 함영준 회장에게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고 인사를 건넨 사실이 알려졌던 거다.

함영준 회장은 문 대통령의 이 칭찬의 인사말에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는 말만 반복했다는 일화도 함께 만들어졌다. 오뚜기는 애초 이 미팅에 초대받을 기업이 아니었다. 이날 모임에는 국내 15대 기업이 대상이었다. 그런데도 중견기업인 오뚜기가 초대된 것은 모범 기업이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럼 오뚜기가 신을 뜻하는 (GOD)’과 오뚜기의 뚜기가 합쳐져서 갓뚜기로 불리는 건 무슨 이유일까. 사람들은 오뚜기가 미담 제조 기업이라는 점을 그 이유로 꼽는다.

첫째는 뭐니 뭐니 해도 성실한 상속세 납부를 꼽는다. 20169월 선대 함태호 회장에게서 오뚜기 주식을 상속받은 함영준 회장은 15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성실히 납부했다고 한다. 많은 기업이 자식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면서 갖가지 편법을 동원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두 번째는 완전 고용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는 선대 회장의 경영철학을 실천하며 정규직이 99%에 육박할 만큼 정규직 고용을 고집하고 있다.

세 번째는 석봉토스트와의 인연이다. 노점상 신화 주인공인 김석봉 씨가 운영하는 석봉토스트가 노숙자와 어려운 이웃에게 토스트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사실을 알고 오뚜기가 소스를 무료로 공급했다고 한다.

네 번째는 10년간 라면 가격 동결을 꼽을 수 있다.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커지자 이익보다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여 10년간 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이 공로로 ‘2017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다섯 번째는 협력사들과의 상생이다. 한 기업이 성장 발전하는 데는 협력업체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칫 갑과 을의 관계로 갈등을 빚곤 하는데, 오뚜기는 협력업체에 물품값을 제대로 쳐주는 걸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한번 인연을 맺은 협력업체와는 이탈 없이 오래 거래한다고 한다.

이 밖에도 1992년부터 30년간 5천 명이 넘는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비용을 후원하는가 하면 1996년부터는 함태호 선대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여 장학재단 오뚜기 재단을 만들어 장학 및 학술 진흥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러니 사람들이 갓뚜기로 부르지 않을 수 없고, 문재인 대통령도 초대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2023년 4월 7일 오뚜기 식품안전과학연구소 개소식에서 현판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3년 4월 7일 오뚜기 식품안전과학연구소 개소식에서 현판식이 진행되고 있다.

 

후발업체 핸디캡 딛고 라면 매출 2위 기업

 

함영준 회장은 이런 사회적 찬사를 무척 부담스럽게 여긴다. 선대 회장의 뜻에 따라 인터뷰나 강연 같은 일에 일절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도 기업운영과 선행은 묵묵히 실천하는 것이라는 나름의 기업가 철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함영준 회장이 오뚜기에 입사한 것은 1984년이다. 1981년 국내 최초의 레트로트(retort, 전자렌지 같은 기구에 데워먹는 식품) 제품인 전설의 ‘3분 카레/짜장이 공전의 히트를 쳤고, 1983년 식품연구소까지 세우는 등 오뚜기가 도약의 디딤돌 위에 서 있을 때였다.

함 회장은 카레가 주력 상품인 오뚜기에 라면이라는 품목도 추가했다. 1987년 라면 스낵 생산업체 청보식품의 자산을 인수해 오뚜기 라면을 세웠던 거다. 오뚜기 라면이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다. 청보식품의 라면 맛이 소비자들에게 그다지 좋지 않았던 터여서 청보식품에서 론칭한 진라면열라면을 리뉴얼해 재출시했지만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의 외면이 꽤 오래 이어졌다.

하지만 함 회장은 스프 맛에 신경을 쓰는 한편 면의 식감에 승부를 걸었다. 지금은 일반화됐지만 당시 면발 반죽에 계란을 넣으면서 히트 조짐을 보였다. 이런 노력의 과정을 통해 오뚜기 라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했고, 라면 원조인 삼양식품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특히 진라면의 순한맛은 매운 걸 싫어하는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며 진순이란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여기에다 청와대 호프 미팅이 큰 화제가 되면서 오뚜기의 명성을 더 갓뚜기가 되도록 북돋웠다.

그러다 오뚜기는 2013년 하반기의 라면 시장 점유율에서 후발업체의 핸디캡을 딛고 마침내 삼양식품의 2위 자리를 빼앗았다. 참깨라면과 열라면, 진라면의 리뉴얼한 맛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오뚜기는 이런 성공에 자신감을 얻고서는 더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특히 2014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26개월간 공식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면서 주목받았다. 201471일 목동 야구장에서 넥센 히어로즈의 브론즈 스폰서로서 함께 오뚜기 데이행사를 개최하면서 스포츠팬들을 공략하기도 했다.

 

딸 함연지와 힙한 패션을 한 함영준 회장.
딸 함연지와 힙한 패션을 한 함영준 회장.

 

비정규직 없는 인재 중시 경영철학

 

함영준 회장은 20103월에 함태호 선대 회장으로부터 오뚜기의 경영권을 승계받았다. 이제 시쳇말로 회사의 지존이 되었지만 함 회장은 선대 회장인 아버지가 일군 오뚜기를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경영철학을 실천하려고 한다.

함 회장은 아버지 선대 회장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아침 식사 때 으레 온 가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였고, 나이가 들 때까지 아버지와 재미있게 놀았다고 한다. 아마도 회사 경영에 관한 다양한 지혜와 팁을 이 자리에서 물려받았을 걸로 보인다.

이렇게 음으로 양으로 경영수업을 받은 함 회장은 선대 회장처럼 인재를 중시하는 경영을 하는 CEO로 유명하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거의 모든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만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그의 인재 중시 정신은 지난 2019년 오뚜기 창립 50주년 기념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가 말하는 인재관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대하며 인간적으로 판단하는 회사 고유의 오뚜기 정신이다. 그러면서 함 회장은 오뚜기는 무엇이 올바름인가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을 찾을 것이며, 그 올바름에 대해 항상 정직할 것라고 강조했었다.

오뚜기가 원하는 인재는 부모와 윗사람을 공경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예의범절을 갖춘 인재로서 조직과 가정에서 절약 정신을 실천하는 인재 법규와 약속을 지키고 올바른 행동을 솔선수범하여 실천하는 인재 마음과 정성으로 사회와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실천하는 인재이다.

함 회장의 인재 사랑의 실천 사례로 사내 오뚜기 어린이집 설치를 꼽을 수 있다. 사실 많은 젊은 직원들이 아이 양육 문제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건 한 회사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 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오뚜기 어린이집 개소는 직원들이 맘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든 것이고, 직원들은 출산으로 보답하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한다.

이 같은 함 회장의 기업관은 한 마디로 가족 같은 분위기로 일할 수 있는 회사’, ‘행복한 가정을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회사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거다.

뮤지컬배우로 활동하는 딸 함연지와 관계에서 딸바보아버지의 모습을 보이며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걸 보면 함 회장이 집과 가족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이 가정적인 모습은 고스란히 회사의 인재관으로 연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글로벌 역량 강화하는 한해 만들 것

 

함영준 회장은 올 2024년을 글로벌 오뚜기라는 캐치프레이스 아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한해로 삼기로 했다. 국내에서의 성장은 물론이거니와, 해외에서도 오뚜기 제품의 인기를 한껏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그래서 올해는 해외에서 보들보들 브랜드에 대한 인지를 확대하고, 오뚜기 베트남 라면 공장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라면을 생산하여 할랄라면 시장에 본격 진입할 작정이다.

오뚜기의 메인 제품인 진라면을 비롯하여 특히 인기가 있는 보들보들치즈라면을 전위대로 삼아 진라면 치킨맛’ ‘진라면 베지’ ‘보들보들 치즈라면’ ‘보들보들 치즈볶음면등으로 승부할 작정이다. 사실 보들보들치즈라면은 오뚜기의 글로벌 전략 제품으로 약 10년여간 꾸준히 수출 국가가 증가하고 매출 성장을 일궈낸 오뚜기의 글로벌 스테디셀러 제품이다.

오뚜기는 지난 2022년에 매출 31833억 원을 기록했는데, 그중 10.3%에 해당하는 3265억 원이 해외 매출이다. 올해는 이 비중을 더 높이는 한편 라면 수출액 1천억 원 돌파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래서 함영준 회장은 딸 함연지 씨의 시아버지이자 사돈인 LG전자 출신 김경호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1969년 창립 이래 인류 식생활 향상에 기여하여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는 사명을 바탕으로 건강한 식문화를 선도하는 기업 오뚜기의 회장이 되면서 함영준 회장은 보다 좋은 품질, 보다 높은 영양, 보다 앞선 식품으로 인류 식생활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경영방침을 세우고 경영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2 월 18 일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 제14회 오뚜기 창작요리경연대회' 시싱식 모습.
지난해 12 월 18 일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 제14회 오뚜기 창작요리경연대회' 시싱식 모습.

 

함 회장은 머리 쓰고 땀 흘리자는 생활신조를 실천하고 있다. 특히 고객 행복이 나의 행복이자 오뚜기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함 회장은 늘 행복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그것만이 고객에게 맛있고 안전한 식품을 제공하고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을 실천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은 오뚜기 함영준 회장은 “‘보다 앞선 식품으로 보다 앞선 기업이 되는 글로벌 오뚜기가 되도록 전진하자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착한기업 오뚜기가 올해는 또 어떤 미담을 만들며 세계 속에 오뚜기처럼 우뚝 설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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