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서재필 기자] 태영건설이 최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직접 채무는 1조 30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살펴볼 이슈는 단순 태영건설만의 리스크가 아니라는 것이다. 태영건설을 유동성 위기로 몰고 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채무는 9조1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작은 시행사가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에 대해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보증을 선 규모는 9조 1819억원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태영건설과 관련된 시장의 자금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PF 사업장과 건설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태영건설의 채무에 보증을 선 사업장은 122곳이며, 채권단은 400여곳에 이른다.

지난해 초 레고랜드의 유동성 사태로 건설 시장 내 유동성 경색이 일어난 바 있다. 이는 단순 건설사들의 자금 유동성뿐만 아니라, 수주 감소, 준공 감소 등 주택 공급난을 불러일으켰으며, 그 외 다양한 시장의 문제점들을 야기했다.

건설사들의 PF 리스크는 금융시장 내에서도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업종에 투자하는 것을 기피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면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은 물론 유동화증권 차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말 그대로 ‘줄도산’ 리스크도 우려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태영건설의 위기가 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태영건설 이후 ‘다음타자는 누가 될 것이냐’라는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건설사들이 ‘연쇄 부도’를 겪었던 아픈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유동성 경색까지 가지 않더라도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은 확실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전국 건축 허가 면적은 전년동기대비 32.8% 줄었다. 전국 아파트 공급 물량도 올해 21만여가구로 집계되는데, 이 마저도 전년대비 40% 감소했다.

이처럼 이미 건설사에는 한파가 불어 닥쳤는데, 태영건설 사태로 또 한번 한파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100~300위권 건설사들의 워크아웃 결정은 리스크가 크지 않지만 태영건설은 지난해 2023년 시공능력평가 16위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중견건설사다. 그만큼 하도급 기업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불어 PF 구조도 고려해야 한다. 특성상 금융사가 자금줄이고 보증은 건설사가 서기 때문에 채무는 건설사에게 잡힌다. 16위 태영건설 사태로, 건설사에 대한 금융사들의 불신이 확대되면 20위 아래 건설사들은 쉽사리 자금 융통을 받을 수 없게 되고, 이러면 건설 수주도 어렵게 되며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과 함께 지난해 신용등급이 하락된 기업들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GS건설의 신용등급은 종전 A+에서 A0로, 동부건설의 단기 신용등급은 A3+에서 A30으로 내렸다고 한다. 신세계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도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될 가능성이 크다.

10대 건설사들은 자금 유동에 큰 문제가 우려되진 않겠지만, 지금은 금융당국과 더불어 중견 건설사들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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