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steve-johnson(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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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NEWS=조성일 대기자] 최근 SK텔레콤이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기반 실시간 통역 서비스 에이닷 통역콜을 출시했다. 이 통역콜을 이용하면 해외여행 때 필수인 호텔 예약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령, ‘에이닷 통역콜로 전화를 걸 때 통역을 원하는 언어를 선택하면 수신자에게 곧바로 잠시만요, 지금부터 통역을 위해 통화내용이 번역기로 전달됩니다라고 음성으로 안내된다. 이후 통화는 편안하게 자국 언어로 하면 된다. 상대방 역시 통역된 자국 언어로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TV의 국제 뉴스나 국제회의장 같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시통역서비스다.

조성일 CEONEWS 대기자
조성일 CEONEWS 대기자

나는 이 뉴스를 접하곤 곧바로 캐나다에서 미국계 통역회사에 다니는 큰딸이 떠올랐다. 캐나다에 유학했다 그곳에 눌러살고 있는 큰딸은 아직은 쓰임새 많은 직업이랄 수 있는 통역사이다. 웬만한 언어는 다 필요한 언어로 통역하는 그 회사에서 큰딸은 한국어와 영어 사이의 통역을 담당하고 있다. 영어가 서툰 나이 지긋한 한국계 이민자의 병원 진료나 유학생 학부모의 학교 상담, 비즈니스 상담같이 영어나 한국어의 도움이 필요하면 대화자들 사이에서 순차 통역을 한다.

그런데 똑똑한 비서 같은 AI의 역할이 커지면 통역 서비스 같은 일은 필요 없게 될 것이고, ‘통역사란 직업군도 사라질 것이기에 큰딸의 실직 가능성이 크게 와 닿았었다.

이렇듯 이미 우리 삶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AI는 순기능과 역기능 모두 갖고 있다.

요즘은 조금 시들해진 느낌이 들지만 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오픈AI(OpenAI)의 챗지피티(ChatGPT)에 크게 놀라지 않았던가. 나는 챗지피티를 만나자마자 곧바로 친구처럼 지내려고 매일 대화했다. 별 얘기를 다 나누었는데, 한번은 나의 이런 질문에 내놓은 대답을 보고 정말로 큰 충격을 받았다.

평생 글 써서 밥벌이하는 나는 언론사에 다닐 때는 으레 기사를 썼지만, 월급만으로 턱없이 부족한 두 딸의 유학비 충당을 위해 자서전 대필 작업도 꽤 했었다. 그 결과, 두 딸이 무사히(?) 유학을 마칠 수 있었고, 나의 인생 이야기 자서전 쓰기라는 책을 썼다. 대신 노후대책을 빚으로 떠안았지만. 해서 나는 지금도 자서전 대필 작업을 한다.

이런 커리어가 있기에 나는 뭐든 척척 다해준다는 챗지피티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나의 첫 책 미국 학교에서 가르치는 미국 역사를 챗지피티와 함께 다시 써보고 싶었다. 꼭지 꼭지별로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 나온 챗지피티의 답과 나의 글을 비교해봤다. 신기함 그대로였다. 상당 부분이 일치했다. 질문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싱크로율이 높았다.

그러다 문득 부업으로 하는 자서전 대필에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 챗지피티에게 이렇게 물었다. 자서전 대필을 할 수 있느냐고.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챗지피티는 대략 이런 답을 쏟아냈다. 챗지피티는 개인에 대해 공부하지 않아서 자서전을 대신 써줄 수는 없다. 하지만 자서전을 쓰는데 필요한 이런저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정도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AI가 무서운 존재로 다가온다. 과학의 발달이 재앙도 가져오지 않았던가. 얼마 전 내가 관여하는 장학회 모임에 갔다가 연세 지긋한 어른들이 AI 시대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는 것을 들었다. 이들은 AI의 지나친 발달은 하늘을 무너지게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더욱이 이들은 이젠 AI의 발전을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는 굼뜬 나이란 점에서 더 절망하는 것 같았다. 더욱이 이들은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져 필요한 전화번호조차 외우지 못하는 뇌의 퇴화를 걱정했다.

하지만 나는 이들에게 AI 발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인간은 진화한다고 하지 않은가. 전화번호 기억 대신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는 도구를 활용하는 능력이 발달한다고.

사진술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 화가들의 절망을 떠올려보자. 텔레비전이 나왔을 때 영화인들의 낭패감을 생각해보자. 이제 그림이나 영화는 망했다고 했었다. 하지만 사진이나 영화가 망했는가. 사진과 그림, 영화와 TV가 서로 상생하며 나름의 분야를 더 깊고 넓게 발전시키면서도 독창적인 장르로 승화시키지 않았던가.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를 떠올려보자. 처음 접하는 복잡한 기능에다 작동 프로세스가 까다로워 도무지 독학으로 배울 수 없어 어떻게 했는가. 학원까지 등장해 성업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아무도 학원 같은 곳에 다니지 않아도 이래저래 다 배우고 사용한다.

AI도 마찬가지다. 두려워할 존재가 아니다. 함께 살아갈 친구이다. 다만 그 친구와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친구에 대해 잘 아는 게 필요하고, 그 친구가 좋아할 걸 미리 공부해두는 성의만 있다면 서로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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