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2세 CEO, 매운맛과 해외 시장에서 진검승부

[CEONEWS=김병조 총괄데스크] 한국 라면 나이가 환갑을 맞는다. 1963915일 삼양라면 출시 이후 한국 라면은 다음으로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제2의 주식이 되었다. 10원으로 판매가 시작된 봉지라면의 가격이 100배로 오를 때까지 지난 60년간 한국 라면시장을 주도해온 업체는 가장 먼저 라면시장을 개척한 삼양식품과 현재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농심이다.

창업자들은 이미 모두 고인이 되었고, 2세인 아들들이 대를 이어 일선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선대 창업자들은 시장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고, 2세 경영에 돌입해서는 해외 시장에서 선대 못지않게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회사 규모로는 삼양식품이 농심의 1/3수준이지만, 최근 급성장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만들고 있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CEO들의 경영능력에 회사의 명운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라면시장 라이벌 기업의 경쟁 히스토리와 향후 전망, 특히 농심 신동원 회장과 삼양식품 김정수 부회장은 어떤 무기로 회사를 키우고 있는지 짚어본다.

매운맛 신라면으로 시장을 주도한 농심

라면 출시 시점으로 따지면 삼양라면이 농심보다 2년 선배다. 삼양라면은 1963915일에 출시를 했고, 농심은 전신인 롯데공업에서 1965년에 롯데라면을 출시했다. 라면 도입 후 초기 20여 년의 시장 점유율은 삼양라면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다가 농심은 1983안성탕면에 이어 1986년 매운맛 신라면을 출시하면서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선다. 그리고 곧이어 1989년에 발생한 삼양라면 우지파동으로 삼양식품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농심은 반사이익까지 얻어 확고한 시장지배력을 갖추면서 현재까지 왕좌를 지키고 있다.

농심이 장기간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신라면덕분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역시 매운맛 불닭볶음면으로 재기한 삼양식품

삼양식품 전중윤 창업자가 고령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아들인 전인장 회장이 취임한 시점이 20103월이다. 크라제버거를 인수하는 등 외식업에 진출했지만, 운영 실패로 회사를 더 큰 위기로 몰아넣었다. 게다가 전인장 회장은 횡령 등의 혐의로 실형을 받아 옥고를 치르기까지 했다. 그런 전인장 회장을 살리고 회사도 재기시킨 것이 2012416일에 출시한 불닭볶음면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전인장 회장의 부인인 김정수 부회장이 살린 것이다.

농심이 매운맛 신라면으로 히트를 치자 삼양식품도 내부적으로는 매운맛 라면을 만들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2005년에 이미 매운맛 라면 기획안이 나왔다. 그러나 창업자 전중윤 회장이 매운 라면 출시를 반대했다. 직원들이 매운 라면 출시를 건의할 때 전중윤 회장은 매운 라면 먹고 위장병에 걸리면 누가 책임지나?”라면서 반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랬는데 창업자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아들 부부가 경영을 맡으면서 아버지가 반대했던 매운맛 라면 불닭볶음면출시를 감행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삼양식품을 재건시키는 효자상품이 되었다. ‘불닭볶음면개발과 해외 시장 공략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대표이사 부회장인 김정수씨다. 전인장 회장의 부인이다.

 

최근 10년간 농심과 삼양식품 실적 비교

농심과 삼양라면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덩치 큰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덩치 큰 회사로서는 기분 나쁜 일일 수 있지만, 같은 업종이기에 충분히 참고할만한 가치는 있다.

2012년과 2022년의 실적을 보면, 농심은 매출이 22.3% 증가했지만, 삼양식품은 무려 164.3%나 증가했다. 삼양식품의 외형성장이 돋보였다. 영업이익은 농심의 경우 20121,018억원에서 2022년에는 633억원으로 줄어서 영업이익률이 5.2%에서 2.6%로 낮아졌지만, 삼양식품의 경우 201281억원에서 2022862억원으로 크게 늘어나 덩치가 3배나 큰 농심의 영업이익보다 많았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2.6%에서 10.3%로 크게 높아졌다.

최근 10년의 실적만 두고 본다면 농심은 늙은 기업으로 볼 수 있고, 삼양식품은 회춘한 젊은 기업으로 볼 수 있다. 삼양식품의 놀라운 급성장은 불닭볶음면에서 기인했고, 특히 한류열풍의 확산으로 해외시장에서의 인기가 뒷받침이 되었다는 평가다.

<2012년과 2022년 농심과 삼양식품 실적 비교>

구분

매출액

매출증감률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농심

19,58923,960억원

22.3%

1,018633억원

5.2%2.6%

삼양식품

3,1538,332억원

164.3%

81862억원

2.6%10.3%

실적은 계열사를 제외한 개별기업 기준임

 

농심 신동원 회장, “2030년까지 미국 매출 3배 성장목표

농심 신동원 회장은 지난 71일로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신 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메시지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지금의 3배 수준인 연 매출 15억 달러를 달성하고, 라면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빠르면 오는 2025년에 미국 제3공장을 착공하고,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일본에 먼저 진출했고, 미국 시장에는 1984년 샌프란시크코 사무소를 설립하고 2005LA공장을 가동하며 서부 및 교포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넓혔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의 저가 라면과 달리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점을 둔 농심은 2017년 국내 식품 최초로 미국 월마트 전 점포 입점을 이뤄내는 등 시장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렸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미국 시장에서 농심 라면이 간편하게 조리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때마침 20202월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만든 짜파구리가 등장하며 농심 라면은 더 큰 주목을 받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농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 기준 25.2%로 일본 토요스이산(47.7%)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지금의 성장세, 그리고 1위 일본 업체와 점유율 차이를 감안할 때 미국 시장의 비전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인 김정수 부회장의 어깨에 놓인 삼양식품

2017년 수출 1억 달러, 2018년 수출 2억 달러, 2020년 수출 3억 달러, 2022년 식품업계 최초로 4억 달러 수출! 삼양식품의 수출실적이다. 그 수출의 80% 이상을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불닭브랜드가 차지한다. 그리고 그 불닭 브랜드를 개발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한 장본인이 바로 전인장 회장의 부인이자 창업자의 며느리인 김정수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김정수 대표는 1964년생으로 서울예술고등학교와 이화여대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한 사람이다. 삼양식품이 IMF 외환위기로 부도를 맞자 입사해 남편인 전인장 회장을 돕기 시작했다. 2011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딸과 명동을 지나며 불닭 매장에 사람이 몰려있는 모습을 보고 매운맛 라면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직원들과 전국을 돌며 유명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을 찾아다녔고, 세계 각국의 매운맛 소스를 연구한 뒤 강한 매운맛을 라면에 적용한 불닭볶음면을 1년 만인 2012년에 탄생시켰다. 그리고 마케팅과 해외시장 개척에 직접 나섰다.

2015100억원이 채 안 됐던 불닭볶음면 수출은 20181,730억원, 20213,400억원, 그리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3,400억원이 넘는 수출을 달성했다. 삼양식품은 국내외로 늘어나는 불닭볶음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밀양공장 부지 내에 1,590억원을 들여 밀양2공장을 신설하는데, 완공시점인 2025년이 되면 불닭볶음면의 매출이 1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삼양식품의 장밋빛 청사진이 제대로 그려질 것인지가 김정수 대표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라면은 업체들의 제품개발 노력과 한류 열풍에 힘입어 이제 세계적인 간편식이 되었다. 시작이 그러했듯이 현재도 그 중심에는 삼양식품과 농심이 있다. 두 업체의 라이벌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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