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서재필 기자] 지난해 거센 한파가 불어닥친 아파트 분양시장은 올해 들어서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지난달 청량리에 분양한 ‘청량리롯데캐슬하이루체’는 상반기 최고 청약경쟁률인 242대 1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88가구 일반 공급에 2만1,322명의 청약통장이 몰리며 대흥행을 기록했다. 앞서 올해 서울 첫 공급인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198대 1이라는 놀라운 청약경쟁률을 보였고, 청약 당첨부터 계약까지  빠르게 완판되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 분양시장과 확연히 달라진 이유는 올해 1월부터 정부가 과감하게 부동산 규제 해제를 감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 강남, 서초, 용산, 송파 네 개 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규제에서 벗어났으며, 전매제한이 축소되고 실거주 의무도 삭제됐다. 청약 문턱도 낮아지면서 청약경쟁률도 확연히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반기 분양시장 흐름은 어떨까? 한 부동산 데이터 업체의 자료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서울에서만 44곳 단지에서 3만여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1만여 가구다. 지난해 시장이 좋지 못했던 하반기에 비해 1.5배 늘어난 물량이다.

공급 물량이 늘어나고 청약제도의 개편으로 무주택자에게 더 많은 ‘내 집 마련’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을 하는 것이 맞겠지만, 아무래도 2020년 청년들을 ‘영끌족’으로 내몰았던 청약 광풍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가장 많은 청약자 수를 기록한 단지는 1월에 공급된 부산의 ‘레미안 포레스티지’다. 이 단지는 1,101가구 일반공급 물량에 6만4,590명이 청약을 넣었다. 두번째 단지는 11월 대전에서 분양한 ‘갑천2트리플시티엘리프’로 474가구 모집에 4만7,055개의 청약 통장이 모였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지난해만해도 지방 주요 단지들에도 청약 수요가 고르게 분포했지만, 올해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 광풍이 거세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 올해는 지방 신규공급 단지 곳곳에서 미분양이 넘쳐나고, 서울과 수도권에만 청약 통장이 몰리는 말 그대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에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다 보니 서울 주요 업무단지와 직주근접이 좋은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로 청약통장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정말 아쉬운 것은 청약 제도 개편의 맹점이다.

먼저 서울 전용면적 84㎡가 특별공급 물량으로 나오게 되면서 서울로 청약경쟁률이 더욱 몰렸다. 국민 평수로 불리는 전용 84㎡가 특별공급으로 나오는 것은 1년 2개월만이다. 강남, 서초, 송파, 용산 4개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이 규제 지역에서 해제되면서 9억원 이상 물량도 특별공급으로 배정된다.

특별공급은 말그대로 생애최초와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아파트를 우선 분양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 투기를 위한 전략적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다음 맹점은 1순위 청약에 추첨제 물량이 포함되면서다.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가점제 40%, 추첨제 60%가 적용된다. 추첨제 물량 비중이 늘어나면서 가점이 낮은 청약자들도 당첨 확률이 높아졌지만, 그만큼 신청자들도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내 집 마련’ 꿈을 응원하기 위한 규제 해제라는 가면을 썼지만, 청약경쟁률이 더욱 높아지다 보니 특별공급이 아닌 일반공급에서는 청년들의 청약 당첨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아파트 청약 커트라인은 평균 48점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최저 당첨 가점 평균 60점대 이상으로 대폭 상승하면서, 특별공급 청약은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됐다. 정부의 주거 안정 대책 중 하나인 ‘뉴:홈’이 지난달 공급한 수방사 사전청약은 역대 최다인 7만2,000여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은 283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의 주거 안정 대책은 공급량 확대에 집중돼 있다. 이달 초 정부는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임대주택과 신규택지 공급을 활성화한다고 밝혔다. 2024년 상반기까지 신규 공공택지 15만가구 공급이 골자다.

공급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에게 공급할 것인가’가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주거복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게 우선으로 공급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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