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생태계 구성 요소 및 강화 전략(사진=삼정KPMG)
메타버스 생태계 구성 요소 및 강화 전략(사진=삼정KPMG)

[글=삼정KPMG 전자정보미디어엔터 산업2본부·김익찬 상무] 14세기 유럽에서 창궐한 흑사병을 인류가 극복하는 데 무려 200년 이상이 걸렸다. 전염병으로 중세인들은 많은 부분을 잃었지만 흑사병 극복 후 아이러니컬하게도 유럽은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했다. 흑사병은 피렌체 등의 이탈리아 도시를 혁신적으로 바꾸며, 사회문화적 거대 조류를 변화시켜갔다.

2020년대 코로나19가 인류에게 끼친 영향은 훗날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받을지 다양한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인간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비대면 문화와 디지털 비즈니스가 가속도를 내며 발전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비대면 디지털 문화가 일상화된 사회에서의 메가 키워드 중 하나는 ‘메타버스’이다. 메타버스 시대를 맞이하여, 산업별 메타버스 비즈니스 동향을 살펴보고 기업에 시사하는 점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메타버스(Metaverse)란 초월이라는 뜻의 메타(Meta)와 세계라는 뜻의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융합되어 상호작용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디지털 환경에 친숙한 MZ(밀레니엄·Z) 세대의 부상과 VR·AR(가상현실·증강현실), 5G 등 기술적 진보와 기기·플랫폼·네트워크의 성장 또한 메타버스 시장 성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게임과 SNS 분야에 활용되던 메타버스는 오늘날 업무 플랫폼, 금융, 교육 등 여러 분야로 뻗어 나가는 중이다. 로블록스, 제페토와 같은 메타버스 기업은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창조에도 지대한 관심을 지닌 이용자의 참여를 이끌어 내며 플랫폼을 확장하고, 아이템 판매·광고 외에도 IP(지식재산권)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고 있다. 메타버스를 본연의 업으로 삼는 기업 외에도 메타버스에서 비즈니스를 기회를 찾는 기업들은 전 산업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유통·소비재와 금융 등 소비자와의 접점을 이루는 기업은 메타버스를 기업 마케팅 효과를 증진하거나, MZ 세대를 타겟팅하는 데 적극 활용 중이다. 가령 패션 기업 발렌시아가는 오프라인에서의 런웨이를 가상의 공간으로 옮겨 소비자가 런웨이를 게임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게임과 미디어·엔터테인먼트, ICT(정보통신기술) 외에도 모빌리티,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메타버스 생태계를 확장시키고 있다.

게임·엔터테인먼트 기업, ‘메타노믹스’ 구축

최근 글로벌 주요 메타버스 게임은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며 게임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2022년 2월 기준 글로벌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의 일간 활성 사용자 수는 5,510만 명으로 2년 전 2019년 1분기 1,580만 명 대비 약 3.5배 증가했다.

넷마블, 컴투스 등 국내 게임사는 메타버스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테크 기업과 인수합병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NFT에 암호화폐를 결합한 P2E(Play-to-Earn) 게임 개발 등을 통해 메타버스상의 경제 시스템, 메타노믹스 구현을 위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향후 메타버스 비즈니스 확대와 함께 게임 플랫폼은 로블록스, 포트나이트처럼 단순 게임 기능을 넘어 이용자들의 새로운 커뮤니티이자 소셜미디어의 장으로 기능이 확대될 것이다. 이와 함께 게임 산업의 수익 창출 구조 및 방향성이 재편되고 규모가 더욱 커지면서, 게임 메타버스 플랫폼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권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메타버스 환경에서는 이용자가 게임 콘텐츠를 직접 생산·거래하며 메타노믹스를 구축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등 역할이 더욱 커지고 중요해질 것이다. 이에 게임 기업들은 더 많은 이용자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우선 게임 이용자들이 더욱 자유롭고 다채로운 콘텐츠 제작 및 소통을 할 수 있는 발달된 기술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용자 데이터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기존 및 신규 이용자의 지속적인 유입을 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게임 이용자를 더 많이 참여시킬 수 있는 보상에 대한 설계와 더불어 재미 요소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하이브, 소니뮤직, 유니버설 뮤직그룹 등 국내외 주요 E&M(엔터테인먼트&미디어) 기업은 공간(플랫폼 구축), 참여자(가상인간 구현), 거래 수단(NFT 사업 진출) 구축 등을 통해 메타버스 생태계를 활발히 구현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E&M 기업의 메타버스 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향후 E&M 산업과 기술 기업 간의 결합이 심화되고, E&M 기업 성격이 콘텐츠 제작부터 기술적 구현까지 아우르는 종합 기업으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술 고도화된 E&M 기업이 선사하는 메타버스 놀이환경에서 사용자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콘텐츠 소비자이자 생산자로 참여하며 체류 시간을 늘리게 되는데, 이는 타 산업에서도 E&M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E&M 기업은 성공적인 메타버스 비즈니스를 위해 양질의 콘텐츠 IP 확보에 총력을 가해야 한다. 또한 팬덤 커뮤니티 강화를 통해 시장 선도력을 높이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이와 함께 잘 구성된 메타버스 생태계를 타 산업의 테스트베드 등으로 적극 활용하여 사업 규모 및 범위 확장을 꾀해야 한다.

메타버스를 만들 때 고려해야 할 특성
메타버스를 만들 때 고려해야 할 특성

모빌리티·제조업, 메타버스 활용 개발 및 생산 시뮬레이션

현대자동차그룹, BMW, GM 등 글로벌 주요 모빌리티 기업은 메타버스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차량 제작 시뮬레이션, 신차모델 마케팅을 진행하고, 차량 내 메타버스 환경 구현을 위한 IT 인프라 및 콘텐츠 강화 등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메타버스 조성을 위한 기술적 인프라가 고도화될수록 모빌리티 산업과 ICT 산업 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차량의 성격 또한 데이터, 콘텐츠, 기술 등이 집결된 IT 플랫폼으로 변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모빌리티 기업은 기술과 콘텐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부문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 및 사용자 데이터 관리 및 활용능력 강화 등을 통해 도래하는 메타버스 시대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제조업 또한 임직원 교육·연수 등에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R&D 디지털 트윈 공정에 메타버스를 접목하고 있다. 국내 철강 기업 포스코의 경우, 가상 제철소 설립을 추진하며, 가상 제철소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시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철강 메타버스 솔루션 개발 태스크포스’를 신설해 메타버스 기술의 철강업 활용 사례를 연구하며, 최적의 연원료 투입·배합을 찾아 원가를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변화를 파악하고자 한다.

메타버스 Biz 성공의 첫걸음, 메타버스 생태계 구성 요소와 고유 특성 분석부터

메타버스 시대에서 기업이 수립할 수 있는 전략을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메타버스의 특성과 생태계 구성 요소를 파악해야 한다.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성하는 여러 기술적, 비기술적 요소와 기존 인터넷, 모바일 플랫폼과 구분되는 메타버스만의 독특한 특징을 이해해고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메타버스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현실을 가상으로 옮기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로블록스는 아이덴티티(Identity), 친구(Friends), 몰입감(Immersive) 등 메타버스를 만들 때 고려해야 할 8가지 특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둘째, 메타버스로 온·오프라인을 연계해 고객경험(CX, Customer Experience)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은 시·공간 제약이 없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업무 방식, 고객 서비스, 사업 모델을 변화시킬 수 있다. 고객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채널을 통해 상품을 다각도로 경험하고, 이러한 경험이 현실 세계에서 의사 결정과 구매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정밀한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셋째, 네트워크 가치를 활용해 메타버스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 메타버스 생태계가 확장되기 위해서는 메타버스 기술의 독립적인 가치도 중요하지만, 유저 기반의 증가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콘텐츠 공급이 필요하며, 개발자와 창작자들이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해 현실에서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수수료 인하, 보상 등) 제도가 중차대하다.

메타버스가 장기적 ‘트렌드’로 발전하며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지, 또는 일시적으로 주목받다가 사라지는 ‘패드(Fad)’로 남을지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메타버스는 팬데믹 속에서 부상한 강력한 물결의 흐름이며, 지금 그 물결에 대응하지 못하면 새로운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부분이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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