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인물 체험하는 ‘배우’ 매력 
동 나이 연기력 검증한 조승우·박정민 대단함 느껴 

[CEONEWS=최재혁 기자] 현대 시민에게 필요한 건 뭘까.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는 풍족한 돈? 타인의 인정으로 차오르는 명예? 아니다. 단순히 보이고, 느껴지는 돈과 명예는 현대 시민의 충분조건일 수 있지만, 필요조건이 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의 소양을 북돋아, 깊은 삶의 의미를 고민할 수 있는 ‘문화’는 필요조건이 될 수 있다. 이에 기자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문화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현대인의 문화 소양을 키우고자 한다.

연기를 보다 보면 경외심이 들 때가 있다. 영화 ‘다크나이트(크리스토퍼 놀란)’의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 ‘대부 시리즈(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알 파치노, 국내에서는 영화 ‘기생충(봉준호)’의 송강호, ‘올드보이(박찬욱)’의 최민식은 세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꼽힌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연기도 이토록 짜릿하고 소름 돋는데, 겨우 1m 앞에서 보는 인물의 행동과 감정 표현은 관객이 극 속에 이미 빠져들게 만든다. 그중 연극 ‘조각’에서 희태를 연기한 ‘이준송’ 배우는 살신성인 연기를 펼치며 극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연극 조각 세트장에서 포즈 취하는 이준송 배우(사진=최재혁 기자)
연극 조각 세트장에서 포즈 취하는 이준송 배우(사진=최재혁 기자)

Q. 조각이 공포연극이다 보니 넘어지고, 목을 졸리며, 소리 지르며, 벌벌 떠는 등 힘든 연기가 많아요. 관람 당시 연기가 진행될수록 팔에 핏줄이 곤두서고, 한쪽 눈이 충혈될 정도였어요.

A. 그렇죠. 사실 연기가 끝나고 나면 여기저기 다칠 때가 많아요. 다리에 멍도 많이 들고요. 지금은 많이 적응돼서 다치는 일은 많지 않은데, 연기하다 보면 여기저기 흔적이 드러날 때가 많아요. 몸에 드러나는 흔적은 제가 따로 의도한 연출이 아니고 연기에 집중하다 보면 제 몸이 어느새 감정선에 따라서 움직이게 되는 거죠.

게다가 관객분들이 열심히 호응해주고, 집중하는 게 느껴질 때면 저도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열정적인 연기를 펼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배우들이 연기에 집중하다 보니 관객의 반응을 잘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게 다 느껴지거든요? 관객이 잘 즐기고 있는지, 별로 재미없어하는지, 무척이나 집중하며 즐기고 있는지 느껴지기 때문에 관객의 긍정적인 반응이 무척 힘이 돼요.

익살맞은 포츠를 취하는 이준송 배우(사진=최재혁 기자)
익살맞은 포츠를 취하는 이준송 배우(사진=최재혁 기자)

Q. 관객의 반응을 언급하면서 굉장히 신나셨어요.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은 뭘까요?

A. 약간 웃길 수도 있는데 ‘합법적으로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극중 희태가 영희에게 스패너를 들고 위협하는 장면이 있는데,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타인에게 무기를 들고 공격할 수 있겠어요.(웃음) 합법적으로 저와 다른 직업, 성격, 가치관을 지닌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순간’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너무 즐겁더라고요.

연극배우를 하면서 느꼈던 건 관객이 제 연기를 보고 나서 “연극 잘 봤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희열을 많이 느끼게 돼요. 아마 무대에 오르는 배우를 포함해서 가수, 개그맨들까지 관객의 열띤 호응을 느끼기 위해서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아닐까요?

또 연극배우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율성인 것 같아요. 물론 연극에도 연출은 있지만, 카메라 앞에 서는 것처럼 ‘NG’가 났다고 해서 다시 뒤로 돌릴 수 없잖아요? 막이 올라가면 오로지 배우의 자율성으로 극이 흘러가잖아요. 제가 ‘이 순간 애드리브를 치면 좋겠어’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거죠. 자유롭게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자율성 덕분에 관객에게 더 와닿는 연기를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나큰 매력입니다.

막간의 연기를 요청하자 곧바로 선보인 이준송 배우(사진=최재혁 기자)
막간의 연기를 요청하자 곧바로 선보인 이준송 배우(사진=최재혁 기자)

Q. 배우라는 직업을 이토록 사랑하시는데, 언제부터 배우의 꿈을 꾸셨나요?

A.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누나가 2명 있는데요. 큰누나가 11살, 작은누나가 8살 차이예요. 게다가 부모님은 맞벌이하셔서 자연스레 누나들을 엄마처럼 따르곤 했는데, 항상 같이 텔레비전을 봤거든요. 아무래도 사춘기였던 누나들이라 남자 배우 보면서 “너무 멋있다~!”하면서 열광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배우가 되면 이토록 좋아해 주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초등학생 때부터 배우의 꿈을 가졌어요.

하지만 초등학생의 꿈이 얼마나 격정적이겠어요. 막연한 꿈을 지닌 채 살다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해야 했던 고등학교 2학년에 ‘배우’로 제 진로를 확정 짓고 입시에 도전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높은 벽이라 좌절하며 우선 군대에 갔고, 제대 후에 입시 연기가 아닌, 현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먼저 하자는 뜻을 가져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이준송 배우와 무대와 연기에 대해서 논하다 보니 분위기가 한층 진지해졌다. 인터뷰에 임하는 배우의 모습에서, 자신의 직업이 얼마나 가치 있고, 자부심을 느끼는지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Q. 좋아하는 배우도 있을 것 같아요

A.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타짜 1(최동훈)’인데요. 아마 30번은 넘게 봤던 것 같은데, 당시 조승우 배우의 나이가 27세라고 하더라고요. 딱 지금 제 나이와 똑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대배우들 사이에서 ‘고니’라는 역할을 저토록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지 너무 대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또 박정민 배우는 예능에서는 친근한 옆집 형 같은 이미지잖아요. 그런데 연기만 시작하면 아우라가 나는 듯한, 특유의 ‘씬 스틸러’다운 엄청난 매력이 뿜어져나오잖아요. 제 연기 인생의 좌우명은 ‘연기할 때 가장 멋있는 배우가 되자’인데, 박정민 배우가 딱 알맞은 것 같아요.

연극 조각 커튼콜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이준송 배우(사진=최재혁 기자)
연극 조각 커튼콜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이준송 배우(사진=최재혁 기자)

Q. 아직 연기 인생 5년 차인만큼, 목표가 궁금해요

A. 제가 조각을 통해 첫 주연을 맡았는데, 너무나 좋은 기회라 항상 감사함을 느끼고 있지만 힘에 부칠 때도 많았어요. 지금은 적응해서 괜찮지만요. 모든 배우라면 당연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연을 목표로 삼겠지만, 저는 ‘주연 보다 빛나는 조연’으로써 다작에 참여하며 사람들의 뇌리 속에 배우 ‘이준송’을 인식시키고 싶어요. 이왕이면 굵고 짧은 것보다, 가늘고 길게 가면서 다양한 인물을 경험하고 싶어요.

또 저는 제 얼굴이 쎈 편이라고 생각하는데(웃음) 그래서인지 공포 연극이랑도 정말 잘 맞고요. 하지만 언젠가는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꼭 해보고 싶어요. 할 수 있겠죠?

이준송 배우는 연기에 대해 대화할 때마다 밝은 얼굴로 신나게 떠들었다. 인터뷰 직전 긴장된다면서 “제가 신나서 떠들 것 같은데요?”라며 천생 연예인 체질을 드러낼 때부터 알아봤다. 합법적으로 다양한 인물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고, 가늘고 길게 가고 싶다는 이준송 배우의 밝은 모습은 인터뷰 내내 기자를 즐겁게 했다. 더군다나 그는 극 중 고통 받는 희태에게 “술 한 잔 사주고 싶다”며 “그 친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일테니 하고 싶은 말 모두 들어주고 싶다”고 말하며 자신의 아이 같이 선한 면을 드러냈다. 그와 대화하다 보니 내가 술을 사주고 싶어졌다. 

이 배우, 술 한 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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