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열풍 70조, 은행도 퇴직연금 ETF 투자 상품 경쟁 심화

엄금희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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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인 ETF를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최근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르면서 ETF에 돈이 몰리고 있다. 한마디로 열풍이다. ETF 자금은 사상 첫 60조 원을 돌파한 이후 테마 ETF로 자금이 몰리면서 현재까지 70조 8801억 원이 모였다. ETF 시가총액인 AUM은 10조 원으로 전체 ETF 순자산총액의 15%다. 상장종목 수도 지난 5월 469개에서 524개로 늘었다.

그러나 돈은 몰리고 있지만, 상장폐지되는 ETF도 있다. 지난 3년간 ETF 상장폐지 종목 수는 2018년에 11개, 2019년에는 29개가 폐지됐다. 올해 들어선 현재까지 19개가 사라졌다. 폐지되는 ETF는 대부분 소규모 채권 ETF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영향으로 채권 ETF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ETF가 상장폐지가 된다고 해서 투자자가 돈을 잃는 것은 아니다. 주식의 상장폐지와는 다르다. 주식 종목이 상장폐지되면 정리매매 기간 동안 주가에 따라 거래되고, 가격제한폭이 없어져 주가 상승과 하락 폭이 커지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ETF의 상장폐지는 돈을 돌려주는 환급이 가능하다.

보통 상장폐지 전날까지 ETF 자산 가치에 맞게 매도를 할 수 있다. 환급 개념이기 때문에 매도하지 못해도 투자금에서 세금 등의 비용을 차감한 투자금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 상장폐지 시 ETF 시장가격이 투자금보다 높다고 판단되면 매매하고, 시장가격보다 투자금이 더 낮으면 펀드 해지금을 환급받는 것이 유리하다.

역설적으로 소규모 ETF 상장폐지는 오히려 투자자들의 ETF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소규모 펀드를 지속해서 줄여왔다. 작고 난립하는 형태의 ETF를 정리해 투자자들의 혼동을 줄여줘 ETF 시장이 효율적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상장폐지되는 종목의 경우 한국거래소 기업공시 채널 KIND에 사전 공시되기 때문에 공시 정보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이런 ETF 열풍에 은행도 가세했다. 은행에서도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상장지수펀드인 ETF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나왔다. 그동안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 투자는 증권사에서만 가능했다. 은행에서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대거 빠져나갔던 이유다. 은행도 퇴직연금으로 ETF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하면서 퇴직연금 계좌 유치를 두고 은행업계와 증권업계 간 경쟁이 본격화할지도 주목된다.

하나은행은 최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인 DC와 개인형 퇴직연금인 IRP 가입자들이 ETF에 투자할 수 있는 퇴직연금 ETF를 출시하였다.

이 상품은 하나은행의 뱅킹 애플리케이션 앱 하나원큐를 통해 퇴직연금 자산을 ETF, 예금, 펀드 등으로 손쉽게 리밸런싱, 재조정할 수 있다.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ETF에 투자할 때 발생하는 추가 수수료도 없다.

신한은행은 12월 1일부터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ETF를 매매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인다. 국민은행도 퇴직연금 ETF 상품 출시를 12월에 준비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ETF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은행들은 증권사와 연계해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를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실시간 매매 중개는 증권사의 고유 업무영역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벽에 부딪혔다.

은행들은 신탁형으로 우회 투자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퇴직연금 가입자와 신탁 계약을 맺고 가입자가 주문을 내면 은행이 ETF 매매를 대행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법으로 실시간 매매는 어렵고 거래 체결은 시차를 두고 이뤄지는 지연 매매 방식으로 이뤄진다.

은행은 신탁업 라이선스를 갖고 있어 ETF 매매 운용 지시를 받았을 때 신탁의 형태로 매매를 할 수 있다. 증권사의 위탁매매업무에 포함되지 않으려면 실시간 매매는 불가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매 방식을 고민했다.

은행들이 퇴직연금 ETF 상품 출시에 나서는 이유는 퇴직연금 잔고를 지키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퇴직연금 잔고는 255조 원으로, 은행이 이 중 절반가량인 130조 원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퇴직연금은 안정적으로 은행 예금에 넣어두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펀드보다 ETF 투자를 선호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직접 ETF로 운용하며 실시간으로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는 증권사로 대거 이동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퇴직연금 직접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과 보험사에서 증권사인 미래에셋, NH, 한국투자, 삼성증권으로 이동한 IRP 규모는 2019년 1563억 원에서 지난해 4374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7987억 원에 달한다. 4개 증권사의 DC형 퇴직연금과 IRP 계좌에서 이뤄지고 있는 ETF 투자 잔액도 2019년 1836억 원에서 올해 2조 2199억 원으로 12배가량 급증했다. 2차 전지, 메타버스 등 테마형 상품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ETF를 강력한 퇴직연금 투자 수단으로 만든다.

그러나 은행 퇴직연금 ETF의 경우 실시간 매매가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증권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증권사로 빠지는 퇴직연금 자금을 잡기 위해 은행도 최소한의 방어수단으로 퇴직연금 ETF 출시에 나서고 있지만 ETF의 거래 특성상 실시간 거래가 아니면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은행에서 투자하려는 큰 메리트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ETF를 통해 은행들이 벌어들일 비이자 이익도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사의 경우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 매매를 할 때 수수료가 거의 0원에 가깝기 때문에 은행들도 신탁수수료를 무료로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은행에 이어 신한은행도 퇴직연금 ETF 상품을 출시하면서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증권사로 빠져나가기만 하던 퇴직연금 잔고를 지키기에는 일부 효과가 있을 것이다. 퇴직연금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연금상품 특성상 중장기 안정성도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은행에서는 ETF를 자산 배분 관점에서 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자산 중 하나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어느새 2021년이 가고 새로운 2022년을 맞을 준비를 한다. 이준실 시인은 '탄도항 낙조'란 시에서 '붉은 하늘에 하루가 손을 흔든다'라고 하였다. 한 해가 그렇게 아쉬움 속에서 저물어간다.

붉은 하늘에
하루가
손을 흔든다

낙조 위에
지나온 시간을 얹으니
수평선으로 넘어가며
잊으라 한다

정답 없는 삶
고해도 있을 리 없다는
생각을 끝으로
탄도항의 해는
그렇게 넘어간다.

2022년은 임인년이다. 임인(壬寅)은 육십갑자 중에 39번째로 검은 호랑이띠로 흑호 해이다. 검은 호랑이해에는 CEO들 모두 리더십과 독립성이 강하며 열정적으로 큰 야망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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