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040년까지 수소·전기차 비중 80% 노려
BMW, 기존 차량에 수소연료전지 기술 도입 고려

현대차 아산공장 모습(사진=현대차)
현대차 아산공장 모습(사진=현대차)

[CEONEWS=최재혁 기자]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대두되는 중 가장 눈에 띄는 범인은 배출가스를 내뿜는 내연기관 자동차다. 문제를 인식했는지, 자동차 업계는 전기, 수소차를 개발하며 '탄소'를 줄이려는 노력을 보인다. 지난 9월 열린 제8회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에서 특별 연설을 맡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자동차산업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여정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이뤄지는 분야"라고 말했다.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서는 기존 내연기관차 퇴출이 불가피하고, 이는 자동차 업계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라는 게 반 전 총장의 판단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현대차 울산 공장을 찾아 "수소차는 내가 홍보모델"이라며 큰 관심을 드러냈다.

현대차 대표 수소차 '넥쏘'(사진=현대차)
현대차 대표 수소차 '넥쏘'(사진=현대차)

현대차 넥쏘, 세계 수소차 시장 1위 등극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차(이하 '수소차') '넥쏘'가 올해 글로벌 누적 판매 2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 현대차에 따르면 넥쏘는 2018년 출시 이후 올해 8월까지 국내 판매는 1만 5,123대, 수출은 2,729대로 총 1만 7,852대가 판매됐다. 연도별 판매량을 보면 2018년 949대, 2019년 4,987대, 2020년 6,781대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2021년 1월부터 8월까지 5,135대가 판매돼,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안에 2만 대를 무난하게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넥쏘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심상치 않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현대차 5,300대, 도요타 4,100대로 양사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최근 들어 도요타가 2세대 ‘미라이’를 내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현대차의 넥쏘가 1위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넥쏘가 세계 시장을 휩쓸 수 있는 이유가 뭘까? 올해 출시된 2021 넥쏘는 수소를 최대 6.33㎏ 충전할 수 있으며, 항속 거리는 모던 트림 609㎞, 프리미엄 트림 593㎞로, 연비가 1㎏에 95㎞의 압도적 주행 거리를 자랑한다. 또 수소 충전 시 방전부터 완충까지 최대 10분 정도 소요되고, 전기 모터의 최고 출력은 163마력, 최대토크는 40.3㎏·m로 일상 주행에 최적화됐다.

넥쏘는 해외 자동차 전문가에게도 인정받았다. 유럽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는 넥쏘 시승기에서 "한마디로 정의하면 '매우 우수한 차'"라며 "수소차라는 콘셉트만으로 매우 훌륭한데, 다른 전기차 대비 긴 항속 거리와 짧은 충전 시간으로 장거리 용도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가족용 차로 부족함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렇듯 세계 수소차 시장에서 인기 고공행진을 누리는 넥쏘에 날개가 달릴 전망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 자동차 박람회 'IAA 모빌리티'에 참가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현대차 비전'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기후변화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자 도전과제"라며 "현대차는 2045년까지 제품과 사업 전반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친환경 이동 수단과 에너지 관련 투자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2045년까지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탄소 순 배출 '제로(0)' 달성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2030년에 전 세계 판매 차량 가운데 전기차와 수소차 비중을 30%로 높일 계획이고, 2040년에는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린다. 2035년부터 유럽 시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현대차 차종을 전기차와 수소차로 바꾸고, 2040년엔 한국을 포함한 미국 등 주요 선진시장에서 같은 전략을 펼친다. 국내에선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어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시장에서도 내연기관차 생산을 점차 줄여 2045년에는 탄소중립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킨텍스에서 열린 '2020 수소모빌리티+쇼' 참가 부스 모습(사진=현대차)
현대차 킨텍스에서 열린 '2020 수소모빌리티+쇼' 참가 부스 모습(사진=현대차)

 

도요타 대표 수소차 '미라이'(사진=도요타)
도요타 대표 수소차 '미라이'(사진=도요타)

일본 내 탄소중립 날개 달고 세계 수소차 시장 1위 재탈환 노리는 도요타

현대차가 세계 수소차 시장을 장악하기 전까지, 최고의 양산형 수소차는 도요타의 '미라이'였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작년 취임 연설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탈 탄소 사회 실현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스가 총리가 지난 9월 초 사임을 선언했지만, 일본 정부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상황이고, 한발 더 나아가 고이케 도쿄도지사도 작년 10월에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내 탄소중립이 가속화되면서 일본 최대 자동차기업인 도요타 역시 더 적극적인 '친환경 차'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도요타가 그간 순수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차에 기술력을 쌓아온 만큼, 도요타의 대표 수소차 상품인 '미라이'를 통해 친환경 차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도요타는 2세대 '신형 미라이'를 작년 12월 자국에서 출시했다. 2014년 첫 출시 후 6년 만에 대폭 변경된 신형 미라이는 1회 완충 시 최대 주행 거리가 850㎞에 달하는데, 수소 탑재 용량을 20% 늘리고 연료 효율을 10%가량 개선한 결과다. 항속 거리는 이전 모델 대비 30% 늘어나, 넥쏘의 항속 거리 609㎞와 비교해도 241㎞ 더 멀리 나간다. 

도요타는 미라이를 통해 다가오는 탄소중립 시대를 대처하는 것을 넘어 앞서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신형 미라이 출시 당일 도요타 관계자는 "제로 배출을 넘어 배출량 마이너스를 달성하겠다"며 목표를 내세웠다. 

도요타 최초로 미라이에 탑재된 공기 청정 시스템이 그 수단이다. 이 시스템은 외기를 흡수한 뒤 장착된 필터가 PM2.5 수준의 입자를 포착해 유해 화학 물질을 제거한 뒤 내보낸다. 운전 중 정화된 공기량도 디스플레이에 표시된다. 도로를 달리는 공기청정기인 셈이다.

이와 함께 수소차 필수 부품인 수소연료전지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9월, 2023년까지 미국 켄터키에 수소연료전지 모듈 생산 설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수소연료전지는 미국 상용차 공장에서 생산하는 화물용 대형 트럭 'XL 시리즈'에 탑재될 계획이다. 

또 도요타는 '시노하이텍' 등 중국 회사 5곳과 수소연료전지 개발 합작사를 설립해 내년 안에 중국 내 트럭·버스에 수소전기차 시스템을 공급한다는 비전을 공개했다.

BMW 대표 수소차 IX5(사진=BMW)
BMW 대표 수소차 IX5(사진=BMW)

BMW, 2030년까지 수소 승용차 상용화

BMW도 수소차 개발·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에 주력하는 모양새였지만, 최근 한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이 수소차를 차세대 친환경 차로 점찍고 지원을 늘리는 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BMW는 수소차 후발주자로서 기존 전기차와 함께 친환경 차 흐름에 대응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BMW는 2022년 말 ‘SUV X5’ 기반의 수소 전기차 'ix 5' 생산을 개시한다. ix 5는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모델로 최근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에서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본격 상용화에 앞서 BMW는 2022년 초, ix 5의 시제품 100대를 제작해 테스트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수소 승용차를 상용화한다는 게 BMW의 목표다. BMW 관계자는 "인프라가 잘 갖춰진다면 i3, ix 3, iX, i4와 같은 차량에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라인업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BMW가 수소차를 실제로 양산할지는 미지수다. ix 5 모델과 함께 개발 중인 'BMW i 하이드로젠 넥스트' 모델은 시연과 테스트 목적으로 소량만 생산될 예정이다. BMW는 현재 수소차 개발이 틈새시장용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수소차 시장 규모가 얼마나 커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BMW가 사실상 수소차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i 하이드로젠 넥스트에 대한 폭발적인 호응이 없는 한 앞으로 BMW 수소차를 볼 기회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전기차에만 집중하는 것도 아니어서 향후 미래 친환경 차 시장에서 뒤처질까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들이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에 공급되는 수분제어장치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들이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에 공급되는 수분제어장치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소재 사업으로 수소차 시장에 뛰어들어

최근 탄소섬유가 수소차 연료탱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섬유는 '원사 탄소'를 92% 이상 함유해 철과 비교해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철의 10배, 탄성은 7배에 달한다. 또 연비 향상과 배출가스 감소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 탄소섬유를 '꿈의 신소재'로 평가하고 있다. 기압의 최고 900배를 버티면서 가벼운 무게를 유지해야 하는 수소 연료탱크와 안성맞춤이다.

나날이 커지는 수소차 시장을 예측해 탄소섬유를 개발한 '효성첨단소재'는 2011년 국내 최초로 고강도 중 탄성 탄소섬유 ‘탄섬’을 개발해 2013년부터 전주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탄소섬유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자, 효성첨단소재는 2028년까지 총 1조 원을 들여 전주공장 탄소섬유 생산 설비를 확대할 예정이다. 설비가 완공되면 총생산 규모는 2만 4,000t이 된다.

효성첨단소재 관계자는 "최근 바이든 정부가 전력망, 신재생에너지 등 인프라 개선에 약 1조 2,0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혀 수소차 등 첨단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며 "2028년까지 설비 증설을 완료하고 생산량을 확보해 수요에 대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소재 사업으로 수소차 시장에 뛰어든 기업이 또 있다. 정밀화학 산업 기업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분 제어장치 ▲멤브레인(고분자전해질 막, PEM) ▲막전극접합체(MEA) 등 3가지 소재 산업을 추진 중이다.

수분 제어장치는 수소연료전지 내에서 전기를 잘 생성하도록 내부의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핵심 부품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3년 국내 최초로 수분 제어장치 양산 체계를 갖추고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의 수소차인 넥쏘에 수분 제어장치를 공급하고 있다.

멤브레인은 수소연료전지의 4대 구성요소 가운데 하나로 선택적 투과 능력을 보이는 분리막으로, 이를 포함한 모듈 전체가 MEA다. MEA는 수소연료전지 내 전기 발생 장치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2023년까지 양산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소연료전지 핵심 소재 관련 증설과 세계 시장 공급 확대를 검토 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수소 경제가 활성화될 것을 예상해) 수소 사업을 일찍 시작해 수분 제어장치를 국내에서 최초로 양산했다"면서 "수소 시장이 커지면서 소재 사업도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 세계 선진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지독한 배기가스로 환경을 파괴하는 '악당' 내연기관차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내연기관차가 언제부터 악당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눈치 빠른 내연기관차 생산 기업들은 선한 수소·전기차를 바탕으로 한 친환경 차로 대체하고 있다. 자연은 공백을 싫어한다. 내연기관차의 몰락은 가속화되고, 수소차의 인기는 나날이 솟아오른다. 이런 과열이 또 언젠가는 예기치 않은 문제를 가져오지는 않을까? 과연 수소차는 우리에게 언제까지 악당이 아닌 친구가 되어줄까?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이 끝난 뒤 조현준 효성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수소저장용기 제작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이 끝난 뒤 조현준 효성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수소저장용기 제작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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