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아오르려던 ‘하림’, 이스타의 날개가 너무 작았나?
- 이스타항공 인수의향자 중 최강자로 기대 모으던 중 최종단계에서 포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사진=하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사진=하림)

 

[CEONEWS=오종호 기자] 이스타항공의 인수전에 하림그룹은 결국 참여하지 않았다. 하림은 이스타항공 인수의향서는 제출했으나 614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진행된 본입찰에는 쌍방울그룹만이 바인딩오퍼(가격제안)를 제출했다.

531일 서울회생법원과 이스타항공 매각주관사 딜로이트안진이 진행한 인수의향서(LOI) 접수에 하림그룹 자회사인 팬오션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과 기대를 모았고, 다음날인 61일에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직접 인수 의사를 밝히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림 본사 사옥(사진=하림)
하림 본사 사옥(사진=하림)

김홍국 회장은 팬오션 유보금 1,900억원과 그룹 자체적으로 7,000~8,000억 원의 실탄이 확보돼 있다인수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인수자금 조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시장에서는 이런저런 말이 있어도 팬오션 인수 때도 그랬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재무적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의 자신감은 팬오션 유보금(2020년 말 기준) 1,900억 원이 수익증가로 올해 1분기 말 현금자산이 2,300억 원 이상으로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스타항공 인수에 성공한다면 김 회장은 팬오션의 해상물류에 항공물류까지 시너지 효과는 물론 현재 추진 중인 양재동 도시 첨단물류까지 완성해 육··공 물류비즈니스를 모두 갖추게 된다고 그룹의 수직계열화에 대한 미래상을 제시해 더욱 확신을 심어 줬다.

이후 재계는 물론 이스타항공에 관심이 있는 각 분야에서는 기대와 긍정적 전망이 쏟아졌지만, 뒤이어 우려와 부정적 전망도 흘러나오기 시작해 본입찰 전까지 2주간 인수전과 관련해 화제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한국경영연구원이 주최한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특별좌담회(사진=하림)
한국경영연구원이 주최한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특별좌담회(사진=하림)

기대감의 주요 근거는 하림의 자금력과 M&A의 성공 경험이다. 하림은 인수전에 참여한 10여 개사 중 유일한 대기업 그룹으로 기업규모와 자금력에서 다른 경쟁기업을 압도하고 있다. NS홈쇼핑, 팬오션 등을 인수해 팬오션의 경우 성공적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이스타항공이 회생에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와 함께 그것이 가능하더라도 하림그룹에게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만큼 도움이 되겠느냐는 의문도 적지 않다.

또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편법승계 등 오너를 둘러싼 잡음이 감시와 규제가 심한 항공업계에서는 두고두고 아킬레스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사진=하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사진=하림)

 

11살 때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한 소년 기업가김홍국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은 하림지주 대표이사와 하림 대표이사 회장도 겸하고 있다. 1957627(음력) 전라북도 익산시에서 태어나 이리농림고등학교와 호원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전북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어린 나이에 양계사업에 맨손으로 뛰어들어 현재의 하림을 국내 축산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초등학교 4학년인 11살 때 외할머니가 선물한 10마리의 병아리를 키워, 18살 때에는 닭 5,000마리, 돼지 700마리의 축산사업으로 발전시켰고 사업자등록도 했다.

당시 직원들이 고등학생인 그의 결재를 받기 위해 교실 밖에서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일화도 남겼다.

호남미래포럼은 제2회 대한민국을 빛낸 호남인상 수상자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을 선정(사진=하림)
호남미래포럼은 제2회 대한민국을 빛낸 호남인상 수상자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을 선정(사진=하림)

1978년에는 중계 농장인 황등농장을 설립했고, 1986년에는 하림식품을 설립하고 자동 도계시설을 갖추면서 본격적인 하림그룹의 기업사가 시작된다.

하나님의 임재라는 뜻의 하림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교회 장로도 맡고 있다. 2014년에는 나폴레옹의 이각모가 모나코 왕실에서 경매로 나오자, 1884,000유로(당시 약 26억 원)에 낙찰받아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하림그룹의 ㈜하림식품과 신규법인 ㈜HS푸드, 전라북도와 익산시가 종합식품가공단지를 확대 조성하기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사진=하림)
하림그룹의 ㈜하림식품과 신규법인 ㈜HS푸드, 전라북도와 익산시가 종합식품가공단지를 확대 조성하기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사진=하림)

하나님의 임재인 양 위기 때마다 부활하는 하림

김홍국 회장은 하림그룹에 대해 식품, 특히 단백질식품 전문 기업군으로 사업영역은 가금, 양돈 및 돈육, 사료, 유통, 사양관리 부문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 부문은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가치사슬이 통합되거나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경영 방식을 농장(생산공장(가공시장(판매)을 아우르는 삼장(三場)통합경영이라고 부릅니다. 통합경영은 식품산업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며, 연계된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효율적입니다. 하림그룹은 이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남다른 전문성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한다.

이어 이제 하림그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산식품 전문 기업군으로서 사명감으로 세계 시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미 동부에 있는 Allen Harim Foods를 비롯해 중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활발한 해외 비즈니스를 벌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하림그룹은 끊임없이 고객과 소통하며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 공동체에 나누겠습니다.”라고 직접 밝혔다.

하림팻푸드 제품(사진=하림)
하림팻푸드 제품(사진=하림)

하림 기업의 모체로 19783월 전북 익산시 황등면에 세운 황등농장은 1982년 전국을 휩쓸었던 전염병으로 닭값이 폭락하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던 어느 날 김 회장은 슈퍼에서 돼지고기 가격은 폭락했는데, 소세지 가격은 그대로인 것을 보고 이를 닭고기 사업에 접목시키고 사육, 가공, 유통을 수직계열화한 통합경영을 구상했다고 한다.

이후 재기한 그는 19863월에 하림식품을 설립했고, 19883월 육계 계열화 업체로 지정된 뒤 199010월에는 하림을 설립한다. 하지만 1997년 축구장 8개 크기의 육가공 공장을 지었지만, IMF로 부도 위기에 몰렸으나, 국내기업 최초로 국제부흥은행(IBRD) 산하 국제긍융공사(IFC)의 투자 유치에 성공해 위기를 극복했다.

2003년에는 공장이 화재로 전소되고, 조류독감까지 유행해 또 한 번 위기를 맞았지만 극복해 냈다. 이어 2014년에는 미국이 한국양계농장의 위생 상태를 이유로 수입을 금지했던 삼계탕을 미국 식품관리 위생기준을 통과하며 삼계탕 수출에 성공한다.

2015년에는 해운·벌크선사인 팬오션을 인수해 회생시켰다(사진=하림)
2015년에는 해운·벌크선사인 팬오션을 인수해 회생시켰다(사진=하림)

2015년에는 해운·벌크선사인 팬오션을 인수해 회생시켰고, 2017년에는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고, ‘2021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에 따르면 하림그룹의 2021년 기준 공정자산총액은 13440억 원으로 재계 순위 3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자산규모 124,780억 원으로 재계 순위 27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림은 농가를 비롯해 협력 업체들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상생 경영을 이어갈 것이며, 세계 일류 품질과 생산성을 추구하며 오는 2030년 가금 식품 세계 10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성장을 거듭할 것임을 자신있게 밝혔다.

전북 익산시 함열읍 익산 제4일반산업단지에서 개최된 하림푸드 콤플렉스 기공식에서 참석자들이 발파 스타트 기어를 밀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하림)
전북 익산시 함열읍 익산 제4일반산업단지에서 개최된 하림푸드 콤플렉스 기공식에서 참석자들이 발파 스타트 기어를 밀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하림)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한 하림과연 그럴까?

하림이 인수를 포기한 이스타항공의 매각 절차는 스토킹 호스라는 국내에서는다소 생소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스토킹 호스매각방식을 거칠게나마 간단히 이해한다면, 우선 매수권자로 선정된 성정이 선행마로 먼저 뛰게 한 후, 두번째 입찰에 참여한 추격마(인수의향자)가 이를 추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인수의 향자가 제시한 인수가격을 우선 매수권자(선행마)가 감당하겠다고 하면 인수할 수 있고, 못하겠다고 하면 두 번째로 참여한 인수의향자가 인수하게 된다.

현재 인수의향자는 쌍방울그룹뿐이다쌍방울이 제시한 금액을 성정이 감당할 수 있다면, 성정에게 인수권은 돌아가지만, 이를 거부하면 쌍방울이 인수자가 된다.

농식품 전문기업 하림그룹의 지주회사인 ㈜하림지주가 전라북도 익산에 건립한 신사옥에 입주함으로써 실질적인 대기업 지방본사 시대를 열었다.(사진=하림)
농식품 전문기업 하림그룹의 지주회사인 ㈜하림지주가 전라북도 익산에 건립한 신사옥에 입주함으로써 실질적인 대기업 지방본사 시대를 열었다.(사진=하림)

가정을 해본다면, 인수자(추격마)로 쌍방울과 하림이 맞붙었다면 상호 경쟁 속에 인수가만 치솟을 수 있다. 이는 양쪽 모두에게 무의미한 출혈경쟁일 뿐이다. 쌍방울이 단독입찰한 상황에서 성정(선행마)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만의 금액을 제시한다면 인수가는 하림과 추격마끼리의 경쟁을 거쳤을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성정이 감당하기는 어려운 수준의 가격을 쌍방울이 제시했음에도 성정이 인수가에 대해 하림과의 협의를 거쳐 수용하고 인수자가 되고, 하림은 성정에 출자한다면 실질적으로 이스타항공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하림의 입장에서 인수 포기 결정을 하기까지 의사결정과정을 재구성해보자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연 하림은 이를 노리고 있을까? 쌍방울은 이런 변수를 가정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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