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독주, 그러나 균열의 신호
현대차그룹...글로벌 무대의 진짜 강자
쿠팡 쇼크... 유통업계 판을 뒤엎다
ESG의 역설...LG가 1위인 이유
디지털 네이티브의 반란

 

[CEONEWS=박은하 기자] 한국 재계 지형이 변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전통적인 '빅4' 체제가 흔들리고 새로운 강자들이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자산 규모와 매출액으로만 측정해왔던 '영향력'의 정의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CEONEWS가 언론 노출도, SNS 화제성, 경제적 영향력, 사회적 영향력을 종합 분석한 결과, 놀라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과연 진짜 영향력의 주인은 누구인가?

삼성의 독주, 그러나 균열의 신호

삼성그룹의 지배력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2024년 그룹 매출 399.6조 원. 이는 한국 GDP의 17.9%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하지만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변화의 징후가 포착된다. 삼성전자의 2025년 2분기 매출은 74.6조 원으로 1분기(79.14조 원) 대비 5.7%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는 것은 심상치 않은 신호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재용 효과'다. 7월 17일 대법원 무죄 확정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11개월 만에 7만 원을 돌파했다. 한 명의 경영자가 시가총액 수십조 원을 좌우하는 현실. 이것이 한국 재계의 민낯이다.

현대차그룹...글로벌 무대의 진짜 강자

숫자로만 보면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3위다. 하지만 '실질 영향력'에서는 이미 다른 차원에 올라섰다.

Time지 선정 2025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포함된 것이 바로 현대차그룹이다. 전기차 판매량 전년 대비 36.4% 증가, 2분기 매출 48.3조 원. 미래 모빌리티에서 테슬라, BYD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전략은 명확했다. "탄소중립 시대의 게임체인저가 되겠다." 그 결과는 주가로 입증됐다. 현대차 주가는 2024년 대비 42% 상승했다.

쿠팡 쇼크... 유통업계 판을 뒤엎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유통업계에서 일어났다. 쿠팡의 2024년 매출 40.3조 원. 신세계그룹(35.6조 원)을 제쳤다. 이는 단순한 순위 변동이 아니다. 게임의 룰 자체가 바뀐 것이다.

로켓배송으로 시작된 혁신이 한국 유통업의 DNA를 바꾸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쇼룸'으로 전락하고, 당일배송이 표준이 됐다. 전통 유통재벌들이 100년간 쌓아온 인프라가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ESG의 역설...LG가 1위인 이유

데이터앤리서치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25년 상반기 사회공헌 관련 온라인 정보량에서 LG그룹이 1위(35만 6,510건)를 차지한 것이다. 삼성(26만 8,006건)을 압도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구광모 회장의 'ESG 퍼스트' 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지원, 폐플라스틱 교육 등 진정성 있는 활동들이 브랜드 가치로 환원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사회공헌 활동량과 기업 평판이 비례한다는 점이다. ESG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된 시대, LG는 한 발 앞서 나간 셈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반란

카카오, 네이버, 쿠팡.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바로 '디지털 DNA'다. 상대적으로 작은 자산 규모에도 불구하고 SNS 화제성에서는 전통 재벌을 압도한다.

카카오톡 MAU 4,700만 명. 네이버 MAU 4,300만 명. 일상 속 접점의 힘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카카오톡을 확인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네이버를 검색한다. 이것이 진짜 영향력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들의 성장 속도다. 카카오의 2024년 매출 7.3조 원. 5년 전(4.1조 원) 대비 78% 증가했다. 전통 제조업의 성장률과는 차원이 다르다.

경제력 집중도의 진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의 집중도는 얼마나 될까? 기존 통계는 과장됐다. 상위 4대 그룹(삼성, SK, 현대차, LG)의 자산총액이 GDP의 80% 이상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실제 계산하면 64.6%다. 물론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과도한 공포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주목할 것은 고용 창출 효과다. 4대 그룹의 고용은 74.5만 명에서 74.6만 명으로 거의 정체 상태다.

자산은 늘어나는데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이것이 한국 대기업의 딜레마다.

세대교체, 그리고 미래 전략

2025년 한국 재계의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이재용(56), 정의선(54), 구광모(54), 최태원(64). 젊은 경영진들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미래 지향적 사고'다. AI, 바이오, 클린테크. 전통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SK그룹의 'AI R&D센터' 신설, LG그룹의 'AI·바이오·클린테크' 3대 축 설정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조직문화에서 일어나고 있다. 수직적 보고 문화에서 수평적 협업 문화로. 권위주의에서 창의성 중심으로. 이것이 차세대 리더들이 만드는 '뉴 코리아'의 모습이다.

SNS 인플루언서 총수의 몰락

정용진 신세계 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84만 명. 한때 '재계 SNS 스타'로 불렸던 그는 2024년 3월 회장 승진 후 SNS 활동을 대폭 줄였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진짜 영향력은 팔로워 수가 아니라 실제 성과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신세계의 2024년 매출은 35.6조 원으로 쿠팡에 밀렸다. 인스타그램 '좋아요'보다는 실제 매출이 더 중요하다는 현실을 직면한 것이다.

영향력의 재정의

2025년 상반기 한국 재계를 관통하는 핵심은 '영향력의 재정의'다. 과거 자산 규모와 매출액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다차원적 평가가 필요하다.

ESG 경영, 사회적 책임, 디지털 전환 역량, 미래 기술 투자. 이 모든 것이 새로운 영향력의 지표가 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 평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빅데이터, 데이터앤리서치의 사회공헌 분석 등이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크다고 해서 영향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정당성과 미래 적응력을 갖춘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한국 재계는 이제 진짜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규모의 경쟁이 아닌 가치의 경쟁을. 과거의 관성이 아닌 미래의 비전을. 그것이 2025년 하반기 한국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이제 새로운 게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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