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중국–일본 긴장, 한국 기업의 리스크와 기회 분석
[CEONEWS=김병조 기자] 일본·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국 경제 및 기업에 미치는 파장은 다층적이고, 직접적·간접적 리스크가 모두 존재한다. 가능한 시나리오별 영향을 정리하고, 한국 기업 입장에서 주의해야 할 지점을 분석해 본다.
▲동아시아 정세의 새로운 균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직후, 중국의 반응은 예상보다 빠르고 강경했다. 외교적 항의는 물론, 일본 여행 자제 권고, 일본 문화 콘텐츠 상영 연기 등 비경제적 보복이 즉시 가동됐다. 이어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을 다시 거론하며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일본 관계는 과거 역사·영토 이슈를 넘어 안보와 경제가 결합된 구조적 갈등 국면으로 진입하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 긴장이 한국 경제와 기업에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동반한다는 점이다. 동아시아 3국의 경제 체인은 서로 촘촘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수출·투자·물류·공급망 전반에서 중-일 관계의 지뢰지대를 통과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그 균열이 현실화되는 첫 번째 단초일 수 있다.
▲공급망 충격: 한국 제조업의 구조적 리스크 부상
중국과 일본은 한국 제조업의 핵심 축을 형성하는 ‘부품·소재–조립–글로벌 시장’ 체인의 양 끝을 담당한다. 갈등이 심화되면 한국 기업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위험에 노출된다.
① 일본산 핵심소재 의존도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배터리용 고순도 소재, 정밀 공작기계 등은 일본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여전히 높다. 만약 중국이 일본 업체에 대한 규제 또는 통관 압박을 강화하면, 한국 제조업은 ‘일본산 핵심소재의 지연·가격상승’ 충격을 피할 수 없다.
② 중국 내 생산기지 규제 가능성
삼성전자 시안,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한국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거점이다. 중국은 외교 갈등이 발생할 때 ‘외자 규제’를 정치적 레버리지로 활용해 왔다. 일본과의 갈등이 확전되면, 한국 기업도 보복의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다.
③ 대만해협 물류 리스크
한국 수출물량의 30% 이상이 통과하는 항로가 바로 대만해협이다. 중국–일본 갈등이 군사적 긴장으로 비화한다면, 물류보험료 상승, 항로 변경 비용 증가 등이 즉각적으로 현실화된다.
결론적으로, 공급망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 산업별 영향 분석: 리스크와 기회가 공존한다
<전자·반도체>
리스크는 일본산 소재 확보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중국 내 생산기지 리스크가 확장된다는 것이다. 또 글로벌 IT 수요 변동성이 확대된다는 것도 리스크다.
반면에 기회는 일본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후퇴할 경우 한국이 대체 공급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EU의 ‘탈중국·탈일본’ 기조 속에서 한국의 중립적 공급망 지위가 강화될 것이다.
<자동차·배터리>
리스크는 중국 내 한국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 불확실성이 확대된다. 또 배터리 핵심소재(전구체·전해질 등) 조달비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기회는 중국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가 타격받을 경우, 현대·기아의 점유율이 확대된다. 또 동남아·인도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한국의 성장 여지가 확대될 것이다.
<조선·해운>
리스크는 대만해협 긴장 시 해상물류 비용이 급등힌다는 것이다. 또 일본산 중대형 엔진·부품 수급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기회는 일본 조선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 시 한국 조선업 수주 우위가 강화된다. 또 LNG선·암모니아선 등 고부가 선종에서 한국 독점력 확대가 가능하다.
<수산·식품 산업>
리스크는 일본산 수산물의 ‘중국 수출 차단 → 국제시장 재유입’에 따른 가격 경쟁 심화다. 한국산 수산물도 중국 규제 확대의 간접 피해 가능성이 있다.
기회는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에 따른 공백을 한국산 수산물로 대체될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IT·플랫폼·콘텐츠>
리스크는 중국 정부의 문화·콘텐츠 통제 확대 시 한국 콘텐츠까지 규제할 가능성이 있다. 사드 이후 경험한 ‘국가 단위 비(非)경제 보복’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기회는 일본 콘텐츠 배제 시 중국 젊은 층의 대체재 수요가 증가해 한국 콘텐츠 시장이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패션·게임·음악 분야에서 ‘J-Culture 대신 K-Culture’ 전환이 가속화 될 수 있다.
▲ 금융·투자 환경 변화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격화되면 금융시장은 빠르게 반응한다. 환율 변동성 확대(엔화와 원화 동반 변동)되고, 한국 기업의 중국·일본 투자 계획이 지연될 것이다. 또 제조업의 비상 재고 확보로 인해 단기 비용이 증가할 것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중위험 대체투자’ 유입 가능성도 있다.
투자 환경은 부정적 요소가 많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에 자금이 흡수되는 ‘피난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한국 기업의 전략적 대응
중-일 갈등은 일시적 이슈가 아니라 구조적 긴장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다음과 같은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공급망 리스크 점검
일본, 중국 외의 공급처를 사전에 확보하고 재고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중요 부품에 대해 재고를 늘리거나, 대체 제품 확보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
일본·중국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를 전수 조사하고, 인도·베트남·유럽 등 대체 공급처를 확보헤애 힌다. 또 핵심 부품 재고 유지 전략 재정비해야 한다.
▶금융 리스크 헤지
환 헤지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또 투자 리스크에 대비한 보험 또는 리스크 펀드 활용을 검토하고, 외교·정책 리스크에도 대응헤야 한다. 정부 및 무역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역 안보 리스크 증가에 대비한 비즈니스 연속성 계획(BCP)도 수립해야 한다.
▶시장 다변화
수출 대상국을 재검토해 일본·중국에서의 리스크를 일부 상쇄해야 한다. 국내 수요 및 대체 수요 창출을 위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힐 필요가 있다.
▲시사점-동아시아 질서 재편의 한가운데, 한국 기업의 기회와 부담
중국과 일본의 갈등 격화는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다. 동아시아 경제 질서를 뒤흔드는 구조적 변화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양국 사이에 놓여 있고, 경제적으로는 두 나라의 공급망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이번 갈등은 한국 기업에 ‘위협과 기회가 동시에 존재하는 다층적 변곡점’이다. 위협은 공급망과 외교 리스크에서 시작되지만, 기회는 일본 기업의 공백과 글로벌 재편 속에서 찾아온다.
관건은 한국 기업이 얼마나 빠르게 리스크를 인지하고, 얼마나 전략적으로 시장을 재편하느냐이다. 외교·안보 리스크가 사업 전략의 핵심 변수로 부상한 지금, 기업의 대응 속도는 곧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