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실적 갈랐다
네이버 '역대 최대' vs 카카오 '회복 가속'
[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국내 양대 빅테크 '네카오(네이버·카카오)'의 2025년 3분기 실적 희비가 인공지능(AI) 성숙도에서 극명하게 갈렸다. 네이버는 AI를 기존 사업에 성공적으로 접목하며 분기 매출 3조 원, 영업이익 57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카카오는 아직 3분기 연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시장 전망치 컨센서스상으로는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도 네이버의 'AI 속도전'에는 미치지 못하는 양상이다. 네이버가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달고 독주 체제를 굳히는 가운데, 카카오가 트래픽 외에 확실한 성장 동력을 4분기에 증명해낼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I로 증명한 네이버의 어닝 서프라이즈
네이버는 2025년 3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5일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네이버의 3분기 연결 매출은 3조1381억 원, 영업이익은 5706억 원이다. 이는 분기 매출 첫 3조 원 돌파이자, 영업이익 역대 최대 기록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5.6%, 영업이익은 8.6% 증가했다. 이러한 성과는 최수연 대표가 강조해 온 '온서비스 AI(On-Service AI)' 전략이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제 수익 창출로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AI 기술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이것이 곧바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번 실적을 견인한 것은 단연코 네이버의 핵심 사업인 서치플랫폼과 커머스다. 서치플랫폼 부문은 매출 1조602억 원을 기록하며 '캐시카우'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특히 AI를 활용한 광고 효율 증대 솔루션인 ADVoost와 피드 서비스 확대가 주효했다. AI 기반 개인화 추천이 강화된 '홈피드'의 일평균 이용자수는 1천만 명을 돌파하며 새로운 트래픽 및 광고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커머스 부문은 더욱 폭발적이다. 매출 985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9%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1조 원 매출을 눈앞에 뒀다. AI를 활용한 개인화된 '발견·탐색' 경험 고도화, N배송 확대, 멤버십 혜택 강화가 시너지를 내며 스마트스토어 거래액 12.3% 증가 성장을 이끌었다. 핀테크 부문은 네이버페이 결제액이 22.7조 원에 달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고, 콘텐츠 부문은 웹툰을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엔터프라이즈 부문이다. 서비스형 GPU인 GPUaaS 신규 매출이 발생하며 AI 인프라 사업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AI 기반 고도화에 집중한 결과가 비즈니스 기회 확대 및 수익 창출로 이어졌다"며 "다가오는 AI 에이전트 환경에 맞춰 핵심 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밝혀, 향후 AI 중심의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체급 차이와 성장 동력의 격차
네이버가 'AI 기반 성장'이라는 확실한 성적표를 받아든 반면, 카카오는 '내실 다지기 및 회복'에 중점을 둔 모양새다. 아직 카카오의 2025년 3분기 연결 실적이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시장 전망치 컨센서스와 네이버의 확정 실적을 비교하면 두 기업의 현재 위치가 명확히 드러난다. 10월 말 기준 주요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카카오의 3분기 매출은 약 2조236억 원, 영업이익은 약 1638억 원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3%, 영업이익은 25.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분명 개선된 수치다. 그러나 네이버와 나란히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네이버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든 면에서 카카오를 압도하고 있다. 특히 분기 매출 3조 원을 돌파한 네이버와 2조 원대 초반이 예상되는 카카오의 체급 차이는 더욱 벌어지는 양상이다. 네이버의 3분기 매출은 카카오 예상치의 1.5배가 넘고, 영업이익은 3배를 훌쩍 넘어선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 동력의 차이다. 네이버의 성장은 'AI 접목을 통한 기존 사업의 폭발력'에서 나왔다. 검색과 커머스라는 탄탄한 기반 위에 AI라는 촉매제를 더해 화학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반면 카카오의 성장은 주로 카카오톡 광고 및 선물하기와 같은 본업의 견조함, 그리고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에 기인한다. 그렇다고 카카오의 상황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주요 자회사들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3분기 영업이익 158억 원으로 영업이익률 6.6%를 달성하며 안정적 흑자 기조에 안착했다. 금융 및 플랫폼 서비스 매출이 각각 72%, 69.2% 급증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이 외에도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자회사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내실을 다지고 있어 카카오 전체의 연결 실적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
결국 네이버는 'AI'라는 신기술을 즉각적으로 수익화하는 데 성공한 반면, 카카오는 자회사들의 개별 성장과 본업의 트래픽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전통적인 성장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전략의 차이가 아니라, AI 기술 성숙도와 실행력의 차이로 해석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가 미래 승부처
3분기 실적은 네이버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진정한 승부는 4분기와 2026년부터 시작될 'AI 에이전트' 시장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네이버는 4분기에도 AI를 통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연말 성수기에 따른 광고 및 커머스 부문의 계절적 호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네이버는 'AI 에이전트' 환경 구축에 집중할 계획이다. 서비스 전반에 AI를 심어 사용자를 락인(Lock-in)하고, 이를 B2B 솔루션인 GPUaaS 등과 웹툰 같은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3분기에 확인된 'AI=수익' 공식을 4분기에도 입증하는 것이 과제다.
반면 카카오의 4분기 최대 과제는 단연 'AI의 수익화'다. 카카오는 5천만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에 챗GPT 등 생성형 AI를 접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나, 이것이 네이버의 ADVoost나 AI 개인화 추천처럼 즉각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4분기에는 카카오톡 트래픽을 활용한 광고 사업 외에, AI를 접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장에 제시하고 그 가능성을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되었다. 자회사들의 견조한 실적이 버팀목이 되어주는 동안, 본체인 카카오가 AI 전쟁에서 반격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트래픽의 AI 수익화가 관건
결론적으로 2025년 3분기는 네이버가 'AI 기술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실적으로 확고히 다진 분기였다. 카카오 역시 내실을 다지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네이버의 AI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4분기에 더욱 가시적인 AI 전략과 성과가 필요해 보인다.
빅테크의 진정한 미래 가치는 '트래픽'이 아닌 '트래픽을 AI로 어떻게 수익화하는가'에 달려있음이 명백해졌다. 네이버는 이미 그 해답을 찾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제 카카오가 답할 차례다. 5천만 사용자의 일상에 스며든 카카오톡이 단순한 메시징 플랫폼을 넘어 AI 기반 수익 창출 엔진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4분기 실적이 그 답을 보여줄 것이다.
AI 시대의 빅테크 경쟁은 이제 시작 단계다. 기술을 보유한 것과 그것을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네이버가 먼저 그 길을 열었다면, 카카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길을 따라잡거나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국내 빅테크 양강 구도의 미래는 바로 이 AI 수익화 경쟁의 결과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