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하면서 과감한 사업추진력을 갖춘 CEO

SK하이닉스, 기술 경쟁력 강화와 사업 다변화에 올인

[CEONEWS=오영주 기자]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취임 후 메모리반도체업황 변화에 취약한 SK하이닉스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사업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 실적 증가 기반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SK하이닉스 반도체사업에 대규모 중장기 시설 투자계획을 세운 상태에서 구체적 투자계획을 조율하고 투자확대를 통한 성과를 높이기 위해 기술 확보를 필요로 한다.

◆ WHO IS...

이 대표는 1965년 6월23일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입사한 뒤 유학길에 올라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전자 재직 당시 반도체 산화막 파괴와 안정성에 관한 연구에 주력했고, quasi-breakdown(준파손)으로 불리는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며 이를 설명하는 논문을 제출했다. 이 논문이 인정받아 반도체 명문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게 됐다. 

현재까지 100건 이상의 기술관련논문이 이석희가 발견한 quasi-breakdown을 인용해 작성됐을 정도다.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재직시절에도 DNA구조를 활용한 반도체 회로를 개발해 미세공정 개발에 기여하는 등 꾸준한 연구성과를 냈으며 현재도 학계에서 이름난 반도체 기술 전문가다.

2000년 인텔에 처음 입사할 당시엔 전공과 관련이 적은 공정오류 분석업무를 맡았는데 능력을 빠르게 인정받으며 연구팀에 참여하게 됐다. 

이후 인텔 내부 최고상인 인텔 최고업적상을 3차례 수상하며 핵심인재로 평가받았다. 이 상은 해마다 단 한 명에게만 준다.

인텔에서 시스템반도체인 CMOS 생산라인의 공정오류를 잡고 개선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후 32나노 미세공정 개발을 주도해 성과를 인정받으며 경험을 쌓았다. 인텔에서 인정받은 공정기술 개발과 수율 개선능력이 SK하이닉스의 빠른 미세공정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텔에서 11년 동안 근무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SK하이닉스에 전무로 영입된 뒤 미래기술연구원장과 D램개발사업부문장을 지냈다.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최고운영책임자(COO)와 경영지원업무 총괄을 겸임하기도 했다. 꼼꼼하면서도 과감한 사업 추진력을 모두 갖춘 CEO다. 

2016년 말 황창규 KT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에 이어 한국인으로 세번째 반도체 분야 최고권위학회 IEDM의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반도체 기술 논문 발표가 성과로 이어져 학회에 초청되는 전형적인 연구자로 세계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그는 경쟁환경이 치열하고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시장환경에서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역할을 인정받고 있다

◆ 경영활동의 공과
△SK하이닉스 급성장 이끌며 대표이사 승진

이석희 대표는 2018년 연말인사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전임 박성욱 부회장이 6년만에 대표이사 자리를 물러난 이유는 세대교체였다. 이 대표의 승진엔 D램 호황기였던 2018년까지 2년 연속 사상 최고 실적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

승진인사 당시 SK하이닉스는 이 대표가 글로벌 역량이 뛰어나 합리적이면서도 과감한 추진력을 갖춰 임직원에 높은 신임을 얻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 SK하이닉스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적임자로 여겼다.

회사 측의 생각처럼 이 대표는 D램 기술전문가로 전체 연간 영업이익의 90% 이상을 D램에 의존하고 있는 SK하이닉스를 이끌기에 최적의 인사다. 

그가 SK하이닉스에서 D램개발사업부장을 맡을 당시 연구했던 D램 공정과 설계 기술이 시장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메모리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석희 체제하에서 DDR5 규격의 D램과 10나노 2세대(1Y)급 미세공정 기술, HBM2와 GDDR6 D램 등 차세대 메모리의 기술 발전 성과를 앞당기면서 기술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SK하이닉스 역대 최대실적 성과
지난 2017년,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가장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냈다. 항상 약점으로 지적됐던 D램 미세공정 기술 발전과 수율 안정화에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이석희 대표의 역할이 컸다.

2016년 연말인사에서 SK하이닉스가 신설한 사업총괄 직책을 수행하게 된 후에도 실제 사업 운영에 영향력을 더욱 키운 것이다. 더불어 경영총괄까지 겸임했다. 사업과 재무관리 등 SK하이닉스의 핵심적 실무를 실질적으로 책임진 셈이다.

SK하이닉스가 2017년 당시 시설투자에 들인 금액이 역대 최대 규모로 약 10조 원이었다. 낸드플래시와 D램에 모두 공격적 증설을 계획하며 시설투자금액이 늘어났는데 이 결정과 투자전략 수립 과정에서 모두 중요한 책임을 맡은 것이 이석희 대표였다.

 

△2016년 실적 부진 만회
이 대표가 전면에 나서기 전 SK하이닉스는 2016년 D램 미세공정 전환이 늦어진 결과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다. 2015년 분기별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2016년 1분기 영업이익은 5620억 원, 2분기는 4530억 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와 함께 90% 이상의 점유율로 과점체제를 구축한 글로벌 D램시장에서 IT기기의 수요 둔화로 공급과잉이 벌어진 탓이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미세공정 기술에 가장 앞서고 선제적 투자로 공정 전환을 통해 타격을 줄인데 반해, SK하이닉스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대표가 전면으로 나선 뒤 SK하이닉스는 전략을 수정하고 2016년 하반기부터 20나노 초반대의 D램 미세공정 전환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냈다. 

그 결과 2016년 3분기 영업이익이 7270억 원으로 올랐고 4분기에는 업황 개선의 수혜도 입어 1조5천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이 대표가 당시 D램개발사업부문장을 맡으며 강력한 기술 리더십을 진두지휘해 SK하이닉스가 D램 미세공정 기술발전 추진력을 확보하며 빠른 체질 개선으로 실적 타격을 금세 만회할 수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 비전과 과제
이석희 대표는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반도체공장 투자를 앞두고 효과적 투자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기술 경쟁력을 갖춰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시의 새 반도체 공장단지에 2022년 이후부터 모두 120조 원을 투자해 4곳의 반도체공장을 새로 짓겠다는 발표를 내놓은 게 지난 2월이다. 또 충북 청주에 새 반도체공장을 짓기 위한 35조 원 투자, 이천 공장에 20조 원 투자까지 포함하면 총 175조 원이다.

이는 지난 2017년 10조 원을 투자한 게 최고치였던 SK하이닉스 반도체 시설투자와 비교해 공격적으로까지 보이는 투자 규모다. 가동비 부담과 반도체 재고 증가에 대한 부담까지 생각하면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도 많다.
 

이 대표는 이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기술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해 공장 증설의 효과를 온전히 볼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를 갖춰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더불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으로 이어졌던 메모리반도체 호황기가 마감되었다는 전망도 부담이다. 이는 곧 2019년~2020년 반도체업황이 큰 침체기가 다가온다는 신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과 업황 악화에도 SK하이닉스의 실적을 최대한 방어할 수 있도록 반도체 고객사를 늘리고 생산 원가도 절감해 수익성을 지켜내야 하는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이석희 대표는 반도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준비된 CEO로서 SK하이닉스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 그의 행보에 따라 반도체업계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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