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금희 논설주간의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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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금희 논설주간의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
  • 엄금희 논설주간
  • 승인 2019.10.2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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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과 행복, 행복의 역설
엄금희 논설주간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경제학에 대한 애덤 스미스의 목적은 국부의 성격과 근원을 밝히는 데 있다. 그러나 때로 그것과 혼합되어 있는 또 하나의 목적은 국가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원인들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행복에 관한 새로운 경제 사상이 대두되고 있다. 그것은 '행복의 역설'이라는 큰 틀에서의 논의이다. 이를 통해 행복과 경제 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측면들이 밝혀지고 있다. 파시네티에 의하면 맬더스처럼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부에 대해 강조해 왔고, 정치경제학에서의 행복의 중요성을 잘 인지해 왔다.

경문사에서 내놓은 '행복의 역설'이란 책은 경제학 분야에서 행복에 관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학자들에 의해 쓰였다. 지난 2003년 밀라니-비코카에서 개최된 "경제학에서의 행복의 역설"이라는 국제 콘퍼런스에서 발표되었던 논문들을 편집한 것이다. 정치경제학 내의 한 분야로서의 행복의 경제학에 대한 최고의 학문적인 성과들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경제 사상을 중심으로 하여 철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인류학 등 여러 분야의 학제적인 연구 성과들이다.

행복의 정치경제학은 경제학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통해 인간과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는 시도이다. 과연 인간은 합리적인가, 인간은 이기적이기만 한 존재인가 하는 것에 대한 반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물질과 인간 간의 관계에서의 효율성 추구는 물질적 풍요를 이룰 수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물질적인 풍요가 이루어진 후에는 소득이 증가할수록 인간이 더 행복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것이 '행복의 역설'에 대한 요체이다.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려면 억지로라도 행복한 생각을 해야 할까? 오히려 행복에 대한 강박이 우울증을 심화시킨다. 20여 년 전 심리학자 랜디 J. 패터슨은 우울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그룹 치료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 치료는 성공하지 못했다. 원인은 행복에 대한 강박 때문이었다.

문제는 환자들의 비관주의적인 사고에 있었다. 환자들은 치료가 본인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치료를 받아봤자 소용이 없을 것이란 환자들을 보며 패터슨은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관점을 달리해 환자들을 행복해지도록 유도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비참한 생각을 하도록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좀 더 비참해지기’ 콘셉트의 치료 전략을 만든 것이다. 

사람에게 항상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건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다. 행복에 대한 강박과 집착은 오히려 불행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슬픔, 불안, 실망, 절망, 좌절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반면 비참한 생각은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건설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반 심리학' 원리다. 반대로 행동하고 싶어 하는 '청개구리 심리'를 이용해 부정적인 사고를 하도록 유도해 긍정적인 사고를 이끄는 것이다.

행복에 집착하지 않고 소중한 일,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해서 좋은 일, 해야 할 일을 찾아 마음을 비우고 혼신으로 임하면 샘물이 솟듯 행복은 저절로 수반되는 것이다. 행복은 그렇게 오는 것이다. 

행복의 역설을 정치경제학에서 그리고 우리네 일상에서 들여다본다. 경제학에 대한 반성과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통해 경제학이 진정으로 인간의 행복을 성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함을 깨우쳐 준다. 현대 주류경제학에 실망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의 역설'은 새로운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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