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 고쇼지 소장 사명대사 유묵 국내 최초 특별 공개

 [CEONEWS=엄금희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BTN불교TV와 공동 기획으로 '일본 교토 고쇼지 소장 사명대사 유묵'을 특별 공개한다.

o 기 간 : 2019년 10월 15일(화)~11월 17일(일)

o 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1층 중근세관 조선1실

o 전시품 : 승려 엔니에게 지어 준 도호, 자순불법록 등 7건 7점

이번에 공개되는 유묵은 사명대사로 잘 알려진 사명 유정(1544-1610)이 임진왜란 후 강화와 포로 송환 협상을 위해 일본에 갔을 때(1604-1605) 교토에 머물며 남긴 것이다. 이 전시는 전후 조선과 일본의 평화를 이끌어 백성을 구하는 동시에 구도자라는 승려의 본분을 잊지 않은 사명대사의 뜻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하였다.

사명대사 진영, 동국대박물관 소장품이다. 사명대사 유정(1544-1610)의 초상화이다. 화면 왼쪽 위에 “국홍제존자송운당대화상지진(國弘濟尊者松雲堂大和尙之眞)”이라는 제목이 있다. ‘홍제존자’는 ‘널리 세상을 구하는 스님’이라는 뜻으로 사명대사의 시호 ‘자통홍제존자(慈通弘濟尊者)’에서 나온 것이다. ‘송운’은 사명대사의 별호이다. 왼쪽 손목을 걷고 손에 불자를 쥐고 오른손으로 불자 끝의 수술을 만지는 모습으로 표현되었으며, 승병장으로서의 기풍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사명대사 진영'(동국대학교박물관 소장)과 고쇼지에 소장된 ‘사명대사 관련 유묵’ 6점 등 총 7건 7점이 선보인다. 그 중 5점은 사명대사의 유묵인데, 한시 2점('최치원의 시구', '벽란도의 시운을 빌려 지은 시)'과 '대혜선사의 글씨를 보고 쓴 글', '승려 엔니에게 지어 준 도호', '승려 엔니에게 준 편지'이다.

사명대사가 쓴 최치원의 시구이다. 畫角聲中朝暮浪 靑山影裏古今人 나팔 소리 들리고 아침저녁으로 물결 일렁이는데, 청산의 그림자 속을 지나간 이 예나 지금 몇이나 될까.사명대사가 친필로 쓴 시구로, 신라 말 문장가로 이름난 최치원(857-?)이 지은 시 '윤주 자화사 상방에 올라(登潤州慈和寺上房)' 중 두 구절이다. 이 시는 속세를 떠난 듯한 초연함을 노래한 작품으로 신라와 당나라에 모두 널리 알려졌다. 특히 이 구절은 자화사의 자연 풍경을 세심히 묘사한 부분인데, 사명대사는 고쇼지의 기풍이 자화사처럼 탈속적이라는 뜻을 담아 이 시구를 남긴 듯하다.

'벽란도의 시운을 빌려 지은 시'는 임진왜란부터 10여 년 간 사명대사의 감회가 담긴 시로, 일본에서의 사명을 잘 마무리한 뒤 속세를 정리하고 선승의 본분으로 돌아가겠다는 사명대사의 의지가 드러난다.

'벽란도'의 시운을 빌려 지은 시이다. 有約江湖晩 강호에서 만나기로 약속한지 오래되지만 紅塵已十年 어지러운 세상에서 지낸 것이 벌써 10년이네. 白鷗如有意 갈매기는 그 뜻을 잊지 않은 듯 故故近樓前 기웃기웃 누각 앞으로 다가오는구나.임진왜란부터 10여 년간을 돌아본 사명대사의 감회를 표현한 시이다. 속세에서의 일이 곧 끝날 줄 알았으나 어느덧 10년을 넘겼고, 일본에서의 임무를 잘 마무리한 뒤에 속세를 정리하고 선승의 본분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시 속에 등장하는 ‘갈매기’는 옛사람들의 글에서 ‘마음을 알아주는 벗’ 혹은 ‘은둔’의 비유적인 표현으로 종종 쓰였다. 고려 말 문신 유숙(1324-1368)의 시 '벽란도' 시를 차운하여 지은 시이다.

'대혜선사의 글씨를 보고 쓴 글'은 사명대사가 스승 서산대사가 남긴 뜻에 따라 백성을 도탄에서 구하기 위해 일본에 왔음을 밝혔다.

대혜선사의 글씨를 보고 쓴 글이다. 사명대사가 고쇼지에 소장된 중국 남송의 선종 승려 대혜 종고(1089-1163)의 전서 글씨를 보고 감상을 적은 글이다. 사명대사는 이 글에서 중생을 구하라는 스승 서산대사가 남긴 뜻에 따라 일본에 왔음을 강조하여, 사행의 목적이 포로 송환에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사명대사는 자신을 대혜선사의 37대 직계 후손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임제종의 법맥이 중국 선종의 제6조인 혜능으로부터 대혜를 거쳐 사명대사로 이어진다는 조선 불교계의 법통 인식을 보여준다.

고쇼지를 창건한 승려 엔니 료젠(1559-1619)이 쓴 '자순불법록'과 '승려 엔니에게 지어 준 도호', '승려 엔니에게 준 편지'는 사명대사가 교토에서 일본 승려들과 교류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승려 엔니에게 지어 준 도호이다. 허응(虛應) 일본 원이 교사가 남선의 장로를 통해 나에게 요청하였기에 나는 도호를 이 글자로 짓고, 따로 편지를 써서 보냅니다. 스님은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송운(松雲)이 씀.사명대사는 교토 고쇼지를 창건한 승려 엔니 료(1559-1619)에게 ‘허응(虛應)’이라는 도호를 지어 주고 두 글자를 크게 써 주었다. 남선은 교토의 난젠지로, 이 글에 등장하는 난젠지의 장로는 조선과 일본의 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쓰시마번의 외교승 센소 겐소(1537-1611)]이다. 겐소는 엔니와 같은 종파의 승려였기 때문에 그 인연으로 사명대사에게 엔니를 소개했다.

 '자순불법록'은 엔니가 선종 기본 개념과 임제종의 가르침에 대한 이해를 10문 10답으로 정리하여 사명대사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쓴 글이다. 엔니는 만 리 길을 가지 않고 이곳에 앉아서 자신이 속한 임제종의 법맥을 이은 사명대사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며 기쁨과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다.

'자순불법록'은 고쇼지를 창건한 엔니 료젠(1559-1619)이 선종의 기본 개념과 임제종의 가르침에 대한 이해를 10개의 질문과 답변으로 정리한 글이다. 엔니는 자신이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사명대사에게 이 글을 보이고 가르침을 받고자 했다. 그는 다행히 만 리 길을 가지 않고 이곳에 앉아서 자신이 속한 임제종의 법맥을 이은 사명대사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며 기쁨과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다.

사명대사는 쓰시마의 외교승이기도 한 난젠지 장로 센소 겐소(1537-1611)를 통해 엔니에게 도호를 지어줄 것을 부탁받았다. 사명대사는 엔니의 자(字)를 허응(虛應), 호(號)를 무염(無染)으로 짓고 “허응(虛應)”이라는 두 글자를 크게 써서 주었다(승려 엔니에게 지어 준 도호).

이때 사명대사는 별도로 쓴 편지에 도호에는 관세음보살이 중생의 소리를 두루 듣고 살핀다는 뜻이니 마음에 잘 간직하라고 당부하였다. 이어서 정진 수행하는 것과 어지러운 세상에서 중생을 구하는 것이 모두 중요하다는 뜻의 시를 덧붙였다(승려 엔니에게 준 편지).

사명대사는 임진왜란(1592-1598) 때 의승군을 이끈 승병장이기도 했지만, 전란 중에도 전란 후에도 조선과 일본 양국의 평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외교승이기도 했다. 결국 사명대사는 1605년 교토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담판을 지어 강화를 맺고 조선인 포로 3천여 명을 데리고 함께 귀국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교토 고쇼지 사명대사 유묵 특별 공개'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백성을 구하고 조선과 일본 양국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면서 진정한 깨달음을 추구한 사명대사의 뜻을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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