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출신에서 한국의류산업협회 회장까지

▲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CEONEWS=오영주 기자] 2019년 기해년 황금 돼지해 창간 20주년을 맞아 CEONEWS가 '대한민국 리딩 TOP CEO'를 선정합니다. 이번 선정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CEO들의 명예와 자존감을 앙양하고 그들의 업적과 노고를 치하하고 CEO PI의 본보기로 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소상공인 출신에 매장 사장님부터 시작

지난해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던 패션업계가 서서히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을 통해 광폭 행보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인이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패션그룹형지에 최병오 회장이다.

현재 한국의류산업협회 회장도 맡고 있는 최회장은 본인자신이 소상공인 출신이었기에 매장 사장님들 마음을 헤아리면서 "대리점주님 사장님 먼저 부자 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고 한다. ‘어찌하면 사장님들 기를 살리고, 가치를 드릴 수 있을까’ 전 임직원과 항상 고민해왔다는 현장중심주의 최회장을 만나보자.

◆ 생애 및 성과

최병오회장은 강한 도전정신으로 유명하다. 서울 광장시장의 한평 남짓한 점포로 시작해 32년 만에 1조 원대 매출의 기업을 일군 입지전적 인물이다. 

1953년 11월18일 6남1녀 가운데 셋째로 부산에서 태어난 최회장은 석회공장을 운영하던 부친의 갑작스런 별세로 가세가 기울어 혹독한 가난을 겪었다. 기술고등학교를 졸업한 19세에 페인트대리점을 운영하며 사업에 처음 뛰어들었다. 페인트사업이 실패한 뒤 27살에 100만 원을 들고 상경했다. 고향을 떠날 때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1980년 27세의 나이로 서울에 상경해 동대문시장에서 의류업을 시작했다. 직접 왕관 모양의 로고를 만들어 ‘크라운’이라는 상표를 등록해 여성의류, 특히 바지 종류를 팔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회사는 어음관리를 소홀히 해 부도가 났다.

동대문시장에서 처음으로 브랜드 의류를 제조해 판매했고 여성캐주얼시장을 개척해 ‘동대문시장의 신화’로도 불렸다. 30대~50대 여성을 위한 캐주얼의류시장을 만들어냈다고 평가받는다. ‘비버리힐스 폴로클럽’ 여성복 라이선스를 따와 성공적인 매출을 올렸고 중장년 영성 캐주얼 ‘크로커다일레이디’도 론칭해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1994년 형지물산을 설립하고 싱가포르 브랜드인 ‘크로커다일’을 들여와 주로 30~50대 여성들을 겨냥해 판매했다. “30~50대가 싸고 쉽게 입는 국민복을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여성 캐주얼브랜드인 크로커다일을 론칭했으며 2007년 단일브랜드로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 3천억 원을 넘겼다. 그 뒤 남성복업체 우성I&C(현 형지I&C), 교복업체 엘리트베이직, 쇼핑몰 바우하우스 등을 계속 인수하며 종합의류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 경영활동의 공과

인수합병을 통한 사세 확장

형지는 잇따른 인수합병을 통해 20개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2012년부터 인수합병의 효과에 주목해 그해 4월 남성복회사 ‘우성I&C(현 형지I&C)’를 인수하면서 남성복 부문을 강화해 종합패션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여성 커리어 캐주얼 ‘캐리스노트’와 학생복 ‘엘리트’를 잇따라 인수했다. 같은해 프리미엄 패션몰 ‘바우하우스’를 인수하면서 유통업까지 진출했다. 이외에도 ‘에모다’, 베트남 C&M공장(의류제조) 등을 사들였다.

2014년 5월 프랑스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쟉’의 아시아 상표권을 인수해 골프웨어시장에도 진출했다. 또한 같은해 10월 서울 장안동 소재 프리미엄 아울렛인 '바우하우스'를 리츠에 매각했다. 부채비율을 줄이고 유통사업 확장에 사용하기 위해 이른바 '세일앤리스' 방식으로 자산을 유동화했다. 2015년 6월 잡화브랜드 ‘에스콰이아’를 인수하면서 구두, 잡화분야에 뛰어들었다.

박근혜 순방길 함께하며 인수협약

박근혜 정부시절 활발한 현장경영을 펼쳤다.  2013년 5월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 13회 연속으로 동행했다. 이 기간에 해외순방길에 모두 동행한 재계인사는 무역협회장,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경제관련 기관장을 제외하면 그가 유일했다. 수행을 다니면서 2014년 10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스테파넬’의 국내 라이선스 인수협약을 맺었다. 2015년 1월에는 스위스 여성전용 아웃도어 ‘와일드로즈’와 아시아 상표권 인수계약을 했다.
2015년 잠시 면세점사업을 진출을 추진했으나 기존 사업자인 신세계에 밀려 탈락했다.

복합쇼핑몰 아트몰링 개관

최병오 회장은 2017년부터 복합쇼핑몰 아트몰링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그해 3월 초 부산 사하구에 건축비 1100억 원을 들여 복합쇼핑몰 아트몰링을 개장했다. 부산 서부일대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3년 안에 비슷한 규모의 쇼핑몰을 5~6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개장한지 3주 만에 방문객 8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출발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아트몰링은 지하 8층에서 지상 17층까지 있는 100여m 높이의 복합쇼핑공간이다.

패션그룹의 복합쇼핑몰 답게 패션관과 문화관 등 2개 동으로 구성됐다. 이곳에는 패션, 리빙, 식음료(F&B), 문화 등 4개의 카테고리에 걸쳐 170여 브랜드가 쇼핑몰에 입점해 있으며 사하구의 유일한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7개 관 888석 규모로 들어섰다. 특히 건물 17∼18층에는 고객이 서부산의 경관을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야외 옥상인 ‘아트가든’이 마련됐다.

◆ 경영철학

국내외 소외계층 도와… 행복 나누는 기업 철학 실현

최회장은 ‘패션을 통해 행복을 나눈다’는 철학을 알리는 희망전도사다. 평소 학생, 중소기업 임직원, 공무원, 소상공인 등에 이르기까지 전국 방방곡곡 사회 각 계층을 대상으로 강연을 펼쳐 ‘희망기업가’로도 불린다.

스스로 성공의 비결로 ‘배려의 진정성’과 ‘건강’을 꼽는다. 그는 1년에 전국 2천여 개 매장을 돌아보면서 대리점 점주를 배려한다. 그는 대리점주를 만날 때마다 “형지보다 대리점이 먼저 돈을 벌어야 한다”면서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 알려주세요”라고 말한다고 한다. 

이러한 그에 성향은 사회공헌 활동에서도 적극적으로 표출된다. 2002년부터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 유니세프 등과 꾸준한 파트너십을 맺어오며 여성·아동 등 국내외 소외계층을 돕는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2014년 6월 '포옹'의 중요성을 알리는 '허그(HUG) 캠페인'을 선보였고, 지난해부터 저소득 여성가장의 자녀 양육비를 지원하는 '와우(WOW, Wings Of Women)'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성금 전달·필리핀 태풍피해 지역 의류 기증 등 긴급 구호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또한 최회장은 사내 '행복나눔 봉사단'을 창단하고 2015년부터 매년 연말 사랑의 연탄 나눔 봉사를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형지는 2011년부터 매년 연말 직원들이 김장김치를 담고 저소득 가정에 전달하는 '애정담그미'를 개최하고 있다. 최병오 회장은 "올해는 특히 사회적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럴수록 소외된 이웃과 희망을 나누는 일에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 며 "앞으로도 임직원들과 함께 우리 사회 곳곳에 행복을 전하는 기업 이념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청년 시절에 권투를 배우면서 들은 “야 임마, 조금만 더 참아!”라는 소리가 평생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힘을 줬다고 한다. 좌우명 또한 배려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옆보이는 ‘평생 남보다 반 걸음만 앞서 간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영선반보(領先半步)다. 너무 욕심을 내서 앞서가면 주변 동료나 이웃을 보지 못하고 삶이 너무 치열해져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없기 때문에 ‘반 걸음’만 앞서가는게 좋다는 의미다.

사명 '형지(熒址)'는 부도를 내고 다시 사업을 일으키며 '불같이 일어난다'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최병오는 고향을 후원하는 데도 관심이 많다. 언젠가 고향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품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2006년부터 고향인 부산 사하구 하단동의 부지를 조금씩 사모았다. 회삿돈이 아닌 개인재산을 썼다. 처음 매입한 용지는 600㎡( 181평가량)로 7년에 걸쳐 땅을 사들여 2013년 부지매입을 끝냈다. 이 부지에 2017년 3월 아트몰링을 지었다. 일가친척이 아직도 아트몰링 인근에 살고 있다.

아트몰링 직원들도 고향주민을 중심으로 뽑았다. 아트몰링의 170여 개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 800여명 중 95%는 사하구 주민이다.

◆ 비전과 과제

패션그룹형지의 당면 과제 가운데 하나는 유통기업으로 변신이다. 복합쇼핑몰 아트몰링의 성공여부가 패션그룹형지의 성장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망의 성공적인 확보는 수익성을 위한 추진동력이 됨과 동시에 재고자산 관리에 큰 보탬이 된다.

최병오 회장의 형지그룹이 그동안 잇따른 인수로 외형확장에 주력하면서 자금상황이 일부 악화되기도 했지만 복합쇼핑몰 및 해외유통망을 성공적으로 확보할 경우 재고자산을 관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회장은 아트몰링이 패션그룹형지의 2020년 매출목표인 2조 원 달성에 중요한 밑거름이 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패션그룹형지의 자회사 형지엘리트 역시 중국시장 개척을 통해 반등을 노리고 있다. 최회장은 올해 형지엘리트, 에스콰이어 등 계열사의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형지엘리트는 ‘엘리트 학생복’으로 유명한 국내 최대 교복업체인데 2013년 패션그룹형지에 인수된 이후 내수시장이 예전만 못한데다 종속 자회사인 제화브랜드 형지에스콰이어의 부진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실적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형지엘리트는 2016년 12월 중국 패션기업 빠오시니아오그룹과 현지 합작법인 상하이엘리트의류유한회사를 설립해 교복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상해와 항저우, 난징, 원저우 지역의 300여개 학교를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2017년 신학기부터 교복을 납품하고 있다.

2017년 4월 중국 상하이 국제엑스포전시관에서 진행된 ‘상하이 국제 교복박람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현재 최병오회장은 한국의류산업협회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 통일경제위원회 위원, 숭실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강한 도전정신과 늘 솔선수범하는 최병오 회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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