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한국 경제 정책의 전환, 모스크바의 신사

엄금희 논설주간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한국경제에 대한 상황은 요즘 참으로 피곤하다. 이 피곤한 경제의 탈출구는 없을까?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우아하기 이를 데 없는 에이모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는다. 꽤 두툼했지만 스케일은 그리 크진 않다. 오로지 백작, 알렉산드로 로스토프의 일생이다. 잘 나가던 귀족으로 누리고 살다가, 혁명 뒤 기거하던 호텔에서 평생 머물라는 종신 연금형을 받는다.

호텔이란 섬에 갇힌 백작은 그래도 의연하다. 스위트룸에선 쫓겨났지만, 따로 챙겨둔 돈이 있으니까 생활하는 덴 불편함이 없다. 게다가 고결한 품성과 박식함도 갖춘 편이라 사람도 잘 사귄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예속됐을지언정, 우정과 사랑을 만나는 인생은 잘 굴러간다.

실망하지 않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새삼 한국경제에 대한 상황 인식이 중첩돼 잠시 책장을 덮는다. 요즘 한국경제는 상황 판단이 청명하지 않고 흐릿하다. 경기회복의 지수는 있으나 투자 감소에 따른 정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흔한 말로 지표경제와 체감경기가 크게 엇갈린다. 상환능력을 따지는 금융정책으로 거래가 실종된 부동산시장은 건강한 중산층을 빈곤층으로 전락시킨다.

오늘날 중산층의 어려움은 주택 담보대출로 대출을 받고 싶어도 총부채상환비율인 DTI(Debt to Income) 규제로 극심한 가뭄이다. 은행을 몇 군데 다녀보아도 묘수가 안 나온다. 돈이 돌지 않으니 비상 탈출구를 찾을 수 없다.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돈을 돌게 해야 내수가 살아나고 일자리도 생겨 빚 갚을 능력이 커진다. 결과적으로 점진적 인플레이션은 가계부채의 비중을 가볍게 할 수도 있다. 미국이 기나긴 대공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게 된 계기는 1930년대 중반 금본위제도 아래서 금값을 크게 올려 물가 상승을 촉발시키면서 탈출의 전환점이 되었다.

경제에 있어 돈의 주인이 바뀌면서 돈이 돌아야 비로소 소비수요도 생기고 투자의욕도 북돋을 수 있다. 일본 경제가 살아나는 요인은 무엇일까? 통화완화 정책이 화폐유통속도를 높이고 인플레이션 기미를 보이며 활기를 찾고 있다.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금융을 옥죄고 가계를 틀어지면 부동산 경기가 죽고 돈이 돌지 않는다. 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는 전환을 세계경제를 보면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경제는 아직 품격이 있다.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도 기품이 있다. 한국경제도 모스크바의 신사도 사극처럼 클래식의 향취가 찌릿하다. 고전의 외피를 썼지만, 굉장히 쫀쫀하다. 한국경제의 고전적 정책 운영자처럼 오랫동안 잔상에 남을 만한 소설이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갖고 있는 보유 자산은 부동산이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정책도 풀고 돈도 돌게 하는 금융정책도 변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경제성장률만큼 상승한다. 그런데 잠재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바라는 것은 정상적 사고가 아니다.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은 튼튼한 가계가 있어야 소비수요가 안정된다. 풀이 자라야 사자의 먹잇감이 풍부해지는 이치와 같다. 경제에 비관론이 퍼지고 있다. 속병은 깊어지고 있는데 성장률도 멈추고 있다. 자각증상이 나타나면 정책의 전환은 어렵다.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정책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을 수 있다.

"우리 인생은 불확실성에 의해 움직여 나아가는데, 그러한 불확실성은 우리의 인생행로에 지장을 주거나 나아가 위협적인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관대한 마음을 잃지 않고 보존한다면 우리에게 극히 명료한 순간이 찾아들 거라고 했다.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갑자기 하나의 필수 과정이었음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찾아든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으로 꿈꿔온 대담하고 새로운 삶의 문턱에 서 있을 때조차도 그렇다는 것이었다." 모스크바의 신사 687쪽에 나온 이야기가 뇌리에 깊이 새겨진다. 이것이 한국경제에 대한 조언이다.

엄금희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 CEO 뉴스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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