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 “그냥 써 팍팍, 내가 미술학원 다닐 때 물감이 아까워서 조금씩 썼거든. 그랬더니 어떻게 됐는지 알아? 중간에 굳어서 반도 못 쓰고 버렸어. 물감이랑 마음이랑 다 똑같아. 아끼지 마. 그러다 굳어버려.”

드라마 ‘호구의 사랑’에 나오는 대사다. 물감을 팍팍 쓰며 수채화를 그렸던 미술학원 학생은 과연 화가가 되었을까? 그의 조언을 믿고 물감을 팍팍 쓴다면 멋진 그림을 그려 낼 수 있을까? 미술수업 데생시간에 자주 등장하는 석고상, 아그리파! 문득 아그리파를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에… 아쉬운 대로 지식인에게 물어봤다.

종이에 구도를 잡고 석고가 들어갈 위치를 잡아요. 구도를 잘 잡아야 안정감이 있어요. 다음에는 위아래 좌우 형태를 잡고 비례를 재서 눈코입귀를 대략적으로 뜨세요. 중요한 건 석고상 같은 상은 표정이 있기 때문에 비례랑 위치가 중요해요. 지금까지 가선으로 뜨는 건 아시죠?

그리고 형태를 정확히 뜬 후에 실선으로 눈코입귀를 표시합니다. 어둠의 흐름선을 찾아서 긴 선으로 모양을 생각하면서 깔아 가는데 연필을 길게 깎아서 눕혀서 깔아야 해요. 그리고 각을 찾아가면서 깔아야 해요. 그림자도 같이 까세요. (중략)

드로잉은 선 맛이니까 그린 것처럼 그리고 항상 빛이 오는 방향하고 어느 부분에서 어떤 선을 써야 하는가 생각하면서 하는 게 중요해요. 계속 같은 선을 쓰면 그림이 떡져요.

그림 손으로 문대지 마세요. 문질렀다간 묘사한 거 날라 가고 문질러야 할 부분에서만 센스 있게 문질러야 해요. 그리고 석고상은 분위기가 중요하니까 분위기 잘 생각하시고요. 답변이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채택 부탁 드려요!

나는 이 지식인의 답변을 채택했고 아그리파는 안 그리기로 했다. 이번 생은 그른 것 같다.

우리 가족은 tvN <너의 목소리가 보여>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직업과 나이, 노래 실력을 숨긴 미스터리 싱어 그룹에서 얼굴과 몇 가지 단서만으로 실력자인지 음치인지 가리는 음악 추리 예능이다.

‘음치 수사대‘로 불리는 패널들이 실력자라고 지목했던 미스터리 싱어가 노래를 부른다. 이 때 목에 핏대를 세우며 불협화음으로 괴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반대로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절대음감을 뽐내며 어마무시한 가창력을 보여줄 때면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절대음감은 후천적 노력으로 불가능한 것일까?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의대 제인 기치어 박사 등 연구진은 3년 동안 2,200여명을 상대로 각각 20분씩 음정을 맞히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음정을 잘 맞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뚜렷이 구분되었고 절대음감은 유전적 소질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기치어 박사는 절대음감의 소유자들은 피아노와 컴퓨터의 음정을 힘들이지 않고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선천적 재능으로 보이는 천재들을 보면서 지극히 펑범한 우리들은 감탄하며 말한다.

“어디서 저런 게 나왔지?” 이러한 현상을 ‘젠장 빌어먹을 효과(Holy Shit Effect)’라고 한다. 이는 뉴욕 타임스의 저널리스트 대니얼 코일의 저서 <탤런트 코드>에서 소개된 용어다.

우리는 나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이 별안간 재능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비범함을 발휘할 때 놀란 감정과 부러운 감정이 교차한다. 천재성에 관한 질문에 그들은 덤덤히 답하고 그 모습을 본 우리들은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낀다.

하지만 희소식이 있다. 아무리 타고난 재능일지라도 이를 갈고 닦지 않으면 계발되지 않는다. 절차탁마(切磋琢磨)! ‘톱으로 자르고 줄로 다듬고 끌로 쪼며 숫돌에 간다’는 뜻이다. 아무리 귀한 옥돌이라도 끊고 다듬는 과정을 거쳐야만 귀한 보옥이 되듯이, 학문과 덕을 쌓고 태도와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수련이 필요하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했던가. 부러워만 하지 말고 절차탁마하자.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나를 향해 세상이 말해 줄 날이 오지 않을까? “젠장 빌어먹을! 어디서 저런 CEO가 나왔지?”

<양내윤 원장 프로필>

-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양교수

- 경찰대학교 외래교수

- HRD명강사대상수상

- 유머경영연구소 설립

- 명지대학교 경영학 박사

-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졸, 동대학원 경영학 석사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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