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잘하는 당신은 이미 글쓰기 달인

[CEONEWS=조성일 기자] 굳이 자서전 집필이 아니라도 글쓰기는 인생의 좋은 벗이다. 일기, 편지, 블로그, 페이스북……. 일상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글쓰기의 즐거움은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나는 글을 못 쓴다고 지레 선을 긋는다. 쓰긴 쓰는 데 잘 쓰지 못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글과 담을 쌓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공통분모는 글쓰기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는 의미이리라. 그래서인지 자서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선뜻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글쓰기란 우리가 생각하듯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누구나 카톡 한다. 카톡은 오늘날 소통의 대명사로 꼽힌다. 다들 카톡으로 안부도 묻고, 약속도 잡고, 수다를 떨거나 심지어 싸움까지 한다. 하는 정도가 아니라 달인의 경지다. 그러면 됐다. 카톡을 한다면 당신은 이미 글을 쓸 줄 안다.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나의 설명을 들으면 설득될 것이다.

카톡할 때 어떤 방식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가? 글자이다. 때로는 이모티콘도 곁들인다. 가령, “카톡하길래 핸드폰을 열어보니 배우자에게서 이런 메시지가 와 있다.

즐점하세요^^”

누구나 이 카톡의 의미를 알 것이다. 즐겁게 점심을 먹으라는 메시지에 웃음을 뜻하는 이모티콘(^^)을 곁들였다. ‘즐점SNS에서 즐겨 쓰는 축약어로 즐거운 점심을 의미한다. , 그럼 이 카톡을 문장으로 다시 써보자.

즐거운 점심 하세요. 호호!”

흠잡을 데 없이 완전한 문장이다. 이모티콘이나 축약어 등 다양한 기호들이 글자를 대신하기는 하지만, 이런 것들이 글자와 어우러져 문장의 꼴을 이룬다. 주어나 목적어가 빠진 문장을 보낼 때도 있지만, 이때도 그냥 빠뜨리는 것이 아니다. 카톡을 받는 상대방이 빠진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때만 의도적으로 생략한다. 그러니 카톡 메시지는 소통의 기능을 온전히 하는 완전한 문장이다.

글이란 별 게 아니다. 문장이 여럿 모이면 그게 글이다. 우리는 카톡을 통해 이런 문장을 매일 수 개에서 많을 때는 수십 개씩 보낸다. 한 문장만 쓸 때도 있지만 두 문장, 아니 장문의 메시지를 보낼 때도 있다. 즉 우리는 매일 글을 쓰고 있는 셈이다. 카톡으로 문장을 주고받으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기본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현대 단편소설을 완성한 작가로 평가받는 이태준은 문장 강화에서 글에 관해 재미있게 설명한 바 있다.

“‘벌써 진달래가 피었구나!’를 소리 내면 말이요, 써놓으면 글이다. 본 대로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하듯이, 본 대로 생각나는 대로 문자로 쓰면 곧 글이다. 말과 글이 같으면서도 다른 점은 여러 각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말은 청각에 이해시키는 점, 글은 시각에 이해시키는 점이 다르다. 말은 그 자리, 그 시간에서 사라지지만, 글은 공간적으로 널리, 시간상으로 얼마든지 오래 남을 수 있는 것도 다르다.”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야 하는 뭔가가 있는데, 이걸 목소리(voice)로 하면 이고, 문자로 표현하면 이란 얘기다. 그러니까 글이란 게 결코 우리의 말글살이와 동떨어진 게 아니라 매우 가깝게 또 빈번하게 사용하는 카톡이나 말과 것이라는 의미이다.

카톡 할 때 쓰는 글과 자서전의 글이 어떻게 같으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카톡의 글이 따로 있고, 자서전의 글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굳이 다른 것을 찾자면 메시지에 담기는 내용뿐, 문장의 형식은 카톡에서든 자서전에서든 똑같다.

예를 들어보자. 대학입학 논술시험은 글쓰기 시험일까? 그렇지 않다. , , 고교 과정을 정상적으로 마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논술시험은 글쓰기 능력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자서전 쓰기도 마찬가지다. 문장 쓰기 능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 삶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지인에게 할 말이 있을 때 부담 없이 카톡을 써서 보내듯, 내 삶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자서전을 쓰는 데도 어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

물론 카톡은 보통 두어 줄에 불과하고, 자서전은 분량이 상당한 만큼 시작하는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책이든 한 문장에서 출발한다. 한 권의 책도 그 한 문장이 다음 문장, 또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게다가 자서전이라고 해서 꼭 몇 백 페이지짜리 두꺼운 책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내 인생의 모든 사건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이야기들을 쓰는 것이 자서전 아닌가. 두세 장이든 스무 장이든 백 장이든 쓰고 싶은 내용만, 쓸 수 있는 만큼만 쓰면 된다. 첫술에 배가 부르지 않는다. 일단 내 이야기를 쓰는 즐거움을 느껴보고 나면, 쓰고 싶은 내용도 계속 떠오르고 덧붙일 말도 늘어날 것이다. 그때 가서 점점 더 그 양을 늘려가며 다시 쓰기를 거듭하면 된다. 내가 만족하면 그때가 탈고다. 그때가 되면 어느새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할 만큼 원고가 쌓여 있을 수도 있다. 일단 쓰고 보자.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씨이오뉴스-CEONEWS-시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