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성장률 3%로 소폭 둔화

[CEONEWS=이재훈 기자] 글로벌 경기 상승세가 약화되고 있다. 실물경기 추이를 보여주는 세계 산업생산 증가율은 올해 3분기 2.9%로 상반기 평균 증가율 3.7% 대비 0.8%포인트 하락했으며, 세계교역 증가율도 3분기 4%에 그쳐 금융위기 이전 5~6%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세계 GDP 증가율(시장환율 가중)은 올해 3분기 3.1%로 추정되는데, 이는 상반기 3.3% 대비 0.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이와 같이 세계 산업생산·교역 및 경제성장률 추이를 살펴볼 때 올 상반기를 지나면서 세계경제 회복 모멘텀은 약화되고 있으며, 하반기 들어 경기가 하락세로 전환되고 있다고 평가된다. <편집자 주>

세계 실물경기 및 심리지표, 올 하반기 들어 하락 국면 진입 지역별 산업생산 추이를 보면,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3분기 산업생산 증가율은 미국이 4.5%로 상반기 평균 대비 1.1% 포인트 개선됐으나 일본과 유럽은 각각 0.3%, 0.5%로 상반기 대비 2%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신흥국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 아시아·동유럽·아프리카 등은 산업생산 증가율이 하반기 들어 하락세로 전환됐으며, 경기불안 우려가 높아지는 남미의 경우 산업생산이 지속 감소하고 있다.

 성장 모멘텀 약화는 세계 기업경기 신뢰 및 소비자신뢰 지수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주요 39개국 기업 및 소비자신뢰지수’를 분석한 결과 최근 지수는 기준치 100을 소폭 상회하고 있으나 지난해 말 또는 올해 상반기의 고점 대비로는 두 지표 모두 2, 3분기 연속 하락했다. 이는 기업 및 소비자들의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 심리가 지속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OECD 선행지표 및 경기순환 추이는 내년 경기 하락 지속 시사경기 선행지표의 흐름상 2019년에도 세계경기는 둔화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OECD 국가 및 6대 신흥국(중국·브라질·러시아·인도·인도네시아·남아공)의 통합 경기 선행지수가 모두 하락세를 보여 향후 경기둔화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별로는 중국 선행지수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빠르게 하락해 기준치 100을 밑돌고 있어 성장률 하락이 예상된다. 미국의 통화긴축 본격화 이후 브라질·인도네시아 등의 선행지수도 하락세가 심화되는 양상이어서 경기 전망이 어둡다. 미국의 경기선행지수 역시 둔화하고 있지만 2%대의 성장세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산업생산지수를 활용해 세계 경기사이클(단기)을 분석한 결과 세계 경제는 2011년 이후 두 차례의 경기 상승기와 두 차례의 경기 하강기를 지났으며 최근 세 번째의 경기 하강기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기간 중 경기 상승기는 평균 17개월 유지됐고, 경기 하강기는 25개월 정도 지속됐다. 이 같은 경기순환 주기를 감안할 때 최근에 시작된 경기 하강기는 2019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통화긴축, 글로벌 자산가격 조정, G2 무역갈등이 주요 요인

세계 증시를 포함해 대부분의 자산가격은 2016년 상반기를 저점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로 확대된 글로벌 유동성이 자산시장에 집중되며 증시 등 자산가격 상승을 견인한 것이다.

자산가격 상승은 올해 초까지 기업 및 소비자심리 개선을 이끌며 실물경기 회복에 제한적이나마 긍정적인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 10~11월에만 글로벌 증시는 9% 이상 하락하는 등 전반적인 조정 국면을 맞이했다. 미국의 실질 주택가격도 상승세가 점차 약화돼 증가율이 이미 올 3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이후 나타난 경기 회복세는 실물 수요의 개선은 크지 않은 반면 재고 증가와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기대심리 개선 요인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자산가격이 크게 조정됨에 따라 실물 경기는 하강 국면으로 빠르게 진입하는 양상이다.

 한편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를 유지하던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2015년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2016년 한 차례, 2017년에 세 차례 금리를 인상했고 올해에는 11월까지 이미 세 차례나 인상해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2~2.25% 수준으로 상승했다. 올해 12월 네 번째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있으며, 내년에도 두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인상 지속에 따라 올해 5월 이후에는 오히려 신흥국의 주식·채권 자금이 순유출로 전환됐다. 신흥국에서의 자본 유출 확대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투자 부진으로 이어져 신흥국 실물경기를 둔화시킬 것이다.

 올해 최대의 리스크로 부상한 미·중 무역갈등은 12월 초 G20 회담에서 미중이 보복관세 인상을 3개월 유예하면서 기대를 주고 있다. 하지만 올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규모가 여전히 큰 데다 중국의 기술 도용 및 지식재산권 문제는 해결이 어려워 내년에도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양국 간 갈등의 여파로 세계 교역 증가율은 올해 5월 이후 둔화되고 있는 추세이며 2019년에도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된다면 자동차 산업 등 주요 제조업의 상품 교역을 위축시키며 실물경기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다.

 

펀더멘털은 취약한 가운데 금융시장의 리스크는 점증 예상

세계산업연관표를 분석해 보면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기는 소비·투자 등 실물 수요 요인보다 재고 증감 등 기술적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고 판단된다. 2016년 이후 세계경기 회복세는 금융위기 이후 부진 장기화에 대한 반등이며, 소비 및 투자 등 경기 내재적인 펀더멘털 회복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회복, IT 버블 충격 이후 2007년까지의 세계경제 고성장은 수요 증가→투자 증가→교역 증가 같은 성장의 선순환 구조로 이루어졌는데, 최근 경기 회복은 일부 소비 개선에도 불구하고 투자 및 교역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2009년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유동성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심리 위축으로 오히려 실물투자 증가율은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 등 신흥국 투자 부진이 글로벌 성장 모멘텀 개선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부문의 리스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신흥국발 자본유출로 인한 환변동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가격은 다른 금융지표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로 변동성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강화로 금융시스템 리스크(은행 간 거래 리보금리와 미 국채 3개월물 금리 차)는 장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최근 들어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 선진국·신흥국 동반 둔화로 3% 내외 성장에 그칠듯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시장환율 가중)은 3.0%로 2018년 3.3% 대비 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선진국 및 신흥국 경기가 모두 둔화 국면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올 하반기 세계 주요 국가들의 성장률이 상반기 대비 하락세를 보였으나 미국 경제는 투자 및 고용 개선 영향으로 하반기 들어서도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에도 미 트럼프 정부의 감세 및 재정확대 지속으로 2%대 중반의 성장이 전망된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 및 보호무역 정책의 부작용이 커짐에 따라 성장세가 올해 대비 점차 둔화될 전망이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은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 경제뿐 아니라 전 세계 경기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소비 등 내수에 비해 낮지만, 교역재는 유발효과가 큰 투자재 및 중간재 비중이 높고 국가 간 공급사슬로 연결돼 있어 세계 교역 둔화가 경기 동조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로존과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의 2019년 성장률은 소폭 둔화될 전망이다. 유로존 경제는 수출 둔화, 통화긴축 전환, 브렉시트(Brexit) 여파 등 대내외 경기 하방압력 증대로 2019년 성장률이 2%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 준비와 자연재해 복구 관련 투자 등 대내 수요 증가로 올해 대비 소폭 하락한 0.9%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은 G2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교역 둔화, 선진국 통화긴축 전환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 등이 경기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9년 중국은 무역전쟁의 부정적인 영향이 본격화되는 데다 과잉부채에 따른 고정자산 위주의 투자 한계로 성장률이 6%대 초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높은 수준의 기업부채 문제가 중국 경제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도는 대외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모디 정부의 개혁 성과 가시화로 7%대 성장이 전망되며, 인도네시아는 대내외 불안요인에 대한 적절한 대응 시 5%대 성장이 예상된다. 브라질은 원자재 수출 정체, 대선 이후 정치 갈등 등으로 2%대 초반 성장에 그치고, 러시아는 경제제재 등 영향으로 성장률이 1%대 초중반으로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2019년 세계경제는 환율 변동성 확대, 신흥국 가산금리 상승, 글로벌 증시 조정 등 금융시장 불안이 경기하방 리스크로 작용하며 실물경기 둔화 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미·중 무역갈등 지속, 중국 등 신흥국의 기업부채 증가 및 부실화는 G2의 정책 대응 및 글로벌 정책 공조가 미흡하다면 2019년뿐 아니라 향후 수년간 세계경기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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