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고퀄리티’로 업종 전환 성공한 승부사

김영기 쿠우쿠우 회장.
김영기 쿠우쿠우 회장.

 

[CEONEWS=조성일 기자] 유튜브에서 40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초밥집을 운영하는, 일본의 별 3개짜리 미슐랭 식당 출신 일식 셰프 나카무라 코우지가 2020년 한 스시 뷔페 프랜차이즈 식당을 찾았다. 비교적 가격이 싼 프랜차이즈 식당이라면 질보다 양을 먼저 떠올리는 게 우리의 고정관념이다. 그런데 그는 우선 싼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또 자신은 매우 맛있게 먹어서 놀랐다. 코우지가 찾아간 식당은 바로 쿠우쿠우. 실질 소득 감소로 더욱 차갑게 느껴지는 경기 불황에다 시장의 상당 부분을 배달 음식이 차지하는 현실 속에서 뷔페 프랜차이즈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혹한기를 견디고 있다. 그런데도 나름 선방하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요즘 말로 가성비좋은 스시··샐러드 전문 뷔페의 대명사가 된 쿠우쿠우. 이 쿠우쿠우는 김영기 회장이 창업했다. 쿠우쿠우 창업 CEO 김영기는 누구인가.

 

토종 한국의 스시··샐러드 전문 뷔페

 

회사 이름 쿠우쿠우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 가자. ‘쿠우는 우리말로 먹다는 뜻의 일본어 食くう에서 따온 것인데, 이걸 두 번 연이어 붙여서 많이 먹으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레스토랑 프랜차이즈니까 으레 들어갈 법한 이름이다.

또 쿠우쿠우의 대표 상품인 스시는 어느 나라 음식인가. 일본의 대표 음식 아닌가. 그동안 우리에게는 초밥이란 이름으로 많이 불렸지만 지금은 일본 원이름인 스시가 더 보편화되는 경향이다.

이런 차원에서 쿠우쿠우의 작명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잠시 논란이 불거졌었다. 가깝고도 먼 이웃인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이 예민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일본 기업이 아니냐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았던 거다.

하지만 쿠우쿠우는 경기도 안산에서 시작한 토종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현명한 대처로 이 일은 있으나 마나 한 해프닝으로 끝났다고 한다. 로고나 매장 인테리어 등 그 어떤 것에서도 일본스러움이 전혀 묻어나지 않아 쿠우쿠우의 해명은 설득력을 얻었었다. 지금은 되레 쿠우쿠우가 한글 이름이 아닌가 할 정도로 자연스러워졌단다.

이왕 이름 얘기가 나왔으니, 하나 더 하고 가자. 99일이 무슨 날인지 아는가? 구구절? 큰일 날 소리 하지 마시길. 구구절은 북한 정권 수립일이 아닌가. 내가 제정신이 아니고서 여기서 구구절 얘기를 하겠는가. 그렇다. ‘쿠우쿠우데이이다. 마케팅 차원에서 쿠우쿠우와 비슷한 발음을 가진 아라비아 숫자 ‘9·9’에서 따와 정했었다고 한다.

이날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 입장하는 고객들에게 식사비로 9,900원을 받았다. 평일 런치의 절반에 가까운 가격이니 많은 고객이 몰렸음은 불문가지. 하지만 이 야심(?) 찬 이벤트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물가 폭등으로 단 두 번밖에 진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무튼 이런저런 일이 사람들의 입에 회자 되며 쿠우쿠우는 가성비좋은 스시··샐러드 전문 뷔페의 대명사가 됐다.

 

쿠우쿠우 김포운양점 모습.
쿠우쿠우 김포운양점 모습.

 

스시’, 젊은 층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쿠우쿠우는 김영기 회장이 과감한 업종 전환을 시도한 결과물로 탄생했다. 김영기 회장은 30여 년간 베이커리 업계에 종사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큰 고민이 있었으니,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너무 컸다는 점이었다. 장비 가격이 너무 고가여서 시설투자가 쉽지 않았거니와, 브랜드화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자신의 이름까지 걸고 도전했지만 한계를 분명하게 느낀 김 회장은 업종 변경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특히 젊은 층을 겨냥한 요식업에 방점을 찍고 수요조사를 했다. 그런데 뜻밖의 결과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스시였다. 그런데 스시가 젊은이들이 즐기기엔 가격이 만만치 않은 장벽이 있었다. 이에 김 회장은 가격 경쟁력만 확보된다면 수요는 얼마든지 창출할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던 거다. 그는 무릎을 쳤다. 스시를 대중화하는 거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스시는 일식집에서 먹는 고가의 고급음식이란 인식이 강했다. 해서 스시를 대중화한다는 건 생각보다 큰 걸림돌을 넘어야 하는 태산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도 궁리하면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김 회장은 스시··샐러드 뷔페를 생각해냈다.

자신이 잘하는 베어커리와 요식업이란 거 말고는 그 어떤 공통점도 없는 스시··샐러드 뷔페를 하기로 맘먹은 김 회장의 전략은 저가 고퀄리티였다. 해서 김 회장은 당시 여느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뷔페 프랜차이즈의 절반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다 음식의 맛과 퀄리티는 결코 뒤지지 않도록 책정했다.

주변에서의 반응은 예상하는 대로였다. 가격이 싼데 어떻게 고퀄리티를 추구할 수 있느냐, 순전히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내세운 구호 아니냐.

하지만 김 회장의 복안은 달랐다. 오지 않는 손님이 손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겠다. 베푸는 마음으로 좋은 식자재를 이용한 음식을 부담 없는 가격에 선보인다면 고객들은 반드시 반응해줄 것이다. 이 가격에 이 정도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쿠우쿠우밖에 없다.

1호점부터 통한 김영기 마법

김영기 회장의 승부수는 20113월에 던져졌다. 경기도 안산에 스시··샐러드 뷔페 쿠우쿠우 1호점을 오픈했던 거다. 규모는 55평이고, 가격은 파격적으로 런치 10,900, 디너 13,900원으로 책정했다.

그런데 하루 매출이 고작 40만 원. 손익분기점은 80만 원 선. 적자였다. 주변의 시선은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오히려 의지를 다졌다. 이 가격으로 손님이 안 오면 눈감고 죽겠다는 심정으로 메뉴를 구성했다.

진인사대천명이라 했던가. 한 달이 지나자 김영기 회장의 마법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하루 매출이 3백만 원을 찍었다. 좋은 식재료로 고객이 원하는 메뉴를 구성한 결과였다. 서비스가 먼저여야 돈도 들어온다는 김 회장 철학이 통했던 거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김 회장은 2호점 오픈 준비에 들어갔다. 지역은 수원이었고, 엘리베이터와 주차장이 없는 건물 3층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식당 입지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인테리어 공사를 한창 하고 있는데 그 건물 1층에서 식당을 하는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1층 식당도 안 되는데 3층이라니, 제정신이냐는 투로 말렸다. 하지만 그는 생각이 달랐다. 1호점에서 확인했듯 메뉴가 좋으면 그깟 엘리베이터나 주차장쯤이야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핸디캡이라고 봤다.

결과는 김 회장의 예상이 맞았다. 3층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장소로 변했고, 이렇게 쿠우쿠우는 젊은이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쿠우쿠우가 첫 매장 오픈 후 2년만인 201330호점을 넘어섰다. 그해 여러 신문사에서 베스트 이노베이션 기업과 유망 프랜차이즈 부문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2015년에 가맹점 80호점, 2016년에는 100호점, 2017년에는 110호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금은 가맹점이 90여 개다.

쿠우쿠우에는 영업사원이 따로 없다고 한다. 또 창업박람회 같은 데에 나가지도 않는다고 한다. 대신 브랜드 광고에 집중한다. 이는 가맹점 모집을 위한 게 아니라 소비자들을 위한 거다. 특히 야립(野立) 광고, 빌보드 광고도 한다. 중부고속도로 경기도 광주 부근, 경부고속도로 입장휴게소 맞은편, 의왕고속도로 의왕톨게이트에 광고판이 서 있다. 물론 도심에도 있다.

 

김영기 쿠우쿠우 회장.
김영기 쿠우쿠우 회장.

 

음식은 물론 서비스까지 무장하라

 

김 회장의 또 다른 성공 비결에는 서비스라는 항목이 있다. 이는 김 회장이 일본 여행에서 겪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김 회장이 일본 오사카의 유명한 한 스시 뷔페를 갔었다. 그가 굳이 이 가게를 간 건 손님이 그다지 많지 않은 다른 가게와 달리 유독 대기자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

차례가 되어 자리 잡고 처음 먹어본 스시 맛은 과연 좋았다. 몇 개 먹지도 않았는데 배가 불렀다. 그런데 맛과 양도 호감을 샀지만 무엇보다 직원들이 손님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입을 꾹 다문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간단한 말이라도 꼭 웃으면서 손님에게 하더란다. 김 회장은 아, 저런 걸 배워야겠구나 싶었단다. 음식점이 잘 되려면 음식 맛만 가지고는 안 된다. 전반적인 서비스 향상, 진심이 담긴 소통이 중요하다.

여기에다 김 회장은 가맹점과의 신뢰를 중요한 덕목으로 여긴다. 에둘러갈 것 없이 본사에서 일하던 직원들 여럿이 퇴사하고 가맹점을 열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그렇다.

사실 본사 직원이라면 누구보다 회사의 속살을 잘 알고 있을 터, 그런데도 자신의 인생과 재산을 투자한다는 건 이 회사와 함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스시 뷔페의 특성상 매장 크기가 커야 한다. 그만큼 창업비용이 많이 드는데, 김 회장은 이들에게 창업비용까지 지원했다고 한다. 이들의 창업이 결국 쿠우쿠우 프랜차이즈에 대한 신뢰감을 담보해주기 때문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생이리라.

가성비 좋은 스시··샐러드 뷔페 프랜차이즈 쿠우쿠우의 사훈은 정직, 친절, 청결이다. 모든 음식은 자기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정직하게 조리하고, 고객이 매장에 들어와 나갈 때까지 성심껏 응대하며, 식자재부터 매장 환경까지 청결한 위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다.

음식점이라면 이건 기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인 덕목일수록 더 잘 지키고 실천해야 한다. 으레 해야 하는 일이어서 자칫 놓치기 쉽다. 이에 의식하고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쿠우쿠우는 또 한 번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온갖 고난을 견디며 여기까지 왔다. 그 결과 ‘2024 대한민국 브랜드파워 1에서 프랜차이즈 (스시뷔페) 부문을 수상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 안주하기엔 미래가 불확실하다. 해서 쿠우쿠우는 회전초밥으로 외연 확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형매장 위주의 뷔페보다는 적은 공간으로도 운영이 가능한 회전초밥은 주력사업인 뷔페가 감당하지 못하는 틈새를 겨냥한 전략이다. 해서 내놓은 브랜드가 쿠우쿠우 블루레일이다. 쿠우쿠우 블루레일의 올 목표는 전국에 매장 50개를 내는 것이다.

, 새로 시작하는 이 브랜드도 성공할 것인가, 김영기 회장의 마법이 이번에도 통할 것인가, 요식업계는 주목한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씨이오뉴스-CEONEWS-시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