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통한 색 구현’에 생명을 건 반도체 전문 CEO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CEONEWS=조성일 기자] 기술이 모든 걸 지배하는 세상인 지금 상상하는 건 모두 현실이 된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삼성디스플레이를 보면 기술의 끝 간 데가 과연 어디일까 싶다. 20여 년 전 나는 옷처럼 입을 수 있는 노트북을 상상한 적이 있었다. 이름하여 웨어러블 노트북. 물론 뼛속까지 문과생이었던 내가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은 아니었다. 다만 디스플레이 화면(그땐 화면을 디스플레이로 이해함)을 종이처럼 꾸길 수 있어야 가능하겠다는 생각 정도는 했었다. 이 상상은 삼성디스플레이라면 머지않아 현실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디스플레이를 현실로 만들어 가는 이 삼성디스플레이는 누가 이끌고 있을까. 그가 바로 우리가 지금 탐구하려는 최주선 대표이사 사장이다.

 

2023년 4월 11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와 페라리의 양해각서(MOU) 체결식.
2023년 4월 11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와 페라리의 양해각서(MOU) 체결식.

 

독보적 디스플레이 기술 보유 기업

 

삼성디스플레이는 애초 삼성전자에 소속돼 있었다. 그러다 2012LCD((liquid crystal display), 즉 액정 디스플레이 사업부가 독립하면서 출범한 회사이다. 여기서 굳이 이 회사의 출발을 언급하는 것은 회사 이름에 들어있는 디스플레이란 낱말이 무척 낯설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를 일반적인 영어 낱말의 뜻에 충실해 풀이하면 전시하다’ ‘보여주다’ ‘표현하다등이다. 하지만 이 낱말이 전자공학 용어가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각종 전자기기의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표시장치를 말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홈페이지에 소개한 글 독보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노트북, 모니터, TV 등에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플렉서블 OLED와 폴더블, QD 디스플레이를 양산하는 등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디스플레이를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가 이젠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이 삼성디스플레이의 올 키워드는 맥스 얼라인(Max Align)’이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부서·상하 간 적극 소통하고, 해외법인과 고객, 협력업체와 확실한 원팀이 돼 완벽한 조율과 최고의 합을 이뤄내자는 의미에서 이 열쇠 말을 제시했다고 한다.

최 대표는 그것이 바로 목표에 더 빨리 효율적으로 도달하기 위해 임직원 역량을 한곳으로 집중하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가 제시한 삼성디스플레이 2024 목표는 IT8.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준비 차량 사업영역 확대 차세대 올레도스(OLEDoS) 기술 준비 폴더블 대세화를 위한 기술 경쟁력 강화 퀀텀닷(QD)-OLED 프리미엄 입지 강화 등이다.

지난해 말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폴더블 대응 역량 집중을 위한 A사업팀 기능 강화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와 IT사업팀 사이 집중역량 자원 재분배 마이크로디스플레이팀 강화 등을 뼈대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최주선 대표의 이 같은 조직개편의 초점은 미래 먹거리 강화라는 풀이가 나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주력인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등 스마트폰 OLED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경쟁사에 크게 앞서지만, 현실에 안주할 수만 없다.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2024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앙코르호텔에 마련된 삼성디스플레이 전시장에서 아이 엠 파인 큐(I AM Fine Q!)라고 적은 뒤 들어 보이고 있다.
2024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앙코르호텔에 마련된 삼성디스플레이 전시장에서 아이 엠 파인 큐(I AM Fine Q!)라고 적은 뒤 들어 보이고 있다.

 

'더 뛰어난 성능, 더 높은 전문성모니터 히어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혁신 기술의 모든 것, 새로운 여정의 시작(All-in Innovative Tech: Paving the new journey)’이라는 주제로 고객사 대상 전시회를 연 바 있다.

이 전시회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안팎으로 접을 수 있는 차세대 플립형 폴더블 제품인 인앤아웃플립(In&Out Flip)’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한편 모니터 크기 OLED에 폴더블과 슬라이더블 기술을 동시에 적용한 신기술과 확장현실(XR) 시장을 겨냥해 초고해상도를 구현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도 전시했다.

자동차 인테리어에 진화를 불러올 OLED 제품들도 소개됐다. 최초로 공개된 플렉스 노트 익스텐더블(Flex Note Extendable)’은 접혀 있는 폴더블 패널을 펼친 뒤 슬라이딩 방식으로 한 번 더 화면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차 안에서 업무를 볼 때 노트북으로 활용하거나 최대로 펼쳐 영화 등을 시청할 수 있지만 사용하지 않을 때는 화면 크기를 최소화해 차량 내부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눈에 띄게 얇아진 초박형(Ultra Thin, UT) 패널도 눈에 띄었다. 삼성디스플레이 UT OLED 패널의 두께는 명함과 비슷한 약 0.6mm, 같은 크기의 LCD 패널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무게도 UT OLED 패널 3개의 무게가 같은 크기의 LCD 패널 1개 무게와 비슷할 정도로 가볍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더 뛰어난 성능, 더 높은 전문성(Better Performance! More Professional!)’이라는 슬러건 아래, 영상 및 의료 산업 등 전문가 영역으로 영역을 넓혀 2024년을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가 압도적인 화질 우위를 증명하며 모니터 히어로로 자리매김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색상에도 투자와 연구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글로벌 색채 전문 기업인 팬톤(PANTONE)과의 협업을 통해 TV 화면 속 색상과 팬톤의 컬러칩을 대조하며 QD-OLED가 실제와 같은 색상을 구현하는지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팬톤의 컬러 표준은 전 세계에 통용되는 것으로 삼성디스플레이 QD-OLED는 디스플레이업계 최초로 팬톤 인증을 획득했었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올레드 수주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열린 ‘CES 2023’에서 디지털화된 대형 자동차 조종석인 뉴 디지털 콕핏을 선보이면서 기술력을 자랑한 바 있다. 뉴 디지털 콕핏은 운전자와 보조석에 정보를 전달하는 디스플레이로 34인치의 대화면을 갖춘 전장장비다.

그리고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4월 세계적 슈퍼카 페라리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페라리의 차세대 자동차 모델에 탑재될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삼성디스플레이는 현대차와 아우디, BMW 등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협력해 차량용 올레드 수주를 늘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반도체 전문 CEO

 

이런 세계적 디스플레이 전문 기업 삼성디스플레이를 맡고 있는 CEO는 최주선 대표이사 사장이다.

최 대표는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에서 석, 박사학위를 받은 학구파 엔지니어이다.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최 대표는 마이크론을 거쳐 삼성전자로 옮긴 후 메모리사업부에서 수석연구원과 설계팀장, 개발실장을 맡으면서 메모리반도체 분에서만 20년 이상 종사한 전문가로 성장했다.

삼성전자에서 보여준 그의 성과 중 ‘20나노(2z) D개발은 가장 돋보이는 경력이다. 삼성전자는 20143월 세계 최초로 20나노 D램 양산에 성공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면서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사건의 주역이 바로 최주선 대표이다.

이 기술은 D램 미세화의 한계가 과연 어디까지인가 하는 미래의 개발 가능성을 열어놓는 기바 기술로 평가받았다. 이 공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2014 대한민국 기술대상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고, D램개발실장이었던 최주선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에 승진한 최주선 대표는 전략마케팅팀장을 맡아 자신이 직접 개발에 참여했던 20나노 D램 제품 출시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8Gb·12Gb 모바일 D, 8Gb 그래픽 D, 128D램 모듈 등을 내놓았다.

그런 다음 최주선 대표는 DS부문 미주 총괄(DSA)을 맡아 현지의 인재 확보와 기술 교류, 영업활동을 이끌었다. 이때 최 대표는 20178월 실리콘밸리에서 테크 데이를 열어 삼성전자의 혁신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이 테크 데이는 이루 연례행사가 되었는데, 2018년 행사엔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을 포함해 마이크로소프트, 자일링스, 휴렛패커드 등 주요 글로벌기업 인사들이 패널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최주선은 2020년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표이사 사장이 되었다. 그는 시장변화를 빠르게 대응하여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노련한 경영전략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사례로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철수한 것을 들 수 있다. 최 대표는 LCD에서 엑시트해야 하지만 사실 삼성전자의 요청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판단한 최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에 LCD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물론 관련 직원들의 전환 배치 작업도 세심한 신경을 쓰며 진행해 큰 탈 없이 마무리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CES 2024에서 초박형(Ultra Thin, UT) 패널 신제품을 선보인다. 기존 LCD 패널과 비교해 눈에 띄게 얇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CES 2024에서 초박형(Ultra Thin, UT) 패널 신제품을 선보인다. 기존 LCD 패널과 비교해 눈에 띄게 얇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쿠폰왕으로 통하는 소통 전문 CEO

 

최주선 대표는 회사에서 쿠폰왕으로 통한다. 지나가다 마주친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에게 으레 커피 쿠폰을 건넨 데서 비롯된 별명이다. 이는 그가 직원들과 얼마나 소통에 열심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징표이다. 비록 커피 쿠폰이지만 직원들이 CEO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기회이고 그러는 가운데 한마디라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이라면 한 번 이상 최 대표로부터 쿠폰을 받았을 거다.

최주선 대표는 미술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학창 시절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을 만큼 최 대표는 미술뿐만 아니라 건축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최 대표는 틈만 나면 전시회를 찾는다. 혹 무미건조한 엔지니어 성품에 풍부한 인문예술적 감성이 더해지면서 최 대표는 겉보기엔 엔지니어 티가 전혀 안 난다. 되레 예술가다운 풍모가 풍긴다. 염색하지 않은 짧은 백발에 수염, 패셔너블한 안경으로 상징되는 그의 외모는 짙은 정장에 넥타이를 반듯하게 매야 하는 삼성 스타일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인다. 캐주얼한 복장도 그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상징하는 것 같다.

이런 연유에서 색감에 유난히 민감하다는 그의 강점이 어쩌면 빛을 통한 색 구현이 생명인 디스플레이와 닮아있어 흥미를 끈다.

최주선 대표는 요즘 기업 경영의 첫 번째 원칙을 지구로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각한 기후 위기에 직면한 인류를 위해 지속적인 탄소 감축 노력, 디스플레이 산업 내 순환경제 생태계 확립, 저전력 친환경 기술 개발을 통해 기후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는 것.

이에 최 대표는 몇 년 전 ‘2025 지속가능 가치(Sustainable Value)’를 수립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 경영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기후 변화 대응 순환 경제 실현 제품 지속가능성 관리 공급망 관리 및 지역 사회 기여를 5대 중점 추진 영역으로 설정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ESG 가치 경영을 선도하기 위해 책임 있는 비즈니스 연합(RBA)’에 가입해 장기적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선제적인 노력을 펼치는 한편 전사 지속가능경영 추진을 위한 매월 CFO 주관 지속가능경영 협의회를 통해 현안을 공유하고 점검하고 있다.

아무튼 기술 전문성에 예술적 감수성까지 겸비한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가 구현해내는 상상력의 현실화는 어디까지 이루어질까,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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