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버팀목, 최저한세율로 투자 효과 반감

엄금희 논설주간
엄금희 논설주간

​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오늘도 굉장히 많이 춥다. 어제보다 더 춥다. 오늘 새벽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바람까지 굉장히 강하다. 이럴 때 느끼는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 정도로 매우 춥게 느껴진다. 요즘 경제의 흐름을 보면 매서운 추위처럼 을씨년스럽다.

K칩스법 세제혜택에 대한 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이로 인해 첨단 기술 시설투자는 물꼬를 트지만 세제 혜택과 상관없이 내야 하는 최소 법인세율은 17%로 부담이 크다. 재계에서는 "세제혜택 통한 투자 효과 반감이 우려된다"라고 한다.

버팀목

이준실 시인

지나보니
그대가
버팀목이었더라

세차게 불어오는
그 바람
지나보니
칼바람이었더라

버티기 힘든
내게 살며시 다가와
나보다 더
목울음 울어준
그대의 따스한 손은
누구도
품을 줄 아는
든든한
보호수이었더라

수구초심의
맑은 물길 같은
위로의 삶을
사는 그대
지나보니
그대가
버팀목이었더라

최근 경제에 대한 경기 불씨를 살리기 위한 기업 투자분에 대한 세액공제 연장 방침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이준실 시인의 '버팀목'이란 시를 읽으며 최저한세율을 생각한다. 세금을 깎아주더라도 꼭 내야 하는 최소 세율이 최저한세율이다. 이 최저한세율이 지나치게 높아 투자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 통계 자료를 보면 실제 최저한세에 가로막혀 세제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기업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통계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법인세를 신고할 때 최저한세를 적용받는 기업은 지난해 6만 7272곳이다. 이 자료는 2022년 귀속분으로 1년 새 30.5% 뛰어 역대 가장 많은 수준까지 불어났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1188곳으로 16% 늘었고, 중소기업은 6만 6084곳으로 30.8% 급증해 처음 6만 곳을 넘어섰다.

최저한세는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비롯해 법인세를 깎아주더라도 반드시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이다. 현재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최저한세는 과세표준 100억 원 이하 10%, 100억 원~1000억 원 이하 12%, 1000억 원 초과 17%로 설정됐다. 중소기업은 일괄적으로 7%의 최저한세율이 적용된다.

문제는 만료되는 K칩스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적용 기간을 연장해 투자에 나서는 기업을 대상으로 세금을 깎아줘도 이미 최소한도로 내야 하는 세금 기준이 높기 때문에 지원 효과가 약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과세표준 1조 원인 대기업이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 24%를 적용받아 산출 세액이 2400억 원이 나왔고, 반도체 시설투자로 1000억 원 세액공제를 받는다면 최종적으로 내야 할 세금은 1400억 원이 된다. 하지만 이 기업에 최저한세율 17%를 적용하면 세액공제를 받았음에도 납부해야 할 법인세는 1700억 원이 돼 300억 원(1700억 원-1400억 원) 만큼의 세금 혜택을 볼 수 없게 된다.

기업들이 받는 세액공제는 투자나 고용, R&D 활동에 따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저한세가 투자와 고용 유인을 낮춰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17%인 최저한세율을 글로벌 최저한세 수준인 15% 선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지난해 3월 국회에서 K칩스법이 통과되며 기업들이 반도체와 백신, 2차 전지, 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에 시설 투자하면 15~25% 세액공제 혜택이 부여됐으나, 올해까지만 한시 적용된다. 법 개정을 통해 이를 연장해 투자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올해로 끝나는 국가전략기술 투자 세액공제와 관련해 법의 효력을 더 연장해서 앞으로 투자 세액공제를 계속해 나가야만 한다.

정부는 또 기업들이 연내 설비투자에 나서면 투자 증가분에 대해 10% 세금을 돌려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지난해에 이어 재도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반도체 세액공제 연장 방침 등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적기에 시설투자가 단행되는 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저한세율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 기업들이 세액공제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최저한세율을 적용받는 경우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 부분은 추후 10년간 이월해 공제해 나눠 혜택을 받을 수 있다"라며 "최저한세율 조정은 세수 여건을 감안해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라며 신중한 정책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최저한세를 적용받아 세액공제 혜택이 다음 해로 넘어가도 내년에 또 다시 최저한세를 적용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월되는 만큼 세액공제액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세액공제 혜택을 연장해 투자를 유도하겠다면 최저한세율도 함께 조정해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맞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한 이유이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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