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로 ‘자율주행차’ 시대 활짝 여는 CEO

정몽원 HL그룹 회장.
정몽원 HL그룹 회장.

 

[CEONEWS=조성일 기자] 요즘 자동차업계의 화두를 꼽으라면 당연히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 아닐까 싶다. 스마트폰과 같은 자동차 시대를 여는 열쇳말은 전기차자율주행이다. 이 미래기술 현장에서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같은 완성차 업체 말고 나름 큰 역할을 하는 기업을 꼽으라면 아마도 HL그룹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HL그룹이라는 이름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룹의 역사를 보면 매우 친숙한 그룹임을 알 수 있다. HL그룹은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의 회장의 동생인 고 정인영 회장이 설립한 현대양행을 모태로 한 한라그룹이 전신이고, 자동차부품회사인 HL만도를 비롯하여 자율주행 부품회사인 HL클레무브, 건설회사인 HL디앤아이한라 등 여러 회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이다. 이 그룹을 이끌고 있는 CEO는 창업자 정인영 회장의 둘째 아들 정몽원 회장이다.

 

HL만도와 HL클레무브의 CES 2024 전시 부스
HL만도와 HL클레무브의 CES 2024 전시 부스
HL만도가 CES에서 공개한 e-코너 모듈.
HL만도가 CES에서 공개한 e-코너 모듈.

 

주차 로봇 파키’, CES 최고 혁신상 수상

 

최성호 HL만도 MSTG 부사장이 허리를 숙이고 주차로봇 파키를 설명하고 있다.
최성호 HL만도 MSTG 부사장이 허리를 숙이고 주차로봇 파키를 설명하고 있다.

 

2024년이 밝으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첨단기술의 경연장이 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HL그룹은 이동하는 모든 것에 대한 상상력(Imagine Every Move)’을 우리 삶에 한층 더 가깝게 구현할 수 있는 세계를 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HL그룹은 ‘CES 2024’에서 사전에 예고한 대로 자동차, 로봇, 소프트웨어 기술을 선보였다. 이 중 전 세계 기업은 물론이거니와, 엔지니어, 관람객들에게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자율주행 주차 로봇 파키(Parkie)’였다.

HL만도의 파키(Parkie)’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주차 로봇(AMR)으로, 장애물, 주행로, 타이어, 번호판 등을 인식하는 것은 물론 바퀴 사이의 거리, 차량 무게 중심 등을 스스로 판단한다.

파키는 9cm에 불과한 얇은 두께로 스포츠카부터 SUV까지 모든 차종을 들어 올릴 수 있는 발렛(Valet) 주차 로봇이다. 파키는 또 운전자가 주차할 때보다 회전반경이 훨씬 줄어들고 수평 이동과 제자리 회전이 가능해서 기계식 주차 대비 최대 30%의 주차 면적을 축소할 수 있고, 20%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파키는 이번 CES에서 최고 혁신상(Best of Innovation)’을 수상했다. CES는 매년 뛰어난 혁신성을 보인 제품에 최고 혁신상혁신상을 수여하는데, 올해에는 3천여 개 기업에서 출품한 제품 가운데 최고 혁신상27개 제품에 돌아갔다. HL만도는 주차 로봇 파키로 당당히 최고 혁신상 수상의 쾌거를 이뤄냈다.

HL클레무브의 타이어싱크(Tire-Sync)’비틀(Beetle)’CES 2024 ‘혁신상을 받았다. 타이어 모니터링 용 첨단 센서인 타이어싱크는 타이어 내부에 장착돼 타이어 상태 및 노면 상태를 감지한다. 마모도온도, 차체 하중과 노면 상태(결빙, 우천, 포트홀, 블랙아이스 등)를 제동, 조향, 현가 시스템에 전달하여 사고 예방은 물론 주행 성능도 향상할 수 있다. 기존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TPMS: 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를 대체할 혁신적 제품으로 현재 글로벌 타이어 업체와 공동 개발 중에 있으며, 장착 시 기존 타이어의 성능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1.7의 작은 크기와 8.5g의 가벼운 무게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동형 레이다 제품인 비틀은 보다 안전한 일상생활을 위한 휴대용 레이더이다. ‘내 손 안의 레이더를 표방하는 비틀은 에어팟 케이스 정도의 작은 크기로, 스쿠터, 전기자전거, 휠체어, 킥보드까지 다양한 모빌리티에 장착할 수 있다. 비틀을 장착한 후 모바일 기기에 블루투스로 연동하면 최대 20m 거리의 장애물 등을 감지해 위험 상황을 운전자에게 알람과 진동으로 즉시 알려준다.

 

HL그룹 정몽원 회장.
HL그룹 정몽원 회장.

 

과감한 결단과 투자로 기술력에 날개 달아

 

HL그룹의 이 같은 변신에는 정몽원 회장이 맨 앞자리에 이끌고 있다. 정몽원 회장은 2018HL그룹의 키를 잡으면서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시장 진입을 위해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회사의 미래비전을 발표했었다.

그러면서 정몽원 회장은 연구개발과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기업의 기술력을 끌어올리겠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때만 해도 HL만도는 자동 긴급 제동과 자동차선 유지 기술, 레이더, 카메라, 초음파 센서 기술 등 하드웨어적 기술은 여럿 갖고 있긴 했지만, 완전 자율주행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기업의 신기술 개발은 CEO의 과감한 결단과 투자가 전제되지 않으면 힘들다. 기존에 갖고 있던 기술마저 사장되기 일쑤다. 이런 차원에서 정몽원 회장의 전폭적인 투자는 HL만도의 기술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HL만도는 우선 경기도 성남 판교에 자율주행차 전문 연구소 넥스트M’을 설립했다. 그리고 자율주행 부문 연구개발비 비중도 매출 대비 5% 수준에서 8%까지 늘렸다. 기존 연구비의 10배 가까운 금액을 늘려 지난해까지 1천억여 원을 투여했다.

정몽원 회장은 특히 자율주행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역량을 갖추기 위해 2019년부터 고젝, 에스오에스랩(SOSLAB), 스프링클라우드, 뉴빌리티, 쓰리세컨즈 등 미래 모빌리티 관련 스타트업에 4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기도 했다.

고젝은 인도의 차량공유 서비스기업이고, 에스오에스랩은 라이다 센서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스프링클라우드는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몽원 회장은 신사업 추진을 위한 전문조직인 ‘WG캠퍼스20214월에 신설했다. WG는 정인영 창업 회장의 호 운곡(雲谷)’의 영문 이니셜로, ‘구름 속 깊은 계곡같이 심오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캠퍼스는 형식, 관습, 허들을 깨는 자유로움을 상징한다.

‘WG캠퍼스는 플랫폼 기반 신규 비즈니스 모델 연구에 주력한다. HL홀딩스가 투자한 비마이카, 아워박스 등 투자사 연계 비즈니스 모델 검토는 물론 기존 비즈니스 틀을 깨는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사업도 추진한다.

이런 투자와 전문조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한 결과 이번 CES2024에서 보여준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잃어버린 옛 명성 되찾아 도약 발판 마련

 

HL그룹 정몽원 회장.
HL그룹 정몽원 회장.

 

정몽원 회장은 2022년 창립 60주년 맞은 한라그룹의 부침의 역사에서 옛 명성을 되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CEO로 평가받는다.

한라그룹은 1962년에 세운 현대양행 안양공장(만도기계)을 모태로 발전하다가 IMF 체제에 직격탄을 맞고 휘청했다. 재계 서열 12위서 한라건설을 비롯한 서너 개 기업만 남는 불운을 맞은 것이다. 기업의 모태인 만도기계마저 매각해야 했다.

하지만 정몽원 회장은 구조조정이라는 피와 살을 깎는고통을 감내하며 만도기계만큼은 반드시 되찾겠다는 굳은 각오로 임한 결과 8년 만에 결국 다시 만도기계를 품에 품었다.

정몽원 회장은 이런 아픔을 딛고 다시 섰기에 남다른 의미로 2022년 그룹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이제 다시 60주년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정몽원 회장은 그룹 이름까지

‘HL그룹으로 바꾸고 새 도약의 시작을 알렸다. ‘성장젊음을 그룹 이름에도 반영하겠다는 정 회장의 굳은 의지의 표현이었다.

정 회장은 평소 진짜 리스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가장 나쁜 결정은 좋은 결정, 나쁜 결정도 아닌 결정을 미루는 것이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임직원들에게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HL그룹의 무한 변신은 기업이라면 으레 해야 하는 연구 개발 및 투자 차원을 넘어선다. 가깝게는 그룹 임직원들의 삶을 담보하는 미시적 목적은 물론이거니와, 국가 경제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거시적 사명까지 감당하겠다는 실행력의 발로이다.

사실 정몽원 회장의 이 같은 노력의 성과는 각종 지표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3163억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5%의 성장률을 보일 만큼 경영성과가 양호했던 HL만도가 신용등급 ‘AA-’를 기록하고 있다.

HL그룹은 최근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관련 협약(Collaboration Letter)을 체결했다. 양사 협약은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시대를 함께 연다는 관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넘어 모빌리티 분야의 핵심 기술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아마존 웹 서비스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물론 IoT(사물 인터넷) 분야의 최강자다.

 

아이스하키 발전에 견인차 역할

 

정몽원 회장 하면 으레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아이스하키 발전의 견인차 역할. 정 회장의 아이스하키 사랑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

그가 아이스하키를 적극 적극 지원한 것은 1980년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모지 한국에 아이스하키 싹을 틔웠던 정 회장은 1994년에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을 창립했고, IMF 때 그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스하키팀을 해체하지 않을 만큼 아이스하키에 대한 그의 사랑은 이었다.

2013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에 취임한 정 회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팀이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상 첫 올림픽 골을 터뜨리는 등 선전하

2017년 1부 리그에 입성한 후 정몽원 회장 헹가래 하는 아이스하키 대표팀.
2017년 1부 리그에 입성한 후 정몽원 회장 헹가래 하는 아이스하키 대표팀.

 

기까지는 정몽원 회장의 아낌없는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정 회장은 2018년 평창올림픽을 겨냥해 장기 프로젝트로 2014년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인 NHL 출신 백지선과 박용수를 각각 감독과 코치로 영입하였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대한민국 아이스하키팀은 2017년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일취월장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1부 리그로 승격하였다. 2017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에서 처음으로 덴마크에게 4:2로 승리했고, 일본에게도 3:0으로 이겼다.

하지만 대한민국 아이스하키의 지원은 여기까지였다. 평창올림픽이 끝나자 정부의 지원은 없어졌고, 상무 아이스하키팀마저 해체되기까지 했다. 더욱이 정 회장도 2020년 아이스하키협회 회장직을 내놓았다.

한편 정 회장은 2020525일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아이스하키 명예의 전당에 빌더 자격으로 입성한다. 누구보다 아이스하키 발전에 헌신했던 그의 노력에 작은 보상이나마 주어진 셈이다.

정몽원 회장에게서 2024년은 누구보다 기대되는 한 해이다. 그동안 연구와 투자에 몰두했던 결실들이 하나둘 실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아버지 정인영 창업회장이 남긴 유산을 이어받아 HL그룹의 미래를 만들겠다고 했다. 정 회장은 202057일 정인영 회장 탄생 100돌 기념식에서 이렇게 다짐했다.

 

창업회장님은 불굴의 정신과 패기로 거침없이 꿈을 실현한 선구자였다. 불확실성이 큰 역동의 시대에 파이어니어 정인영의 삶에서 용기를 얻어 새로운 HL그룹의 미래를 만들어 가자.”

 

‘2000년대 초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2008년 만도를 다시 찾아왔을 때를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꼽는 정몽원 회장이 이끄는 HL그룹의 오늘과 내일이 그래서 더 기대된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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