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父子) 리더십 시너지 기대… 업계 불황에도 ‘응변창신’ 정신으로 타개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사진 금호석유화학)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사진 금호석유화학)

[CEONEWS=서재필 기자] 갑진년 금호석유화학그룹의 비전은 ‘위기해결 능력 강화’로 함축된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은 “위기 상황에서 포기하지 말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있는 '응변창신(應變創新)'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대내외의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금호석유화학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간 전쟁, 고금리 정책, 장기 저성장의 기조 등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됐다. 내부적으로도 전방산업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경쟁사들의 대규모 증설에 따른 잉여 물량의 시장 유입으로 매출 및 수익성이 악화됐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도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매출 6조4000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달성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다양한 해법을 준비한 임직원들의 노력의 결과”라고 전했다.

또한 본격적으로 기본과 원칙에 기반한 위기해결 능력 강화를 강조했다. 박 회장은 “외부의 환경이 어려워 질수록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원가 절감, 수익성 중심의 생산 판매 전략 및 기술 개발을 통해 우리의 핵심 역량과 경쟁력의 근간을 강화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고의 시작은 기본과 원칙을 무시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며 “개인의 안전과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본과 원칙을 준수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새롭게 선임된 박준경 사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박준경 신임 사장은 올해 새로운 먹거리 개발과 기업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사진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명예회장 복귀… ‘박준경’ 새 판 지원사격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찬구 대표이사가 지난해 금호석유화학의 새 사장으로 선임됐다.

박준경 사장은 그룹 주력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 등기이사에 오르는 등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금호석화가 지난해 영업이익 반토막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실적이 좋지 않은 만큼 그의 경영 성과가 올해 어떻게 펼쳐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를 위해 아버지인 박찬구 명예회장도 경영 일선에 복귀하며 힘을 보탠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10월 박찬구 명예회장을 자회사인 금호미쓰이화학의 대표로 선임했다. 금호미쓰이화학은 1989년 금호석유화학과 일본 미쓰이화학이 50대 50으로 설립한 회사로, 폴리우레탄 원료인 MDI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한다.

금호미쓰화학은 국내 MDI 시장에서 1위 업체로, 연간 42만톤의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생산 설비 증설을 진행 중으로 올해 2분기 증설이 완료되면 연산 능력은 62만톤으로 확대된다. 지난 2022년에는 매출 1조3324억원, 영업이익 2161억원을 거뒀다. 2021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해 이를 유지해오고 있으며, 지난 2003년 이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이는 기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사업을 꾸준히 유지 및 확대하며 새로운 판을 짜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금호미쓰화학은 금호석유화학의 안정적인 현금 공급처 역할을 해왔다. 금호석유화학에게 배당금으로 2021년 390억원, 2022년 225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사진 금호석유화학)

사업 강화 및 성장 이뤄야… 신성장동력 발굴에 총력

지난해 금호석유화학은 박준경 사장을 필두로 '3세 경영'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박준경 사장은 그간 국내외 영업을 경험하며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박준경 사장 앞엔 여러 숙제가 놓여있다. 석유화학업계의 올해 업황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호석화는 지난해 4월 주주총회에서 올해 전략으로 핵심·기초 사업 강화, 성장 등을 꼽았다. 금호석화는 라텍스 등 기존 주력 제품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합성수지 사업의 판매지역 다변화와 고부가 제품 확대로 기초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바인더용 라텍스를 개발해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CNT),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와 같은 전기차 관련 소재 개발과 확대를 통해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전기차 관련 시장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금호석화는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하고 있다. 2021년 금호리조트를 인수한 첫 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도 영업이익 87억원을 내 금호석화그룹에 편입된 이후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금호석화는 2027년까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부문에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신재생에너지 전환, 발전사업 에너지 효율화를 중심으로 신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5월 이데미츠코산(Idemitsu Kosan), 금호석유화학, 스미토모상사(Sumitomo Corporation) 등 3개 회사는 아시아의 지속가능한 화학시장 성장을 위해 바이오 SM(스티렌 모노머) 공급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바이오원료 공급망을 강화했다.

이데미츠코산은 일본 최대 SM 제조사로, 금호석유화학은 이데미츠코산이 공급하는 바이오 SM을 사용하여 주력 제품 중 하나인 고 기능성 타이어용 합성고무 SSBR을 생산한다. 또한 일본 스미토모상사는 양사의 협력을 조율하고 바이오 폴리머 시장을 개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협력에 참여하는 회사들은 2024년까지 바이오 SSBR의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바이오 SM은 식물 등에서 추출한 바이오 납사(Naphtha)로부터 만들어진다. 전통적으로 에틸렌과 부타디엔 등 기초유분은 주로 원유에서 추출한 납사를 이용해 만들었으나, 이번 협력을 통해 바이오 납사로 생산한 바이오 SM 사용을 확대함으로써 탄소 및 온실가스 발생량, 즉 탄소발자국을 감축할 뿐 아니라 ESG경영 협력 네트워크 역시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새로운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지난해 12월 전남 여수의 금호석유화학의 여수 제2에너지 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CCUS) 사업의 핵심 설비인 CO₂ 포집 및 액화 플랜트의 착공식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에 공사에 돌입한 포집 및 액화 플랜트가 목표대로 2025년 초에 준공되면 금호석유화학 열병합발전소의 스팀 및 전기 생산공정에서 발생되는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포집되어 케이앤에이치특수가스의 액화 공정을 거쳐 탄산으로 재탄생하는 프로세스가 구축된다.

박준경 사장은 “순수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한 포집 기술을 통해 연간 약 6.9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재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매년 2만7000여 그루의 나무를 새로 심는 효과”라며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다른 고부가 탄소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동시에 신규 먹거리와 관련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이 전남 여수의 금호석유화학의 여수 제2에너지 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CCUS) 사업의 핵심 설비인 CO₂ 포집 및 액화 플랜트의 착공식 행사를 진행했다(사진 금호석유화학)

양적 성장 이어 질적 성자도 추구… ESG 경영 강화도

금호석유화학은 업계 자체의 불황에 따른 저성장이 예상되지만 신사업 발굴과 기존 사업 강화 등 양적 성장은 물론 ESG 경영을 통한 질적 성장 강화도 놓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금호석유화학은 자사 여수공장이 위치한 여수시에 지역 내 생활이 어려운 중장년층의 무료 의치 사업비 3360만원을 전달하며 9년째 나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여수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 임직원들이 급여의 일정 금액을 십시일반 모은 금액과 회사 지원금 1:1로 매칭해 후원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져 의미를 더했다.

후원금은 만 65세 미만으로 근로능력은 있으나, 치아가 손상돼 사회활동을 중단하고 복귀를 희망하는 대상자 또는 치아 결손으로 음식물 섭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활이 어려운 중장년층에게 치과 치료비로 지원될 예정이다.

또한 출산축하금 지원을 확대하며 사회적 책임도 다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그룹에 따르면 새해 첫 주부터 시행한 신규 복지제도 ‘금호케어(Kumho-CARE)’의 출산축하금이 최대 3000만 원으로 상향됐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기존에 금호케어를 통해 임직원에게 출산축하금으로 첫째 500만 원, 둘째 1000만 원, 셋째 1500만 원, 넷째 2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서 셋째와 넷째 출산축하금이 각각 2000만 원과 3000만 원으로 높아졌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은 다방면인 경영 개선으로 올해 매출은 전년대비 3.6% 상승한 6조595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1.7% 상승한 4990억원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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