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SW=김병조 기자] 7~8년 전부터 100명으로 구성된 시식평가단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평가단을 100명으로 구성한 이유는 평가 인원이 많을수록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함께 일하던 20대 여직원이 평가단을 왜 100명이나 둡니까?”라고 질문했다. 나는 당연히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러자 여직원은 요즘 젊은 세대는 자기만 좋으면 돼요라고 응수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잣대가 무의미하다는 뜻으로 들렸다. 기성세대인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여 요즘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세상은 이미 객관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면 문제가 많은 정치인도 좋아하는 사람이 엄청 많다. 또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고 의사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아무 거리낌 없이 그런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선호하는 정치인에 대한 설문 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건강 지향적인 식품을 권고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나름 주관적인 판단에 엄격한 검증의 잣대를 들이댔던 사람 입장으로는 배신감마저 든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양극화를 넘어 다극화 때문이다. 한마디로 ‘10() 10()’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최근의 3() 현상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소득이 양극화되어 소비의 양극화도 심해져서 평균이 실종된 상태기 때문이다. 이런 데다가, 소비자 처지에 따라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서 평균치를 내거나 객관성을 부여하는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1인분에 수십만 원씩 하는 오마카세를 먹으면서도 가성비를 따지거나 무지출 챌린지를 하는 모순의 일상화가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자극적인 맛의 마라탕과 탕후루가 유행하는 반면, 건강을 지향하는 제로열풍도 함께 불고 있다. 일관성 없이 상황과 시류에 따라 빠르게 선호와 행동, 태도의 전환이 일어나는 것이 현재의 가장 큰 소비 특징이다. 한마디로 모순덩어리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계를 넘나들며, 상황과 상황을 창의적으로 연결하고, 흥미와 의외성을 발휘하는 능력이, 중도와 객관성이 사라진 나라에서, CEO에 요구되는 시대적 덕목이 아닌가 싶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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