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가(家) 재건에 목숨을 건 3세 경영인
“할아버지의 피와 땀이 서린 금호를 반드시 살려내겠다”

[CEONEWS=조성일 기자] 지난해 1130일 단행된 금호건설·금호고속·금호익스프레스 인사에서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 부회장은 금호그룹 창업자 박인천 회장의 손자이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항공 회장의 맏아들로, 3세 경영인이다. 박 부회장의 승진에 대해 재계에서 특별한 관심을 나타내는 건 한때 재계 서열 7위에 오를 만큼 대기업집단을 형성했던 금호아시아나항공의 옛 명성을 되찾을 적임자로 꼽기 때문이다. 금호가의 재건을 짊어진 젊은 CEO 박세창은 누구인가.

 

박세창 금호건설 부회장.
박세창 금호건설 부회장.

 

박세창. 이 이름을 재계에선 주목하지만, 독자들에겐 아직 낯설다. 그의 이름 앞에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자의 손자이자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맏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보면 그 정체성이 오롯이 물 위로 떠 오른다. 그렇다. 박세창은 지난해 1130일 금호건설 부회장으로 승진한 금호가()3세 경영인이다.

<씨이오뉴스>가 용의 해 신년 특집호에서 그를 ‘TOP 5 씨이오로 선정한 것은 금호건설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이름 석 자에는 여느 재벌 3세 경영인처럼 그룹 후계자로서 회사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당연한 역할 말고도 또 다른 임무가 행간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금호그룹의 재건이다.

그룹 재건을 위한 희망의 아이콘

박세창 부회장은 1975년생으로, 지천명(知天命)을 코앞에 둔 젊은 CEO이다. 그런데도 금호가는 물론이거니와, 재계에서 그의 역할에 주목하는 것은 그룹 재건을 위한 희망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금호그룹은 한때 재계 서열 7위에 오를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호남의 재벌로 꼽혔다. 하지만 2006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승자의 저주’(M&A 주도 기업이 겪는 위기) 등 삼중고가 겹치면서 침몰의 위기를 맞았다. 결국 2009년 말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시작했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자율 협약에 따른 비상 경영을 해야 했다. 위기의 발단인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당연히 다시 매각해야만 했다. 이후 금호그룹은 최근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매각하는 등 시쳇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거친 박세창 부회장은 그룹 경영이 탄탄하던 시절인 2002년에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입사하면서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사실상 금호가의 후계자 수업을 시작한 셈이다.

그룹에 입사하기 전 그는 컨설팅 회사에 다녔다. 대학 시절 전공(생물학)이 기업 경영과는 관련성이 적은 터여서 기업을 좀 더 깊게 공부하려는 차원에서였다. 컨설팅 회사의 특성상 기업의 생리를 파악하면서도 CEO 관점에서 회사를 분석하는 경험을 했었다. 박세창 부회장에게 이때의 경험은 더없이 소중한 공부였었다.

아시아나항공에서 착실하게 샐러리맨으로 지내던 그는 2005년 금호타이어 기획조정팀 부장을 거쳐 이듬해에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 담당 이사가 되면서 처음 임원 명함을 가졌다. 이어 그는 경영관리 부문 상무로 승진했다.

박세창 부회장은 2010년부터 금호타이어에서 영업 총괄 상무를 지냈다. 박세창 부회장은 금호타이어로 오면서 남다른 의지를 다졌다. 워크아웃이라는 초유를 사태를 겪고 있는 금호타이어는 금호가에 상징하는 의미가 남다르다.

그가 이 같은 절실함을 가졌던 건 가업의 위기 탓도 크지만 어릴 적 할아버지 손을 잡고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을 직접 가봤던 추억이 크게 작용했다. 어린 마음에도 굉장하게 큰 공장이라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격납고 PT’로 재계 주목받아

3세 경영인답지 않게 겸손하고 소탈한 성격의 남다른 친화력을 가진 그는 2011년 특화유통점 타이어 프로를 거점으로 한 금호타이어 전국 대리점을 직접 돌며 정책 설명회를 하는가 하면, 국내외를 총괄하는 영업 담당 부사장이 된 2012년에는 북미, 유럽, 중국 등 해외 업무까지 직접 챙기면서 영업 일선에서 뛰었다.

박세창 부회장이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것은 소위 격납고 PT’ 때문이었다. 2012621, 인천국제공항 아시아나항공 격납고. 400여 명의 청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나타 한 대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소나타는 금호타이어가 개발한 야심작 에코윙 S’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었다.

 

2012년 6월 21일 인찬공항 아시아나항공 격납고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2012년 6월 21일 인찬공항 아시아나항공 격납고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소나타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었다. 박 부사장은 헤드셋 마이크를 달고 청중 앞에 섰다. 그는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진행으로 청중들을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 PT를 지켜본 청중 중 한 명이 한 언론과 나눈 인터뷰에서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PT를 보는 것 같다는 소감을 말할 정도로 그의 PT는 인상적이었다.

이 같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식 PT가 지금은 일반화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청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짙은 정장 차림의 증명사진 포즈에서 벗어나 캐주얼 차림에다 자유분방한 제스처까지 곁들인 모습은 분명 흔하지 않은 광경이었다.

이날 박세창 부사장이 직접 PT에 나선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녔다. 새로 선보이는 제품을 오너 일가가 책임진다는 상징과 함께 임직원들에게 솔선수범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20135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신제품 설명회도 대리점주들 사이에는 인상 깊은 기억으로 회자 되고 있다. 당시 신제품 고성능 타이어인 엑스타 PS91’이 시속 240km가 넘는 고성능 차량에 최적화한 슈퍼 UHP 제품이란 특성을 살려 레이싱 경기장을 신제품 설명회 장소로 정했던 거다.

이때 150여 명의 대리점주와 함께 상하이에서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귀국할 때의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샐러리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한다. 백팩을 메고 이코노미석에 앉아 대리점주들과 끊임없이 진솔하게 소통하였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깍듯이 인사하고 높임말을 쓰는 박 부사장의 수줍어하면서도 적극적인 스킨십에 진정성이 묻어 있었던 거다.

이렇게 서른여덟 살의 젊은 3세 경영인이 진지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영업의 최전방에 나선 결과는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냈다. 임직원 누구랄 것 없이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오로지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뛰던 때라 박 부사장이 PT에서 선언한 금호타이어 품질은 최고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공언은 빈말이 아님을 입증하며 영업이익의 수직 상승이란 보답으로 돌아왔다.

박 부사장은 채권단에게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리고 그 약속은 5년 만에 워크아웃 졸업이란 결과를 만들어내며 지켜졌다. ‘자체 신용으로 정상적 자금조달’ ‘주요 경영목표 2년 연속 달성’ ‘부채비율 200% 이하등 채권단이 제시한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던 거다. 박 부회장은 이때의 결과에 대해 고진감래(苦盡甘來)’는 고사성어를 소환해 함축적으로 요약했다.

 

목숨 걸고 금호를 다시 살려내겠다

 

입사 13년만에 아시아나애바카스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으면서 CEO로 데뷔한 박세창 부사장. 사진은 2018년 11월 23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본관에서 열린 '아시아나 IDT 신규상장식'에서 소감을 발표하는 장면.
입사 13년만에 아시아나애바카스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으면서 CEO로 데뷔한 박세창 부사장. 사진은 2018년 11월 23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본관에서 열린 '아시아나 IDT 신규상장식'에서 소감을 발표하는 장면.

금호타이어 영업 총괄을 거쳐 기획·관리 총괄 부사장으로 있던 박세창 부회장은 20152월 단행된 그룹 인사에서 금호타이어 기획·관리 총괄 부사장과 겸직으로 아시아나애바카스 대표이사 겸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아시아나애바카스는 아시아나항공의 예약 및 발권 시스템을 비롯한 호텔, 렌터카 예약 등 전산 업무를 운영하는 계열사였다. 그가 이 계열사의 대표, CEO 자리를 맡은 것은 그룹 입사 이후 13년 만이었다. 경영에 도움 주는 참모의 자리에서 책임지는 CEO가 되면서 그의 어깨가 감당해야 할 무게감이 훨씬 막중해졌다.

이후 박 부회장은 2016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으로 승진 이동하면서 그룹 경영에도 적극 나선다. 이때 이 인사에 대해 재계에서는 의아한 반응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이때 금호산업 경영권을 되찾기는 했지만, 금호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로 남아 있던 금호타이어 재인수 프로젝트를 진행할 적임자로 박세창 사장이 꼽혔기 때문이다. 경영수업을 쌓는다는 의미가 담긴 인사였다고 당시 금호그룹은 설명했었다.

2019년 아버지 박삼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에게 있어 아버지 박 회장의 퇴진은 단순한 퇴진이 아님은 누구나 짐작하는 바이다. 이제 그룹의 명운이 오롯이 박세창 사장의 어깨에 달려 있기 때문이었다. 박세창 사장의 이 시기의 모습은 눈코 뜰 새 없이 동분서주했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거 같다.

2021, 박세창 사장은 그룹의 주력기업인 금호건설 사장직을 맡았다. 금호건설이 그룹 재건의 교두보라는 상징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세창 사장으로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에다 한 가지를 더 얹어 회사 경영에 최선을 다했다. ‘절박함.’ 박 사장에게 있어 이보다 더 큰 에너지 공급원은 없었다. 그 결과 나름 성과를 내면서 주목받았다. 매출액은 물론 영업이익도 상당히 호전돼 뚜렷한 성장 곡선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약간의 고전을 겪고 있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 함께 원자재 값 인상 등 국내외적 환경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건설이 주택사업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이에 박세창 부회장은 사업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가축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바이오가스 기술 상용화에 성공하는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자.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항공 전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항공 전 회장. 

 

금호그룹은 박세창 부회장의 할아버지인 박인천 전 회장이 1946년 광주에서 택시 2대로 사업을 시작한 기업이다. 금호고속이 모태다. 금호건설, 금호석유화학, 금호타이어 등의 계열사를 추가하면서 시세를 확장했고, 2 민항인 아시아나항공을 설립하면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무리한 인수로 삐끗하여 지금은 금호고속과 금호건설, 금호익스프레스 등 세 회사만 남아 그룹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박세창 부회장은 잃어버린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특히 박 부회장은 조직문화가 결국 회사를 살려낸다는 생각에서 조직원들에게 남다른 신경을 쓴다. 기업 문화 하면 으레 탑다운 방식의 수직 문화가 연상될 만큼 경영자들은 지시하고 직원들은 그 지시를 무조건 받아들여 실천하는 형식이다. 물론 21세기 들어 이 같은 일방향 수직 문화 대신 쌍방향 수평 문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긴 하지만 상당 부분에서는 과거의 수직 문화가 여전히 지배적이다.

이런 점에서 박 부회장은 수직 문화로는 창의성이나 역동성이 발현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는 회사와 직원이 보는 시각이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말로는 서로 잘 통한다고 할 수 있지만 피라미드 구조의 두서너 단계만 뛰어넘으면 완전히 다른 말을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불일치로는 어떤 것도 이루어내지 못한다는 것이 박 부회장의 생각이다.

 

금호건설은 국내외 건설 시장에서 많은 랜드마크를 건설했다. 사진은 베트남 호찌민시에 건설된 금호아시아나플라자.
금호건설은 국내외 건설 시장에서 많은 랜드마크를 건설했다. 사진은 베트남 호찌민시에 건설된 금호아시아나플라자.

 

금호건설은 튼튼한 집, 살기 좋은 집이라는 기본적인 요구사항을 넘어 새로운 시ㅐ의 새로운 소비자를 위한 주거문화를 디자인하고 있다. 사진은 청주 대농 어울림아파트 모습.
금호건설은 튼튼한 집, 살기 좋은 집이라는 기본적인 요구사항을 넘어 새로운 시ㅐ의 새로운 소비자를 위한 주거문화를 디자인하고 있다. 사진은 청주 대농 어울림아파트 모습.

 

금호건설은 환경분야 사업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삼고 개발과 투자를 하고 있다. 사진은 전라북도 6개 시군에 건설한 전북환경기초시설이다.
금호건설은 환경분야 사업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삼고 개발과 투자를 하고 있다. 사진은 전라북도 6개 시군에 건설한 전북환경기초시설이다.

 

박 부회장은 금호건설의 사업 분야를 건축사업, 토목사업, 주택사업, 플랜트/환경사업 등 4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각 분야의 유기적 상호보완은 물론이거니와, 부문별로 책임지는 형태, 따로 또 같이방식으로 경영한다.

임직원들과 수줍어하면서도 적극적인 스킨십을 발휘하는 박세창 부회장. 사진은 금호타이어 부사장 시절의 모습이다. 
임직원들과 수줍어하면서도 적극적인 스킨십을 발휘하는 박세창 부회장. 사진은 금호타이어 부사장 시절의 모습이다. 

 

박 부회장은 새해를 맞아 다시 다짐한다. 그의 어깨가 감당해야 할 무게감을 누구보다 잘 안다. 따뜻한 경영인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박 부회장은 할아버지의 창업 정신과 아버지의 겸손 가르침을 가슴에 품고 다시 운동화 끈을 조이고 이렇게 주문을 외우며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할아버지의 피와 땀이 서린 금호를 반드시 살려내겠다. 목숨 걸고 살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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