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CEONEWS=김병조 기자] 3년간의 긴 코로나19 암흑 터널을 빠져나오려는 순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더니, 그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이스라엘-파키스탄 전쟁이 터져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어서, 미국과 중국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한국 경제는 23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마치 안갯속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듯한 한국 경제의 현실과 전망을 진단해본다.

 

<경제 수장의 고백>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은총재 현재 경기침체 맞다

1023일 한국은행을 대상으로 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영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창용 한은총재에게 물었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 1.4%는 잠재성장률보다 낮고, 1%대 성장이 특별한 경우 말고는 없었던 것 같은데, 경기 침체에 돌입한 것 아닌가?”

이창용 총재는 이렇게 답했다.

현재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기 때문에 경기 침체가 맞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보다는 양호한 수준이라서 최악의 수준은 아니다.”

한국은행 총재가 인정했듯이 한국 경제는 지금 경기침체에 빠져있다. 분야별로 상황이 어떤지 점검해보자.

 

<경제성장>

I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MF1011일 세계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전망과도 같다. IMF가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4%에서 2.0%로 올리고, 미국의 전망치를 1.8%에서 2.1%로 올리면서 한국의 전망치를 유지한 것은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올해 한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좋지 못하다는 증거다.

IMF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4%에서 2.2%로 낮췄다. 다만 이는 이-팔 전쟁이 적용되지 않은 전망이어서 향후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IMF의 내년도 주요국 성장률 전망을 보면 미국 1.5%, 독일 0.9%, 프랑스 1.3%, 이탈리아 0.7%, 스페인 1.7%, 일본 1.0%, 영국 0.6%, 캐나다 1.6% 등 선진국 평균 1.4%로 한국(2.2%)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높은 나라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에는 한국 경제가 올해보다는 좋을 것이라는 게 IMF의 전망이었다. 그러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감에서 내년 성장률은 한국은행이 2.2%로 예상했는데, 중국 경제와 중동 사태 등이 앞으로 한 달 정도 어떻게 전개되는지 보고 원점에서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중국 경제와 중동 사태의 불확실성 때문에 내년의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전망하기 어렵다는 솔직한 고백이다.

 

<물가>

소비자물가 변화 추이
소비자물가 변화 추이

국민이 가장 현실적으로 체감하는 지표는 물가인데, 소비자물가 추이는 어떤가? 지난해 105.7%로 근래 최고점을 찍는 등 전년대비 연평균 5.1%까지 올랐던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해 지난 6월에는 지난해 6월에 비해 2.7% 상승에 그치고 7월에는 2.3%로 올해 들어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과 여름철 일기 불순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 영향으로 83.4%, 93.7%로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물가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감에서 물가 안정 추세가 중동 사태 등으로 흔들리는 데 대해 여러 차례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들이 며칠 전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한 것이 금통위가 예상했던 물가 경로가 하마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유지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이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3.7%까지 올라갔으나 하마스 사태 전에는 다시 연말까지 3% 수준으로 내려오고, 내년에는 더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중동 사태로 그 예측이 안 맞고 물가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팔전쟁이 장기화되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4%대로 올라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금리>

기준금리
기준금리

우리나라의 10월 현재 기준금리는 3.5%. 지난해 51.75%였던 기준금리는 지속 상승해 올해 1월에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3.5%까지 올린 뒤 2월과 4, 5, 7, 8월에 이어 9월에 열린 금통위에서도 3.5%로 동결한 상태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기준금리를 올려야 했던 이유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중요한 원인이지만 그것이 유일한 요인은 아니었다. 물가상승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2년 전 거품 위험이 있었던 주택시장을 식힐 필요도 있었기 때문이다.

고물가와 가계부채 우려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3.5%로 유지하면서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의 소비와 투자 여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44.795%로 연고점을 기록했다. 이에 일부 은행에서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이 5%대로, 금리 상단은 6% 중반대로 올라섰다. 예금금리와 채권금리 상승에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7%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고금리 상황 속에서 아파트 매매거래가 증가하면서 주담대는 증가하고 있다. 9월 주담대는 전월보다 61,000억원 늘어난 8339,000억원을 기록하며 7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동발 불확실성이 늘어난 상황에서 미국은 여전히 뜨거운 경기 지표들을 쿨다운 시켜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내리자니 미국과의 금리 차로 외화 유출과 물가가 불안하고, 고금리를 유지하자니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그런 상황이다.

 

<전문가 진단과 전망>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전망하고 있을까.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2013한국 경제가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 상황을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로 비유한 적이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맥킨지코리아 송승헌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 개구리가 반쯤 익었다대한민국이 살 수 있는 길은 급진적이고, 과감한 변화뿐이라고 강조했다. 성장을 목표로 삼아야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HSBC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프레데릭 노이만

연준이 한국은행의 손을 묶었다.”

연준이 장기간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 한국이 너무 오랫동안 고금리를 유지하면 경제가 약해질 수 있고,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즈호 은행 켄 청 아시아 FX 수석 전략가

한국은행은 자국 통화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원하고 미국 금리 인상을 따라잡으려 할 것이라면서도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상하는 게 아니라 미국 금리가 하락할 때까지 기다려 금리 인하에 동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증권 박정우 이코노미스트

과도한 부채 상환 압박으로 한국은행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한국은행이 내년 4월까지는 보류하되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2.5%로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와 금리, 환율이 모두 오르는 3의 악재 속에, 경제성장률은 낮아 월급은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다 보니 부채는 늘어나는데 갚을 능력이 되질 않아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잔액은 1,0798천억원으로 8월보다 49천억원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0.38%에 이른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1025일 공개한 2022년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91206)의 부채비율은 122.3%2021(120.3%)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2015(128.4%)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기업부채의 은행 연체율은 0.47%.

불확실성이 높아져 안갯속인 상황에서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들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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