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경제 훈수, 이자도 못 내는 기업 역대 최고치 42.3%

엄금희 논설주간
엄금희 논설주간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금융비용 부담 상승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는 이자도 모두 못 내는 기업이 지난해 42%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성문을 써야 할 경제 수치다.

반성문

이준실 시인

말을 안 듣는
나에겐
반성문이 밀려있다
듣기는 들어도
흘려듣는다
귀에 착 붙는 말
쌩~달아나는 말
때로
말을 잡아오고 싶다
저만치
달아나는 말
이미 잡을 수 없어
나는
매일
반성문을 쓴다

10월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연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 중 이자 보상 비율이 100%를 밑돈 곳은 42.3%에 달했다. 직전 최고치는 2020년 40.9%였다.

이자 보상 비율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100% 미만이면 수익으로 이자도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전체 이자 보상 비율도 487.90%에서 348.57%로 낮아졌다. 매출액 영업 이익률은 하락하고 금융비용 부담률이 상승한 영향이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매출원가 비율이 상승해 5.6%에서 4.5%로 소폭 하락했다.

2022년 말 국내 비금융 영리 법인 기업의 부채비율은 122.3%로 전년 120.3%에 비해 2% 상승했다. 차입금의존도도 30.2%에서 31.3%로 1.1% 올랐다.

비제조업에서 부채비율이 158.2%에서 164.0%로 상승했고, 차입금의존도도 35.0%에서 36.9%로 올랐다.

전기가스업에서 부채비율이 183.6%에서 269.7%로, 차입금의존도가 41.7%에서 49.5%로 빠르게 상승한 영향이다. 한국전력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이 나고 차입금이 증가했다.

제조업에선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1.6%, 0.5%씩 하락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지난해 국내 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은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취약기업으로 나타나고 있다. 

취약기업 비중은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경영난에 빚을 낸 기업이 늘면서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도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국내 비금융 기업 91만여 곳의 경영 실태를 분석한 결과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매출액영업이익률은 하락했고, 1년 전보다 줄었다.

이에 따라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이자 보상 비율이 100% 미만인 곳이 빠르게 증가했다. 이자 보상 비율 100% 미만은 한 해 수입으로 이자조차 내기 어려운 취약기업이란 의미다. 이 비중은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후 지난해 내내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됐고, 그 결과 취약기업 비중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기업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22.3%, 31.3%로 2015년 128.4%, 31.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 자산인 자본+부채 중 은행 등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금 비중을 의미하는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이자 등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서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하락 78.6%→77.0%, 22.6%→22.1% 한 반면, 비제조업 158.2%→164.0%, 35.0%→36.9%은 모두 상승했다.

전기 가스 업종의 부채비율 183.6%→269.7%가 대폭 늘었는데 이는 한국전력의 대규모 영업손실 및 차입금 증가의 영향이다.

한전과 가스공사를 제외하면 전 산업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18.5%, 30.4%로 소폭 낮아진다. 전기 가스 요금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손실이 계속되지만 그 폭은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기업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도 좀 완화될 것이다.

그러나 고금리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더 닫고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10월 소비자심리지수인 CCSI는 98.1로 9월 99.7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7월 103.2까지 오른 이후 석 달 연속 하락세다. 이 지수가 100 아래면 소비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4%로 지난 2월 0.1% 상승 이후 8개월 만에 반등했다.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등 영향으로 국제 유가 오름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10월에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된 것들이 있었고, 농산물 등 가격도 올라 물가가 계속 오른다고 보는 응답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6개월 후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 금리수준전망 지수는 118에서 128로 한 달 사이 10포인트나 올랐다. 지난 1월 13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상승 폭 역시 지난 2021년 3월 10포인트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크다.

미국이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하고 장기 국고채 금리도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이 당분간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지속될 것으로 느끼고 있다.

반성문을 써야 할 한국경제의 불편한 진실,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한다. 디즈레일리는 "통계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라는 얘기를 남겼다. 통계는 과학이다. 현상에 대한 검증된 조사 방법과 계산으로 나온 데이터다. 그 자체가 진실이자 팩트다.

통계는 합리적 의사결정과 정책 수립, 효과분석을 위한 기초 데이터이자 공공자원이다. 과학적 방법으로 생산되고, 사실에 가감 없는 정확한 해석이 생명이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 현상을 통계와 숫자를 보고 정치적 도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봐야 할 정책 현상의 거울로 들여다봐야 한다. 아무리 경제에 대해 다른 말을 해도 통계와 팩트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 통계를 믿고 경제정책과 현장이 괴리되지 않는 정책을 찾아갈 때 국민경제는 윤석열 정부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통계를 보고 헛발질하질 않길 바라는 의미에서 이준실 시인의 '반성문'으로 훈수를 둔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씨이오뉴스-CEONEWS-시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