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샘병원 신경과 장지완 과장
지샘병원 신경과 장지완 과장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치매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치매 예방에 대한 정보가 나올 때 경도인지장애는 항상 나오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경도인지장애는 일반적으로 치매와 정상 노화의 사이 단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도인지장애란 정확히 뭘까요?

나이가 든다고 모든 사람이 치매가 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노화가 진행되면 청소년이나 젊은 성인들에 비해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느끼는 변화입니다. 대개 주의집중이 잘 되지 않아 같은 작업을 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자전거를 타거나 운전을 하는 것과 같이 몸으로 외우는 기억은 잘 유지가 되지만 사건을 기억하는 능력은 노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변화되는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나이가 들면서 떨어지는 능력 중 하나죠.

하지만 정상적인 노화의 과정에서 발생되는 인지 기능의 감퇴는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경도인지장애란 일반적인 치매로 진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지만 객관적인 인지 기능의 저하를 보이는 상태를 일컫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 경도인지장애가 왜 생기는지, 그 임상적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얻지 못했습니다. 진단 기준이나 체계도 여전히 다양한 상태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로 가기 전의 상태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물론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받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치매로 진행되는 확률이 높기는 하지만 모든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치매로 진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상 노화 상태로 되돌아오기도 하고 경도 인지장애 정도의 상태를 유지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치매의 원인 물질인 타우 단백질의 변종으로 초기 환자를 진단하는 혈액검사법이 개발되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서도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도인지장애 진단 과정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대개 스스로 자신이 경험하는 인지 기능의 저하에 대해 치매가 아닌지 걱정을 하고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 과정은 치매를 진단하는 과정과 같이 크게 두 단계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 번째로 경도인지장애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고, 두 번째로 경도인지장애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환자가 호소하는 인지 기능의 감퇴가 일상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실제로 검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환자의 인지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먼저 자세한 상담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때 환자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가족들이나 환자의 일상을 자세히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잘 듣는 것도 중요합니다.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는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 어느 정도 심하게 나타나는지 일상생활에는 어떤 어려움을 주고 있는지 등에 대해 자세한 면담을 시행합니다.

이때 환자의 도구적 일상생활 능력 기본적 일상생활 능력 등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검사를 실시해 일상생활에 있어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평가하게 됩니다.

면담이 끝나면 환자의 인지 기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신경심리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신경심리검사란 환자의 인지 기능을 각 영역별로 평가 하는 검사로 환자의 연령이나 학력 등을 고려해 평가합니다. 환자의 연령이나 학력이 비슷한 일반 인구군에서 기대되는 인지 기능과 환자의 인지 기능을 비교해 전반적 평가를 진행합니다. 이전에 시행했던 신경심리검사 결과가 있다면 과거의 자신의 기능과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도움이 됩니다.

면담과 신경심리검사 결과를 임상적으로 종합해 최종적으로 경도인지장애를 진단하게 됩니다.

경도인지장애는 여러 원인들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지 기능의 저하가 우울이나 불안, 비타민이나 엽산 등의 결핍, 갑상샘 질환, 신경 매독, 뇌종양이나 정상압 수두증, 약물이나 전신 질환 등의 여러가지 신체적 질환 등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한 것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원인들이 발견된다면 빠른 치료를 통해 치매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검사 과정 중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특징적인 양상들이 확인된다면 이후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도인지장애의 치료 

 

경도인지장애 치료의 목적은 현재 증상의 호전이라기보다는 치매로의 진행을 막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목적에 적합한 확실한 치료법은 아직 개발되지 못한 실정입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약물 치료 연구들은 대부분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알츠하이머병 치료 약물을 미리 투여해 인지 기능 효과와 치매로의 전환을 막아 보려는, 즉 예방효과를 관찰하기 위한 시도였으나 확실한 근거가 미약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도인지장애에서 인지 훈련, 인지 재활, 운동 치료, 식이요법 등과 같은 비 약물 치료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몇몇 연구에서는 이러한 요법들이 효과를 보이는 임상 결과가 있으나 그 근거 역시 아직은 확실한 결과를 얻고는 있지 못해 향후 여러 방향의 시도가 연구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최신의 현황으로는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에 이어 지난  7월에는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두 번째 치매 신약으로 FDA의 최종 승인을 거쳤고 우리나라에서도 초기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 인지장애와 초기 치매 치료 목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 신청이 되어있는 상태라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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