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김병조 총괄데스크] ‘해태라는 브랜드가 엄연히 생존하니 해태그룹도 현존하는 기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해태그룹은 창립 56년 차이던 2001년에 해체됐다. 1945년에 설립돼 한때는 재계 서열 24위일 정도로 잘나가던 해태그룹이 왜 망했을까? 해태그룹이 해체된 지 22년이나 되었는데, 오래된 일을 되짚는 이유는 현재의 경제 상황이 그로부터 얻어야 할 교훈이 있어서다.

해태그룹의 모기업은 해태제과. 해태제과는 롯데제과와 제과업계 쌍두마차로 불릴 정도로 탄탄한 기업이었다. 그런 기업이 1997년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나면서 그룹이 해체되는 말로를 걸었다. 외환위기 직전 연도인 1996년 말 기준으로 1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순위 24위 대기업이 일순간에 무너졌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느냐? 한마디로 말하면 빚 때문이다.

1997111일 모기업인 해태제과와 계열사인 해태전자, 대한포장공업이 부도가 났을 때 채권단은 29개 종금사(종합금융회사)였다. 종금사는 기업어음 할인과 외자 대출 등 기업에 단기 자금을 공급하는 단자회사(투자금융회사)가 변모한 금융기관이다. 그런 종금사 29개에 해태그룹이 빚을 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해태그룹의 모기업인 해태제과는 소매업이기 때문에 기업 특성상 현금흐름이 좋은 회사다. 그렇다 보니 단기 자금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종금사 입장에서는 최고의 클라이언트였다. 종금사들이 앞다퉈 해태제과를 상대로 대출을 권했고, 해태제과는 종금사에서 대출한 돈으로 식품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전자·정보통신업·중공업·건설업에 진출하는 등 문어발식 경영을 하기 시작했다. 과자를 팔던 회사가 오디오 업체 인켈을 인수한 것이 문어발 경영의 상징이다.

1997년 아시아권에 외환위기가 벌어지자 국내 종금사에 투자했던 일본계 투자사들이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 종금사의 종잣돈은 대부분 일본계 자금이었다. 일본에서 자금을 회수하니 해태제과에 대출해줬던 종금사들은 해태제과에 대출금 상환을 요구했다. 빚을 갚기 위해 해태제과는 아이스크림을 반값에 팔고 난리를 쳤지만 결국 부도를 내고 말았다. 1997IMF 외환위기 때 국내 10개 종금사가 퇴출을 당했는데, 빌려줬던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재무건전성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빚을 내서 본업과는 연관성이 없는 분야에 무리하게 투자를 하면서 문어발식으로 기업의 덩치만 키운 것이 비극의 원인이라는 결론이다. 기업들이 본업의 경기가 좋지 못할 때를 대비해서 다른 산업에 투자하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경우를 사업 다각화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 월가에서는 사업 다각화(多角化)’사업 다악화(多惡化)’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모르는 분야에 잘못 투자를 했다가 본업마저 망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해태그룹이 그렇게 빚내서 투자할 때 경쟁사인 롯데제과는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고금리 시대인 2023년 현재 우리나라의 총 기업부채가 2,710조원으로 3년 전보다 20.9%나 늘어났다는 사실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알아야 한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씨이오뉴스-CEONEWS-시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