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 사회엔 가능성, 성장 막는 다양한 어항이 있다"
국회 역사상 첫 시각장애인 여성 국회의원으로서 ‘사회적 약자’ 대변해와

 

[CEONEWS=최재혁 기자] 김예지 제21대 국회의원은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됐다.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은 국회 입성 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활동을 해 왔다. 선천성 망막색소변성증으로 1급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일반전형으로 숙명여자대학교 피아노과에 입학하고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 음대에서 피아노 연주 교수법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오늘도 선천적 장애인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엔 가능성, 성장 막는 다양한 어항이 있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보여준 지난 6월의 질의가 정치권 안팎에 깊은 울림을 지금까지도 낳고 있다.

그동안 여야 간 고성과 호통, 정쟁으로 가득했던 대정부질문에서 김 의원은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장애인 학대 범죄와 장애인 정책에 대한 질의를 차분하게 이어갔고, 물고기 '코이' 비유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권과 정부의 역할을 되새겼다는 평이 나온다.

김 의원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의 두 번째 발언자로 나섰다. 시각장애인인 그는 안내견 '조이'의 도움을 받으며 본회의장 발언대에 섰다.

김 의원은 원고를 발언대에 올려놓는 과정에서 손이 발언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조이를 옆자리에 앉힌 뒤 침착하게 손가락으로 점자를 읽어 내려가며 질의를 시작했다.

김 의원은 "저는 장애인 당사자이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비례대표 의원"이라며 "장애인 학대 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위한 법률제정 필요성, 장애인 정책의 방향과 정부의 역할 등을 주제로 대정부 질문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장애인 학대 범죄에 대한 질의를 위해 먼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불렀다.

한 장관은 발언대로 나와 "김 의원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나와 있습니다"라고 김 의원에게 알렸고, "네 장관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김 의원의 화답이 이어졌다.

김 의원은 "장애인 학대 사건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장애인 학대 범죄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법무부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는 장애인 예산 확충을 요청해 "장애인 예산을 최대한 확충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백미는 김 의원의 마무리 발언이었다. 김 의원은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다.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코이의 법칙'으로도 알려져 있다"며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까지, 그리고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나는 그런 고기"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기회와 가능성,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다"며 "이러한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돼주시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발언을 마치고 허리 숙여 인사하자 본회의장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 박수로 가득챘다. 일부 의원은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잘한다 김예지" 등 동료 의원들의 응원도 터져 나왔다. 김 의원의 대정부질문을 두고 여야를 가릴 것 없이 호평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SNS에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해 더욱 분발하겠다고 다짐한다"며 "김 의원은 단연 오늘 대정부질문의 주인공이자 최고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당시 원내대표는 "김 의원의 질의가 큰 울림을 줬다"며 "정부가 강물이 돼 주기를 기대한다는 당부에 민주당이 입법과 예산과 정책으로 응답하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화답했다.

전장연에 무릎 꿇으며 “책임 통감”

작년 3월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둘러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국민의힘 이준석 당시 대표의 논쟁이 격화하던 중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장애인단체 시위 현장을 찾아 "책임을 통감한다"며 무릎을 꿇었던 적이 있다.

김 의원은 경복궁역에서 열린 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기자회견에 시각장애인 안내견 '조이'와 함께 참석했다.

검은색 투피스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조이'와 함께 발언에 나선 김 의원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공감하지 못한 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며 무릎을 꿇었다.

김 의원은 무릎을 꿇은 채 "또한 불편함을 느끼고 계신 시민분들께 죄송하다. 출근길 불편함, 상상만 해도 짜증 나는 일"이라며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여러분들이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고 지하철 이용객들을 향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김 의원이 무릎을 꿇자 현장에 있던 단체 관계자들과 일부 시민 사이에서는 짧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김 의원 옆에 있던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들고 있던 손팻말을 양손으로 짚은 채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날 함께 현장을 찾은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정치권의 책임 방기를 지적하는 시위에 여당 대표가 모욕적 발언을 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런 목소리가 이준석 단 한 사람의 의견에 불과하고, 국민의힘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라는 소리가 자당 내에서 나오는 것이 필요한 민주주의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발언을 마친 김 의원과 장 의원은 전장연 회원들과 함께 지하철에 탑승해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 77차 혜화역 승강장 출근 선전전'이 열리는 4호선 혜화역으로 이동하며 약자를 대변했다.

시각장애인 위한 ‘중계 음성’ 지원

KBO 사무국의 허구연 총재가 9월 14일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두산 베어스 경기를 관전하고 시각장애인 중계 음성 지원 서비스를 이용했다.

KBO 사무국은 지난해 7월 김 의원과 허 총재가 장애인의 야구 관람 편의 증대 방안을 논의한 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시각장애인 중계 음성 지원 서비스를 추진해 올해 8월 4일부터 잠실구장, 부산 사직구장,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3개 구장에서 시행 중이다.

무료 대여 단말기를 통해 실시간 TV 중계방송 음성을 청취할 수 있어 경기를 관전하는 시각장애인은 예전보다 편리하고 상세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다.

허 총재는 장애인 관람 편의를 증대해 경기장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씨이오뉴스-CEONEWS-시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