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여성 CEO의 과감한 전략… 중국과 북미 투트랙 본격시동

[CEONEWS=오영주 기자]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349개 기업의 전체 임원 1만4,718명 중 여성 임원은 997명으로 6.8%에 그쳤다. 물론 수치상으로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증가대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내이사가 아닌 대부분 사외이사와 미등기 임원만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오너일가를 제외하고 국내 주요 대기업 계열사에서 첫 여성 전문경영인으로 발탁된 LG생활건강의 이정애 대표는 단연 독보적이다.

이 대표는 1986년 LG생활건강에 입사한 후 30년이 훌쩍 넘도록 LG맨으로 살아오며 전무, 부사장, 코카콜라음료 대표이사 등을 두루 거치고 지난해 말 LG의 1호 여성 사장으로, 올 3월에는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등극했다.

18년간 견고한 성을 쌓아온 차석용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수장으로 올라선 이 대표에게는 당연히 경영능력을 입증해야만 하는 큰 짐이 주어졌다.

대표이사로 재직한지 반년이 지난 현재, 국내외로 경제실적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일단 회사는 큰 변동 없이 선방하는 모습이다. LG그룹 내 첫 여성 CEO에 대한 업계의 기대는 여전히 크지만 단기간의 성과만으로 실적을 평가하기는 시기상조다. 해외사업 재정비와 화장품 리브랜딩 등으로 실적 반등을 꾀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의 하반기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중국와 북미 사로잡는 투트랙 전략 모색

 

상반기 LG생활건강의 실적은 다소 저조했다. 매출은 3조4,914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0.5% 감소하며 선방하는 모습이었으나 영업이익은 3,038억원으로 22.5% 줄어들었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요인들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지만 이 대표는 전열을 재정비하고 궤도에 오르기 위한 준비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올초 신년사에서 이 대표는 “중국시장은 고객 변화 방향에 맞춰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와 현지 유통기반 확대를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는데 집중할 생각”이라며 “북미는 현지 시장과 고객 특성에 맞는 브랜드, 제품 준비와 현지 사업운영 역량 보강을 차근차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와 중국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인 것이다.

LG생활건강은 우선 ‘궈차오(애국 소비주의)’로 내수시장을 걸어 닫은 중국 시장에서 그간 위축됐던 마케팅 활동을 재개했다. 회사가 그간 갖고 있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주력 브랜드인 ‘더후’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브랜드 고유의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효능과 효과 등에 최신 트렌드를 입혀 제품력을 보강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를 활용한 공격적인 마케팅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매장 비주얼을 위한 머천다이저 개선과 중국어 리플렛 준비, 카운슬러 전진 배치, 고객유형별 맞춤형 품목 패키지 등으로 돌아올 유커들에 대비한다는 각오다. 또 새롭게 출시된 후와 숨, 오휘 등 신제품 홍보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LG생활건강의 비욘드 제품 2종이 저탄소 제품을 인증 받았다. (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의 비욘드 제품 2종이 저탄소 제품을 인증 받았다. (사진=LG생활건강)

 

탄소중립 실현으로 ESG 경영 가속화

 

북미를 위시한 일본, 동남아 시장 확대를 위한 해외 진출도 적극적이다.

이 대표는 북미시장 회복을 위해 현지 시장 특성에 맞는 브랜드와 제품 준비에 역점을 두고 있다. 북미 시장은 글로벌 1위 시장으로 내로라하는 화장품들의 각축장인 동시에 인종차이 등으로 중국 보다 장기간 공을 들여야 하는 시장인 만큼 장기적 안목의 대응방침을 내세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생활건강은 2019년 인수한 더 에이본컴퍼니를 비롯해 보인카, 더크램샵 등 현지 자회사를 기반으로 럭셔리 화장품과 데일리 뷰티용품을 대상으로 시장개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최근 미주사업총괄로 문혜영 부사장을 영입하고 북미지역 사업 역량과 운영체계를 강화하고 현지 시장과 고객 특성에 맞는 브랜드, 사업간 시너지를 가시화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사업 확대와 더불어 이 대표가 신년사를 통해 밝힌 올해 중점 추진 사항인 △시장과 고객 변화에 발맞춘 신선한 시도 △고객 가치 관점에서의 깊은 고민과 소통 등을 가시화하는 한편, 주 소비층의 변화하는 마인드에 맞춘 ESG경영에도 한발 더 다가서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부터 인체에 융해한 성분을 배제한 화장품을 정량적인 측정할 수 있는 ‘클린뷰티 지수’를 도입했다. 이를 활용해 최근에는 자사의 클린뷰티 브랜드인 비욘드 제품이 환경부로부터 ‘저탄소 제품’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들 제품은 재활용 플라스틱이 98.5% 들어간 페트용기를 사용했다는 점,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평균 9.4% 이상 감축했다는 점에서 인증을 받았다. 특히 비욘드 딥 모이스처 스무딩 바디에멀전은 국내 바디로션 중에서도 최초로 저탄소 제품을 인증받아 의미가 크다.

회사는 용기뿐만 아니라 치약과 화장품 패키지에 ‘멸균팩 재활용지’를 사용하고, 디자인부터 플라스틱 양 자체를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접목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손꼽히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컨셉 디자인 패키징 디자인 부문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ESG 경영의 글로벌 리더로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극 활동하고 있으며, 탄소중립 선언으로 향후 LG생활건강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필수적인 조건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상하이 행사장에 전시된 천기단의 모습(사진=LG생활건강 제공)
상하이 행사장에 전시된 천기단의 모습(사진=LG생활건강 제공)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씨이오뉴스-CEONEWS-시이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