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하성태기자] 지난해 증권시장을 뒤흔든 흥행종목은 무엇이었는지 물어보면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답한다. LG에너지솔루션. 이른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를 형성한 뒤 가격제한폭인 30%까지 올라가는 것)’이라는 단어를 전 국민에게 각인시키며 주식시장에 속한 모든 사람들을 흥분시켰던 종목이 바로 LG에너지솔루션(이하 엔솔)이었다.

지난해 1월 증권시장에 상장한 엔솔은 당시 시가총액이 110조원에 이르며 전체 2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증권사 7곳을 통해 모인 청약 증거금만 114조원이 넘으며 국내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규모를 달성했다. 청약 건수 442만4천여 건, 최종 2,023대 1의 경쟁률로 1경5,203조원이라는 경악할만한 자금이 몰렸다. 배터리산업에 대한 비전과 기대감을 나타내는 지표라도 봐도 무방한 수치다.

2020년 12월에 탄생한 회사를 단기간에 이렇게 반등시킨 주역은 권영수 대표이사다. 2021년 11월 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거쳐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권 대표는 취임 직후인 2022년 연결기준 25조5,986억원, 영업이익 1조2,137억원으로 쾌조의 신호탄을 올렸다.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43.4%, 영업이익은 57.9%가 늘어나 연간 최대실적을 갈아치운 것이다.

엔솔의 이 같은 성과는 달러 강세의 영향과 함께 지난해 매출성장에 다른 규모의 경제 효과, 주요 원재료 원가 상승분의 판가 반영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로써 취임사에서 권 대표가 강조한 배터리 안전성 우려는 성공적으로 떨쳐낸 셈이다.

2021년 엔솔의 최대 고민은 GM의 전기차 볼트EV의 배터리 화재로 인한 리콜 문제였다. 당시 엔솔은 배터리 셀을 모듈화한 LG전자와 함께 리콜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며 리콜 비용에만 7천억 원 이상을 지출했다. 따라서 2022년은 권 대표가 배터리 안전성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한 해라는 평가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수준으로 고객 신뢰와 수익성 ‘자신감’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핵심 경영 키워드로 ‘강한 실행력’을 강조한 권 대표는 "가장 필요한 것은 강한 실행력이며 이를 바탕으로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효율적 업무환경을 만들어 더 큰 미래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비용·납기(QCD) 제공으로 고객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수익성 넘버원 기업을 향해 열정과 자신감으로 한걸음씩 뚜벅뚜벅 나아가자"고 밝혔다.

엔솔은 강한 실행력을 구축하기 위해 ▲IT 시스템 고도화와 업무 효율화 ▲명확한 역할과 책임(R&R) ▲탄탄한 팀워크 확립 등 핵심 3대 과제를 발표했다.

유무형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새 ERP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전사 IT시스템 전반을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단순 반복 업무는 자동화하고 시스템 데이터를 통해 보고와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업무 R&R 운영 프로세스도 정립해 구성원이 직접 불명확한 R&R로 생기는 업무 비효율 과제를 찾아내 실질적 개선이 가능한 해결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이력의 국내외 인재들이 합류한 만큼 조직 팀워크 증진을 위한 방안도 추진해 부서간 정기 교류를 활성화하고 팀 빌딩 프로그램도 확대 개편한다.

이미 대표와 직원들간의 온라인 소통 채널 ‘엔톡(EnTalk)’을 개설해 기존 대면보고와 회의문화 등 비효율적 과정을 개선하고 심리적 거리감을 좁혀왔던 권 대표는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첫 행보가 직원과의 소통”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전방위적 시장공략 ‘본격 행보’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생산능력 확대와 동시에 전방위적 시장 공략에 나선 엔솔은 올해 2월 미국 포드사와 손잡고 튀르키예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 지역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약 2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향후 45GWh까지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지난 3월 엔솔은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리크에 7조2천억 원을 투자해 신규 원통형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LFP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한때 보류했던 애리조나 원통형 배터리 독자 생산 공장 건설을 재개하고, 투자금액 및 생산규모를 각각 4조2천억원, 27GWh로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애리조나 공장은 총 생산능력 43GWh로 북미 지역 글로벌 배터리 독자 생산 공장 중 최대 규모이며, ESS 전용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 것은 글로벌 배터리 업체 중에서도 처음이다.

4월에는 충북 청주 ‘오창 에너지플랜트2’에 ‘마더 라인’을 구축해 이곳을 전 세계 배터리 생산공장의 글로벌 기술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6천억 원이 투자되는 마더 라인은 차세대 설계와 공정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시험 생산뿐 아니라 양산성 검증까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엔솔은 신규 마더 라인에서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 밀도와 주행거리가 20% 이상 향상된 차세대 배터리인 ‘파우치 롱셀 배터리’의 시범 생산과 양산성 검증작업을 진행하고 전세계 생산라인에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5월 들어 엔솔은 현대차그룹과 5조7천억원을 투자해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현지에 연간 약 30만대 물량의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과 '배터리 동맹'을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적극 대응하고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모든 작업의 근간을 마련하기 위해 권 대표가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스마트팩토리 구축이다. 이미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중요성을 강조했던 그는 9월 29일 ‘DX(디지털 전환) 페어’를 최초로 열고 최신 기술로 제조 공정을 개선해 생산성을 끌어올린 다양한 사례를 점검했다.

LG디스플레이 시절부터 ‘맥스캐파 민로스(생산력을 최대로 늘리고 불량을 줄이는 것)’를 경영철학을 내세웠던 권 대표의 의지는 배터리 사업에서 스마트팩토리로 이어졌다. 스마트팩토리는 단순한 공장 자동화가 아닌,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도입해 공장 가동률과 수율을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작업이 완성되면 전체 생산공장의 표준화된 프로세스로 본사에서 전세계 공장을 제어할 수 있어 개별 공장으로 운영될 때보다 기술 및 영업기밀 유출에 대한 우려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하나증권은 투자설명회에서는 2035년이 되면 엔솔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10배가 더 큰 회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420조원에 달하는 삼성과 비교하면 12년 뒤에는 엔솔이 최소 2천조원을 넘는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권 대표의 의지와 실행력이 엔솔을 차세대 우리나라 대표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지 여부를 흐뭇하게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지난 5월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그룹과 미국 현지 배터리셀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약속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지난 5월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그룹과 미국 현지 배터리셀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약속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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