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김은경 기자] 지난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재미있는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대기업의 국가 경제 기여도 인식 조사’에 대한 결과다.

전국 만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대기업에 대해 호감이 있다는 비율은 58.3%였다. 이들 중에서도 '매우 호감'은 14.5%, '다소 호감'은 43.8%였다. 10년 전과 비교해 호감도가 높아졌다는 답변도 41%로 높았다. 반면 '비호감'이라는 응답은 전체의 8.6%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기업에 대한’ 호감도 자체가 아니다. 대기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수출과 투자를 반복하며 이 험난한 시대에 다른 나라로부터 돈을 끌어온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임이 자명하다. 물어볼 이유가 없는 질문이었다.

정말 필요한 조사는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다. 이번 조사에서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 수행'에 기여한다는 비율은 49.7%, '준법 윤리경영 확산'에 기여한다는 비율은 36.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너도나도 ESG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ESG와 관련된 산업을 재정비하거나 각종 행사를 마련하고 수치로 산술화된 결과를 발표한다. 물론 너무나 바람직한 변화다. 그리고 아직 완성단계가 아니기에 너무 큰 변화를 기대하기도 이르다.

그러나 발표된 결과처럼 국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그 인식의 밑바탕에는 아직도 총수일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들이 분명히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막대한 자본과 힘으로 무장한 재벌총수 일가의 횡포가 아직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이 부분은 경제적 기여도와는 별개의 영역이다. 대기업이 해외에서 자본을 끌어오는 것은 응원할 만한 일이고, 실제 해외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로고를 자주 접할 수 있다는 것도 흥분되는 일이지만 총수일가에 대한 언급에서는 여전히 냉소적인 표현이 많다.

이것은 분명 지난 시대, 잉태부터 성장 과정까지 불법이 횡행했던 대기업 오너들의 잘못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다음 세대 오너들인 현재의 젊은 재벌 총수들은 다르다. 흔히 재벌2세라고 불리우는 그들은 재벌로 태어났고 재벌로 길러졌으며 그만한 교육을 받았고 세력경쟁의 성패가 어디에 달려 있는지도 안다. 그만큼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본다면, 또 그만큼 그들은 두려워할 줄도 안다고 말할 수 있다.

국민들도 똑똑해졌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오너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의 차이점을 논할 수 있을 정도로 스마트해졌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新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재벌가와 국민들 모두 부에 대한 인식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높은 부를 쌓았다면 그 뒤에서 더 큰 무서운 일들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아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행보가 필요하다. 그런 모습들이 쌓이고 쌓여야 국민들이 진정 대기업과 총수일가에 ‘호감’을 보일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라는 말이 아니라 왜 왕관을 써야만 하는지를 몸소 실천해 보여야 한다. 인식의 변화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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