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국내기업 100개사 조사 “구체적 가이드라인 미흡”
“의무공시 시기 연기하고 책임면제기간 설정해야” 56%
기업 53% ESG 자율공시... 대부분 ‘외부기관 활용’(90.6%)

LG화학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출처=LG화학 제공)
LG화학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출처=LG화학 제공)

[CEONEWS=김은경 기자] “구체적 가이드라인도 없고 표준 플랫폼도 없어 기업이 자체적으로 배출량을 측정하고 공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래선 투자자들도 상호 비교가 불가능하고, 기업만 공시정보에 대한 모든 위험 부담을 지게 된다.” (대기업 ESG 담당 A임원)

“배출량을 측정하는 전사(全社)시스템을 갖추는 데만 3~4년이 소요된다. SCOPE 3 공시나 연결기준 SCOPE 1‧2 공시는 당장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 지주사 ESG 담당 B실장)

“내부 ESG 전문인력이 없어 외부전문기관을 활용하고 있는데 전문성과 신뢰도가 우려된다. 그럼에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컨설팅‧인증 비용이 부담스러운 현실이다.” (중견기업 IR팀 C담당자)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들은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가 의무화되지만 여전히 대기업들조차 공시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기업 100개사 ESG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국내 ESG 공시제도에 대한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최소 1년 이상 연기하고, 일정 기간(2-3년) 책임 면제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5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책임면제기간은 배출량 측정과 검증에 필요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지 일정기간 동안 ESG 공시정보에 대한 기업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2025년, 나머지 상장사는 2030년부터 의무화하고 코스닥 기업은 제외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은 27%로 나타났으며, ‘자산 1조원 이상 기업은 2027년부터로 앞당기고, 자산 5천억원 이상 코스닥기업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은 14%에 그쳤다.

ESG 공시 중요한 것 알지만... 외부 전문기관 도움 필수적

대다수의 기업들은 ‘ESG 공시는 중요하다’(88%)고 인식하고 있었다. ESG 공시가 중요한 이유로는 ‘이해관계자에 중요한 정보’(46.6%), ‘투자의사결정에 필요한 위험/기회 요인 파악’(30.7%) 등을 꼽았다.

조사결과 현재 ESG ‘자율공시중’인 기업은 53%였으며 ‘준비중’인 기업은 26%, ‘ESG 공시를 준비하고 있지 않은 경우’는 21%로 집계됐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로 대표되는 현행 ESG 자율공시는 의무공시와 달리 공시항목, 공시정보에 대한 책임 등에서 자유롭다는 차이점이 있다.

아울러 ESG 공시에 대한 준비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ESG 자율공시를 하고 있는 기업들 중 90.6%가 ‘외부전문기관을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내부인력만으로 공시’하고 있는 곳은 9.4%에 그쳤다. 공시를 위한 자체 ESG 전산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14%에 불과했다.

ESG 공시에 투자하는 비용은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이 50.9%로 가장 높았고 ‘2억원 이상’도 28.3%에 달했다.

SCOPE 3 배출량 공시... “준비 안 됐다”(44.0%)

SCOPE 3 온실가스 배출량이란 사업장 외 협력사 등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간접 배출량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서도 기업들은 여력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절반에 가까운 44%의 기업이 SCOPE 3 배출량을 ‘공시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현재 공시중’인 곳은 32%였고 ‘준비중’인 기업은 24%였다.

조사에 참여한 절반 이상의 기업들‘전체적인 일정을 늦춰야 한다’(61%)고 건의했다. 특히 대기업들은 ‘SCOPE 3 공시는 대기업도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2027년부터 모든 항목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30%였고 ‘업종별로 부담되지 않는 2~3개 항목들부터 도입 후 차츰 확대하자’는 의견이 8%를 차지했다.

ISSB공시기준을 바탕으로 국내 ESG 공시제도가 수립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ISSB 기준을 전면 도입하기보다 ‘국내 상황에 맞춰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이 74%로 우세했다. ‘상장사 대상으로 ISSB 기준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26%에 불과했다.

특히 자회사, 종속회사 등 ESG 정보를 모두 포함해 공시하는 연결기준 공시에 대해 기업들은 큰 부담감을 토로했다. ‘개별회사 정보만 공시하고 추후 확대 검토해야’한다는 의견이 77%로 높게 나타나 ‘종속회사까지 모두 포함해 공시해야’한다는 의견(22%)보다 훨씬 많았다. ISSB 공시기준에 포함된 기후리스크 시나리오 작성 항목도 ‘기업 자율에 맡겨 달라’는 응답이 65%를 차지했다.

애로사항 및 정책과제... “구체적 가이드라인 필요” “전문인력 양성 및 공급” 등

기업들은 ESG 공시 관련 애로사항으로 ‘협력업체 데이터 측정 및 취합 어려움’(63%) ‘구체적인 세부 가이드라인 미비’(6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내부 전문인력 부족’(52%), ‘외부 전문기관 활용에 따른 비용 부담’(46%), ‘공시 위한 IT/전문시스템 부재’(37%) 등 순이었다.

ESG 공시 의무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를 묻는 질문에도 역시 ‘업종별 ESG 공시 세부 지침 및 가이드라인 제공’(82%)이 첫손에 꼽혔다. 그 밖에 기업들은 ‘ESG 전문인력 양성 및 공급’(57%), ‘내부인력 교육지원’(34%) 등 인력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를 주문했으며, ‘공시관련 컨설팅 비용 지원’(47%) 등의 의견도 나왔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ESG 공시 의무화는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추진되어야 할 정책”이라며 “ESG 공시가 규제가 아닌 지속가능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유예기간을 충분히 주고, 명확하고 간소한 기준을 제시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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