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1500만 명은 일하고 싶은데... 일속에서 일을 배운다

엄금희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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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우리나라 고령층 55세에서 79세 인구 10명 중 7명은 앞으로도 계속 일하고 싶어 한다. 아울러 이들이 희망하는 근로 연령은 평균 73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50세가 되기 전에 사실상 직장을 그만 둔다.

오늘 나온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 고령층 부가 조사 결과' 자료이다. 올해 5월 기준 우리나라 고령층 인구 1548만 1000명 가운데 경제활동 인구는 932만 1000명으로 60.2%를 차지했다. 이 비율이 60%를 돌파했다.

고령층 인구 가운데 68.5%인 1060만 2000명은 장래에도 계속 일하고 싶은 의사를 밝혔다. 이는 현재처럼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 지금은 일이 없지만 앞으로는 일하고 싶은 사람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일하고 싶은 이유를 보면 생활비 보탬이 55.8%로 가장 많다. 이어 일하는 즐거움 35.6%, 무료해서 4. 3%, 사회가 필요로 해서 2.3%, 건강 유지 2.0% 순이다.

장래 근로를 희망하는 고령층 인구가 계속적인 근로를 희망하는 연령은 평균 73세까지로 나온다. 연령 구간별로 보면 55~59세는 70세까지, 60~64세는 72세까지, 65~69세는 75세까지, 70~74세는 78세까지, 75~79세는 82세까지다.

취업 경험이 있는 55~64세, 기초노령연금 수령 전 인구가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이 49.4세로 집계됐다.

최장 근무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로는 사업 부진과 조업중단, 휴폐업이 30.2%로 가장 많았다. 권고사직과 명예퇴직, 정리해고 11.3%까지를 포함하면 10명 중 4명 정도 41.5%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직장을 그만 두었다.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의 평균 근속 기간은 15년 7.9개월로 지난해 5월 15년 4.7개월 보다 3.2개월 늘었다.

장래 근로를 원하는 고령층 인구의 월평균 희망 임금은 200~250만 원 미만이 19.8%로 가장 많았다. 150만~200만 원 미만이 18.6%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5월에는 150만~200만 원 미만이 20.9%로 1위, 200~250만 원 미만이 18.5%로 2위였는데 올해는 순위가 바뀌었다.

일속에서 일을 배운다

이준실 시인

삶은 일
시작과 끝
언제나 일이 우선한다

나의 일
너의 일
이웃의 일
그리고 가족의 일이다

복지행사로 만난
어르신들에게서
또 다른 일을 만난다

난 아직 할 수 없는 일
어르신들은 이미 하고 있는 일
삶은 일의 연속
일속에서
일을 배우며 삶을 배운다

불교 경전 중에는 반야심경이라는 경이 있다.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이라는 뜻이다. 반야심경은 마음만 비춰주는 거울뿐만 아니라 세상 만물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이준실 시인의 '일속에서 일을 배운다'라는 시를 읽으니 새삼 깨달음으로 읽는 반야심경이다.

고령층 인구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나 이들의 미래가 모두 밝은 것은 아니다. 고령인구 10명 중 7명이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지만 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미흡한 노후 준비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노인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곧 이어 노년층에 진입하게 될 중장년에 눈길이 쏠린다. 현재 한국 고령층이 처한 현실을 바라보며 반면교사를 삼은 중장년층이 노후 준비를 서두르는 이유를 알만하다.

그러나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재취업 지원, 퇴직 지원 교육의 질이 너무나 미흡하고 그 다양성 또한 폭이 매우 좁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에서 고령층이 주된 일자리에서 그만두는 대부분의 시기가 50세 이전에 일자리를 떠나고 있다. 기존 중장년들의 경우 여러 경험을 하기 보다는 하나의 산업, 한 곳의 기업에서 장기 근무하는 경향이 강한 점을 감안하면 주된 일자리를 떠난 이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은 쉽지 않다. 

주된 일자리와 유사한 일자리에서 임금을 대폭 삭감해 근무하거나 더러는 전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이들이 일자리를 떠난 사유가 대부분 비자발적이라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처럼 비자발적인 이유로 퇴직을 겪은 고령층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령인구 자체가 인구구조상 비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고 시달리는 고령층, 연금 수령은 70만 원도 안 돼 걱정이다. 고령층 인구 가운데 계속 일하고 싶은 주된 이유가 대부분 생활비 문제이다.

고령층 다수가 일하지 않으면 생활비 충당이 어렵다는 증거이다. 고령층 인구 중 지난 1년간 연금을 수령한 고령층은 745만 7000명으로 전체 중 절반을 채우지 못했다. 49.4%만이 연금을 수령하고 있었으며 그 금액 또한 생활비를 충당하긴 턱없이 부족했다.

노년층이 노인 빈곤에 시달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최악의 노인 빈곤율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고령층 진입을 앞둔 중장년층은 분주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로 젊은 세대의 부양 비용이 증가하면서 자녀로부터 노년 시기의 도움을 받기는 더욱 어려운 시절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일자리 정책이나 교육이 청년층과 노인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다. 노년층에는 직접 일자리 사업으로 단기 일자리를 부양하고 있다. 청년층에는 다양한 창업 지원과 구직활동 지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중장년에게는 적절한 교육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앞으로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취업과 창업 아카데미 등을 설립하고 이들이 노년 시기에도 자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의 노년이 이들에겐 반면교사이기 때문이다.

중장년은 고령층의 과거이자 미래의 고령층이다. 이들에 대한 활발한 지원이 향후 다가올 미래 노인 빈곤율 1위 국가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중장년이 실질적으로 행복해야 노년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CEONEWS는 국제 의료 NGO ‘한국머시쉽‘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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