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김병조 기자] 외식경영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외식업체에 취업할 때 가장 선호하는 근무부서가 기획/마케팅 부서다. 책상머리에 앉아 펜대를 굴리겠다는 생각이다. 필자는 그런 청년들에게 주방보조나 홀서빙부터 자원하라고 말해준다. 현장을 모르는 사람이 기획하고 마케팅 전략을 짜봐야 그건 공염불이 되기 때문이다.

 

1969년에 설립된 독일의 세계적인 물류회사 DHL은 물류를 고객에게 직접 전달해본 경험이 없는 직원은 임원이 될 수 없게 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물류회사의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고객과의 접점에서 고객의 반응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는지, 아니면 어떤 점에서 불평과 불만이 있는지를 직접 경험해봐야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본격적인 하절기가 시작될 무렵, LG전자 조주완 대표이사가 가전 수리 출장 서비스에 직접 나섰다.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유니폼에 쿨토시까지 착용하고 냉장고와 에어컨 A/S를 신청한 고객들의 집을 찾아 현장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들었다. 1회성 현장체험이긴 하지만 모든 혁신의 시작과 끝은 고객이라고 말해온 조 대표로서는 보여주기식 는 아니었을 것으로 믿는다.

 

CEO에게 요구되는 자격과 덕목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십,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 위기를 극복해내는 결단력과 추진력 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를 직접 상대로 하는 B2C 기업의 경우 가장 중요한 자격이 소비자의 생각과 행동을 파악해내는 능력이다.

 

그런 능력은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손과 발이 동원되어 눈과 가슴으로 확인하고 느낄 때 생기는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야만 체득되는 능력이다. 재계 역사를 보면 창업 세대에는 잘나가던 기업이 2세 또는 3세 경영으로 넘어가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가 창업자가 직접 경영을 할 때는 현장 경험을 통해 체득한 능력이 곧 경영수완이 되지만, 2세와 3세로 넘어가면 그런 능력이 없어서 위기관리에 약하기 때문이다.

 

2세나 3세로 이어지는 대물림 경영에 이런 문제가 있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기업들도 많다. 회사 규모가 대기업 반열에 오르고, 해외시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의 경우 그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수성가한 중소기업의 창업자가 학력이 부족하거나 대기업 경영 경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학력이 좋은 대기업 출신 전문경영인에게 CEO 자리를 맡기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일 수도 있다. 그들은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경영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경영을 맡기고 2선으로 물러났던 창업주가 다시 경영에 복귀하는 사례도 많이 봤다.

기자 세계에도 발에 복이 있다는 말이 있다. 현장을 발로 뛰어서 취재하는 기자에게는 복(좋은 기사)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기업 경영에도 같은 논리가 작동된다고 본다. 특히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B2C 기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어느 음료회사의 CEO를 하다가 외식업체의 CEO를 맡게 된 사람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외식업체는 노력한만큼의 결과가 바로 나와서 너무 좋다.”

음료 제조회사는 유통업체라는 한 단계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지만, 외식업체는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자신들에 대한 평가가 곧바로 나오는 것이 큰 차이점이자 매력이라는 것이었다. 그 매력을 잘 아는 사람이 곧 B2C 기업의 CEO 자격이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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